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녀 댓글 사건,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 반값 등록금 공세차단 공작 문건까지 이명박 정부하에서 국정원의 정치개입이 조직적이고 방대하게 이루어졌다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실련>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활동보다는 국민을 사찰하고, 각종 정치·사회 현안에 개입해 여론을 조작하는 국정원의 국기문란 행위에 대한 발본색원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첫째, 국정원이 정치중립의 의무를 위반해 전반적인 정치개입 활동을 한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지금까지 검찰은 국정원 3차장 산하 ‘심리정보국’의 국내 정치·선거개입을 규명하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춰 왔지만, 최근 공개된 문건들이 국내를 담당하는 국정원 2차장 산하 ‘국익전략실’에서 만들어 진만큼 검찰의 수사 확대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검찰은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총체적이고 명확한 진실을 밝혀내는데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특히 검찰은 수사의 초점을 흐리고자 대선개입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원세훈 전 원장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 아울러 4년 이상 독대를 통해 원세훈 전 원장의 보고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치사찰과 정치조작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본질적 실체를 규명할 수 있도록 철저한 수사에 나서야 한다. 또다시 깃털만 처벌하려고 하고, 몸통에 대한 수사에 눈을 감는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둘째,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에서 자행된 국정원의 헌정질서 파괴와 국기문란 행위에 대한 전모를 밝히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대선 시기 국정원의 선거 개입에 대해 두둔하는 발언을 하고, 국정원 정치개입 문건 작성 책임자가 현재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연장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금처럼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국정원 정치개입과 여론조작의 최고의 수혜자라는 국민적 의혹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따라서 국정원의 국기문란 행위의 실체적 진실을 낱낱이 밝혀 그 책임을 묻고 국정원을 다시 본연의 자리에 되돌리는 단호한 결단만이 관련 의혹에서 벗어나는 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셋째, 국회 또한 검찰조사에 이은 신속한 국정조사에 나서야 한다. 민주주의 수호와 국가기강 확립을 위해서라도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실체적 진실 규명에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이번 문건 공개로 국정원의 조직 전체가 정치 공작에 동원되었음은 물론, 문건이 작성된 시점이 2011년으로 대선 기간뿐 아니라 상시적으로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통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엄벌에 적극 나서 무너진 민주주의의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국민을 사찰하고, 정치공작에 나선 것은 제 기능을 망각한 행위이다. 경실련은 심각한 국기문란 행위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엄벌을 거듭 촉구하는 바이다. 아울러 국가정보기관이 또다시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여 아까운 역량과 자원을 소모하는 행태를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마련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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