이명박 정부 시절 '4대 천왕'으로 불렸던 금융지주 회장들이 모두 퇴진하게 됨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도 MB정권 때 선임된 사장들이 대거 물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최근 증시 침체로 증권사들의 실적마저 크게 나빠진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문책성 인사까지 단행될 경우 이달 말로 다가온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인사 태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 사장들은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지주 회장들과 임기를 함께 했던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교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노치용 KB투자증권 사장의 경우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대표였던 시절 그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경력 때문에 대표적인 MB맨으로 분류되는 인물이어서 교체가 유력하다.

우리금융지주도 신임 회장 선출이 마무리되면 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한 지주 산하 금융회사 사장들이 인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작년에 연임에 성공해 오는 2015년까지 임기가 남아있지만 이팔성 회장이 임명한 사장인데다 이 회장과 같은 고대 출신이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은지주 산하 KDB대우증권의 김기범 사장은 강만수 전 회장이 임명한 인물이긴 하지만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내부 출신의 국제금융 전문가라는 점에서 교체될 가능성이 낮다.

홍기택 신임 회장으로부터 신임을 받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명박 정부 시절 전문성이 없어도 정권과 친분만 있으면 증권사 사장으로 내려온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MB맨' 물갈이는 증권업계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10여개 증권사들의 경우 매각을 관리할 경영 전문가를 후임 사장으로 선임하거나, 아니면 매각이 완료될 때까지 기존 사장을 유임시키는 두 가지 경우로 나뉘고 있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이미 한차례 연임한 남삼현 사장이 다음 달에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퇴진시키로 하고 경영인프라총괄을 맡고 있던 홍원식 전무를 후임 사장으로 내정했다.

홍 전무는 오는 31일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대주주인 글로벌앤드어소시에이츠(G&A)가 회사를 매물로 내놓은 만큼 신임 사장은 회사 매각 업무에 주력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강래 IBK투자증권 사장은 이달 말로 2년 임기가 만료된다.

증권업계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작년에 16억원의 흑자를 내는 등 실적이 흑자로 돌아선 점은 고무적이나 고대 출신이라는 점이 부담이다.

반면 실적이 양호한 증권사 사장들은 연임에 성공했다 동부증권은 지난해 실적이 양호했기 때문에 고원종 사장의 연임이 결정됐다.

동부증권은 동부생명 주식 매각으로 603억원을 확보했고 이를 제외한 영업이익이 305억원으로 전년보다 218%나 늘었다.

제갈걸 HMC투자증권 사장도 연임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최희문 사장의 임기가 이달로 만료되지만 작년 실적이 양호한 수준이어서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작년 순이익이 624억원으로 전년보다 17.6%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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