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로 예정됐던 남북당국회담 무산과 관련, 눈길을 끄는 인물은 북한이 5명의 북측 대표단 단장으로 내세운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국장이다.

강지영 국장은 많은 언론들이 이번 회담에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대신 서울에 올 것으로 전망했던 북측 인사 중 1명이었다.

강지영이 몸담고 있는 조평통은 북한의 대표적인 대남 공세 기구다.

그는 지난 3월 북한의 남한에 대한 전쟁 위협이 한창 고조될 때 “외세를 등에 업고 동족을 해치려고 피눈이 되어 날치는 괴뢰 국방부장관 김관진, 합동참모본부 의장 정승조 역도는 각오하라”고 위협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2013년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1956년생인 강지영은 조평통 국장과 조선종교인협의회 상무위원을 동시에 맡고 있다.

김책공대 기계제작학부를 졸업한 그는 1987년 당외곽단체 사회주의 노동청년동맹중앙위 간부, 1988년 5월 남북학생회담 북측 준비위 부위원장, 1989년 남북학생회담 북측대표를 지내는 등 북한 대학생 조직을 대표하는 ‘베테랑 선수’로 주목받았다.

1989년 남북학생회담 당시에는 임수경 전대협 방북대표를 수행했던 장본인이기도 했다. 2006년 월간 ‘말’ 기자와의 인터뷰를 보면 그는 당시 “임수경씨 미모를 보고 통탄했다”고 한다.

그는 북측 인사로는 드물게 세례명 ‘바오로’를 가진 천주교 신자로 유명한데, 2002년 조선카톨릭협회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며 우리나라 종교계와 많은 교류를 했다.

이후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본부 의장과 해외동포사업국 국장 등을 거쳐 지난 2011년 10월부터 조평통 서기국 국장을 지내고 있다.

그와 서울 회담 간 ‘첫 악연’도 새삼 눈길을 끈다. 강지영은 23년전인 1990년 7월 26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8·15 범민족대회 제2차 예비회의’ 때 불과 24세의 나이로 전금철 조평통 부위원장 등 북측 대표 4명과 함께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범민족대회 준비위원을 맡고 있던 그에 대해 북측이 밝힌 신분은 ‘대학생’. 그러나 이 8.15 범민족 예비회의 역시 북측의 억지로 인해 무산됐고, 강지영의 서울 방문 또한 무산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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