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5일(현지시간)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 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인사들의 관련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 금융 감독 기구와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방미 중인 최 원장은 이날 워싱턴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뉴스타파 등이 공개한 인사들을 대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이들이나 거래 은행 등이 외국환관리법상 신고 및 사후 관리 등을 제대로 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역외 탈세 혐의자들이 외환 거래 신고 의무 등을 어겼을 공산이 크다는 판단에서라는 것이다.

외환거래법 등은 국내 거주자가 국외에 직접 투자하거나, 부동산을 취득 또는 자본 거래를 할 때 거래 은행 등에 사전 신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국외에 계좌를 개설한 경우에도 관계 당국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 원장은 조사 과정에서 필요하면 국세청, 관세청,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국내 관련 기관은 물론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정보분석기구(FinCEN) 등과도 자료를 공유하는 등 협력할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또 조사 결과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검찰이나 국세청 통보 또는 고발 등의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 것 자체는 위법이 아니고 만드는 과정이나 만들고 나서 돈이 오가면서 법 위반이 있을 수 있다.

물증을 확보하기 쉽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축적한 조사 또는 검사 노하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 원장은 최근 불거진 금감원의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을 상대로 한 '퇴진 압박설'과 관련해서는 "본인(이 회장)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만 밝힌 채 말을 아꼈다.

금감원은 BS금융지주와 부산은행에 대한 종합 검사 결과 최고경영자(CEO)인 이 회장의 '장기 집권'에 따른 내부 경영상의 문제가 다수 발견됐다고 판단해 사실상 퇴임을 촉구하는 상황이지만, 일각에서 '관치'(官治)가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한편 최 원장은 7일까지 미국에 머물면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미국연방준비제도(Fed) 주관 공동 세미나에 참석하고 이들 기관 총재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 통화감독청(OCC) 의장, 금융소비자보호국(CFPB) 국장 등과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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