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 대모' 故박영숙은 누구인가?

"시대의 좌표 상실" 에 대한 재야 정치권 인사들은 애도 표시

여성운동가로 한시대의 족적을 남기며 "여성운동 대모"로 잘 알려진 故박영숙 여사가 지난 17일 새벽 향년 81세로 암 투병 중 별세했다.

박 전 이사장은 평양 출생으로 이화여대 영문과 졸업 후 기독교 여자청년회(YWCA) 등에서 여성운동과 시민운동에 투신해온 한국 여성운동의 대모다.1932년 평양 출신으로 전남여고와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YWCA연합회 총무와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사무처장,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을 지내는 등 평생을 여성운동에 헌신한 여성계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시절에는 ‘100인 기부릴레이’를 주도하는 등 기부문화의 전도사로 활동했다. 빈곤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아시아 위민 브리지 두런두런’을 창립했으며, 현재까지 장학재단 ‘살림이’ 이사장을 맡아오는 등 사회공헌에도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996년 별세한 민중신학자이자 인권운동가였던 안병무 전 한국신학대 교수가 배우자였다.

특히 박 전 이사장은 지난 1986년 전두환정권시절 여성인권 유린을 단적으로 드러낸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때 여성단체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이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박 전 이사장은 1999년에는 우리나라 시민사회 최초 공익재단인 한국여성재단을 만들어 여성 인권 신장에 기여했다. 1987년에는 평민당에 입당해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13대 국회의원, 평민당 부총재, 총재 권한대행 등을 지냈다.

정치에서 물러난 이후 말년에는 미래포럼과 여성평화외교포럼,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설립한 안철수재단 이사장을 맡기도 했으며 지난 해 건강이 악화되면서 9개월 전부터 병원에 입원해 투병생활을 이어왔다.

'삶의 궤적 달랐지만 故박영숙여사는 故남덕우 전 국무총리와 하루 차이로 생 마감하기도 했다. 대척점에 섰던 두 사람은 역사적으로도 아이러니하게 김대중 VS 박정희, 진보 VS 보수, 민주화 VS 산업화라는 주체로도 대비되는 인물이다.

결국 삶의 궤적은 달랐지만 한국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두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세상을 떠나며 역사의 한Page를 기록하게 됐다.

박영숙 전 총재 권한 대행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남 전 총리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 - 박근혜 대통령 부녀와 대를 이은 인연을 이어 왔던 인물이란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17일 향년 81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한 박영숙 전 총재는 평양 출신으로 북한에 사회의주 정권이 들어서자 작은 아버지를 찾아 월남해 광주에 정착했다.

전남여고 이화여대 졸업 이후 YWCA연합회 총무와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사무처장,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을 지내는 등 평생을 여성운동에 헌신한 그야말로 이시대의 여성운동 대모다.

'박영숙 전 총재권한 대행' 여성운동 대모, 김대중-이희호 부부와는 뗄려야 뗄 수 없는 사이

박 전 이사장은 특히 1986년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때 여성단체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이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박 전 총재는 김대중 전 대통령, 이희호 여사 부부와 인연이 깊다. 이희호 여사의 대학 후배이기도 한 박 전 이사장은 졸업후 YWCA에서 이희호 여사에 이어 두 번째로 유급총무로 일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내란음모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았을 때 구명운동에 앞장섰다.

이런 인연으로 인해 1987년 대통령 선거 당시 김대중 후보 지지연설을 하기도 했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는 평민당 전국구 1번으로 정계에 입문했으며  지난해 2월에는 안철수재단 이사장으로 영입돼 활동하기도 했다.

이런 박 전 이사장과의 특별한 인연으로 이희호 여사는 지난 14일 병원을 찾아 위문했고, 박 전 총재 권한 대행 별세 소식에 "참 안타깝다"며 말을 잇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별세 전날인 16일 병실을 찾은데 이어 19일에는 빈소를 찾았다. 안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돌아가시기 전날 병실에서 뵈었는데 (대선후 당선되면서) 다시 일어선 모습 보여드리고 조금이나마 걱정 덜어드릴 수 있게 돼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실에서 저를 바라보시던 그 눈빛 잊을 수가 없다"고 전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17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김 대표는 조문을 통해 "'생을 마칠 때까지 현역으로 살고 싶다'는 고민의 말처럼, 생을 마치는 마지막 순간가지 여성과 환경, 민주주의를 위해 온 몸을 바친 본받을 점이 많은 선배셨다"면서 "후배로서 고인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도 이날 오후 김미희 의원, 유선희 최고위원과 함께 빈소를 방문했고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는 지난 17일 조문했다. 18일 열린 여성추모행사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가 참석해 추모사를 통해 고인의 업적을 추모했다.

박 전 이사장의 별세에 정치권도 애도의 논평을 내고 박 전 이사장의 타계를 안타까워했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민주당은 어머니의 마음으로 당이 어려울 때마다 한결 같이 품어주었던 박 전 총재권한대행의 드넓은 품성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며 "더불어 훌륭한 어머니와 아내를 잃고 슬픔에 잠긴 유가족에게도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대선배를 잃은 여성운동가들에게도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진보정의당 역시 이정미 대변인의 애도 논평에서 "한 평생 우리 여성들의 권리를 대변하고 이땅의 민주주의와 인권,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해오신 그분을 뜻을 기억하며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면서 고인의 명복을 애도했다.

한편 한국 여성운동계의 대모(代母) 고 박영숙 전 안철수 재단(현 동그라미 재단) 박 전 이사장의 발인식이 20일 오전 7시30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서 유가족과 지인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여 동안 거행됐다.

이날 발인식에는 유가족을 비롯해 문재인 민주당 의원, 안철수 무소속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한명숙·김상희·임수경·김현 민주당 여성 의원 등 재야 정치권인사들이 함께했다.

발인식은 영결예배 형식으로 조헌정 향린교회 담임목사의 예식사로 시작해 찬송, 기도, 신앙고백, 추도사, 성서말씀, 고인 약력 보고, 조가 및 조사, 축도, 헌화 및 운구 순으로 진행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추도사를 통해 "선생님은 원칙은 소나무처럼 엄격하고 그 실천은 버드나무처럼 유연하셨다"며 "가슴 속엔 뜨거운 용광로를 간직하셨지만 늘 소탈하고 겸허한 웃음으로 후배들을 대하셨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박 시장은 또 "우리가 혹여 잘못된 길에 들어서거나 방심했을 때는 어김없이 회초리가 돼주셨다"며 "(제가) 시장이 되고 자문위원회를 조직하는데 여성 비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기사를 보고 (박 전 이사장이) 저를 혼내셨다. 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우리는 어디에서 그런 회초리를 맞을 수 있단 말이냐"며 "한 시대가 저물었고, 한 시대의 스승을 잃었고, 한 시대의 좌표를 상실했다"고 애도를 표했다.

고인 약력 보고 후에는 고인의 생전에 육성이 1분 여 가량 전해졌다. 녹음된 메시지에서 박 전 이사장은 "참 행복했다"며 "한마디의 말을 남기고 싶다. 사랑한다"고 말해 참석자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유족들은 박 전 이사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이곳 저곳에서는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리기도 햇다.

박 전 이사장의 영결식은 시종일관 엄숙한 가운데 진행되었다.발인식을 마친 고인은 장지인 마석 모란공원에서 영원한 영면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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