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 94일만에 자리에서 물러나


▲ 박 대통령이 ‘윤창중 사건’(왼쪽)과 관련, 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오른쪽)의 사표를 수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윤창중 사건’으로 사의를 표명한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의 사표를 수리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오늘 이남기 홍보수석의 사표가 수리됐다”며 “아시는 대로 (이 수석은) 이미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한바 있다”고 말했다.

사표가 수리된 이 수석은 이달 초 박 대통령의 방미 기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인턴 여성을 성추행한 의혹이 불거진 것과 관련, 지난 10일 귀국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은 결국 지난 2월 18일 임명을 받은 지 94일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박근혜 정부 첫 홍보수석으로 발탁된 그는 정치나 언론과 무관했던 이력 때문에 예상 밖 인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역대 홍보수석이 대체로 기자 출신이었던 반면 이 전 수석은 예능 분야를 중심으로 39년간 방송 외길을 걸었고, KBS에서 ‘100분쇼’, ‘가요무대’, ‘가요톱10’ , ‘쟈니윤 쇼’ 등을 연출한 예능 프로듀서(PD) 출신의 방송인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예능PD출신으로는 SBS 보도본부장을 지낸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로 중견방송인 모임인 여의도클럽 회장, 한국방송기자클럽 부회장을 지내는 등 언론계에서 마당발로 통했다.

하지만 이 전 수석은 새 정부 초기부터 위태로웠다. 명색이 홍보수석인데 언론과의 접촉빈도가 낮다는 지적과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전화를 한동안 받지않아 윤창중 전 대변인 인선에서 불거진 청와대의 불통 논란을 심화시킨 장본인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청와대 참모가 당연히 갖춰야 할 정무감각의 부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윤창중 성추행 의혹 사건에서의 대처 실패는 그 산물이라는 지적이다.

그의 낙마의 결정적인 배경은 ‘윤창중 성추행 의혹’이 터진 뒤 26시간이나 지나서야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는 등 초동대응에 실패한데 이어 윤 전 대변인의 귀국을 종용했다는 논란에 휘말리면서 윤 전 대변인과 낯뜨거운 진실게임 공방을 벌여 파문을 키운데 있다.

또 방미 귀국 당일 심야 브리핑에서 “국민 여러분과 대통령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대통령에게 사죄하는 듯한 부적절한 사과문을 발표한 것도 민심의 역풍을 불러 낙마의 한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 주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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