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요새 정치는 재미가 없습니다. 무슨 뜻인가? 대한민국의 정치판은 물에 물 탄듯, 술에 술 탄듯, 유권자인 우리들에게 감동을 주거나 우리를 신나게 하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있다는 말입니다. 새 대통령이 취임하고 새누리당은 무슨 큰일을 해낼 것 같은 장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시들해진지 한참 됩니다.

야당인 민주당에 대한 기대도 컸습니다. 당명도 산뜻하게 ‘민주당’으로 바꾸면서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김한길 같은, 얼핏 보기에는 건달 같지만 내용은 매우 알차고 달아진 새 지도자가 등장하면서, “당내의 당파 싸움을 지양하고, 19대 대통령은 민주당에서 낼 수 있도록 합시다”라는 굳은 결심을 보였을 때 당에 아무 상관도 없는 나도 박수를 보냈습니다.

안철수가 제 입으로도 “밀려난 노희찬이 억울하겠다”고 하면서도 그 자리(노원‧병)에 비비고 들어갔을 때 제가 현실정치의 격랑 속에서 무슨 일을 과연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는 당선되고 나서 그 특유한 미소를 머금고 기신기신 다니면서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고는 있지만 뚜렷하게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왜 정치가 여전히 썩어만 가는가? 죽은 지 2412년이나 된 소크라테스가 죽기 전에 아테네의 거리를 걸어 다니면서 잘난 척하고 떠드는 ‘잘난’ 사람들을 향해 “너 자신을 알라”고 타일렀답니다. 당시 아테네에서 힘깨나 쓰던 자들은 70이 다 된 이 노인의 말이 듣기 싫어서 그를 감옥에 쳐 넣었다가 마침내 사형에 처했습니다.

왜 정치개혁이 되지 않고 오히려 뒷걸음질을 하는가? 새누리당도 민주당도 심지어 안철수도 자기가 누군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자기’부터 개혁하지 않고 어떻게 ‘정치개혁’이 되겠습니까. 2400여 년 전의 소크라테스를 처형한 아테네의 그 정치인들처럼 돼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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