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감독, 1년짜리 시한부 월드컵 강사가 아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우여곡절 끝에 본선행을 확정 했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무대에 우리는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단 한번도 속 시원히 국민들의 애간장을 태우지 않고 이름을 올린 경우는 한일 월드컵 말고는 없어 보인다. 매번 아슬아슬하다.

아시아의 호랑이라며 축구의 맹주라고 떠들던 한국축구는 해가 거듭할수록 종이 호랑이로 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이웃 일본은 실력으로 국민들에게 존재감을 심어주며 브라질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당당히 거머쥐었다.

형편상 한국 축구는 또 하나의 딜레마에 빠졌다.문제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지휘할 축구대표팀의 사령탑이 부재(不在)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총체적인 난관을 풀어갈 새로운 감독이 누가 될까? 한국축구가 8회 연속 월드컵본선행에 성공하면서 이제 국민들의 관심은 태극호를 지휘할 새로운 지휘관이 누가 될지에 눈과귀가 쏠려있다.

'봉동이장' 최광희 감독의 사퇴로 축구협회가 현재 최소 4명의 감독 후보군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협회가 지금까지 확실하게 영입 추진을 적극적으로 보이고 있는 것은 홍명보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 한 명 뿐이다. 홍명보 감독은 실제 축구협회에서도 가장 유력한 차기감독 후보 0순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본인이 A팀 감독을 고사하고 있다고 한다.

홍 감독외에 세뇰 귀네슈 전 트라브존스포르 감독과 마르셀로 비엘사 전 빌바오 감독, 김호곤 울산 감독, 세르지오 파리아스 전 포항 감독 등 국내외를 망라한 다양한 후보군들이 언론보도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일단 축구협회는 24일까지 차기감독을 확정하여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임 감독들이 걱정하는 것은 1년밖에 남지 않은 월드컵 본선이다.축구를 경험한 모든 감독들에게 월드컵이란 자신의 축구인생에서 평생 한번 이룰수 있는, 다시말해 모든 지도자들이 원하는 꿈의 무대인 것이다. 새로운 감독은 이미 전임자가 이루워 놓은 월드컵 잔치에 공짜로 무임승차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1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팀을 조련해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 다시 말하면 내년 월드컵에서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1년짜리 단명 감독'이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새로운 감독은 단기간에 대표팀을 조련하여 최대한의 좋은 성과를 끌어낼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한국축구를 잘 이해하고, 선수 파악과 분석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따를수 밖에 없다.

조건이 이렇다면 한국 축구의 감독은 처음부터 외국인은 아예 후보가 될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단순 논리를 적용해서 작금의 이 상황에서 그 어떤 외국인 축구 명장이라도 단 1년 만에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전혀 다른 언어와 문화권의 환경에 우선은 적응해야 한다.다음 순서가 선수들의 스타일과 그에 맞는 전술을 끌어내야 하지만 거의 불가능하다. 그것은 지금 한국 축구가 처해있는 상황을 좀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한국축구는 우리가 월드컵 역사에서 가장 뜨거운 감정을 표출했던 2002년 월드컵의 히딩크 때처럼 대표팀 감독이 아무 때나 원하는 선수들을 불러모아 훈련을 시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해 둔다.현재 해외파 선수들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있다. 한국축구를 잘모르는 외국인 감독은 선수 파악만 하다가 임기가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패를 경험한 대표적인 사례가 2006년의 딕 아드보카트였다. 당시 독일월드컵 본선진출을 견인한 본프레레 감독이 경질되고, 본선 개막 10개월 전에 지휘봉을 잡은 아드보카트는 임기 내내 선수 파악에 쫓기다 결국 16강 진출에 실패하고 조용히 떠났다.

그렇다면 결국 한국축구를 가장 잘 아는, 그래서 감독을 뽑아야 한다면 당연히 한국 지도자들에게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수 없다. 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을 최강희 감독이 퇴장한 지금에 0순위의 감독으로 점찍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을 뒷받침해주는 이유다. 다수의 축구팬들은 '외국인 감독 영입설'을 흘리는 이유는 결국 홍명보나 국내파 지도자를 추대하기 위한 쇼맨쉽이며 구색 맞추기, 혹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냐는 의심하고 있다.

그렇다고 결코 국내파 감독에게도 반드시 유리하지 않다. 월드컵 예선을 치루면서 대표팀은 조광래와 최강희라는 두 명의 감독을 내세웠지만 국내파 지도자들의 한계와 부작용도 절감했다. 두 감독은 K리그 무대에서는 최고의 지도자로 인정받았던 인물들이 었지만 정작 대표팀에서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혹평을 받고있다.

이번에 대표팀의 가장 유력한 차기후보인 홍명보 감독도 런던올림픽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성인팀을 지도해 본 경험은 아직 없다. 홍 감독의 화려한 월드컵 출전경력은 선수와 코치로 한정되어있다. 홍명보가 올림픽의 성공신화를 쓰는데도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휘봉을 잡는다 해도 1년만에 차기 월드컵에서 성적을 내야한다는 부담을 안아야한다. 홍 감독이 대표팀을 고사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급하다고 좋은 재목을 불소시계로 사용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천년을 갈 재목이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재로 변해서는 안된기 때문이다.

분명한것은 신임 감독의 가장 큰 딜레마는 외국인이냐, 내국인이냐의 시시비비가 아니라 바로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대한 목표설정'에서 비롯된다고 볼수 있다. 이를 두고 여론과 축구팬들은 크게 둘로 주장들을 내세우고 있다.

첫째는 신임 감독을 장기계약을 통해 2014년뿐만 아니라 2018년 월드컵까지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연속성 있게 좋은 팀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다른 쪽에서는 신임감독의 적응을 위하여 2014 월드컵 본선을 자칫 실험무대로 전락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라면 당연히 우리가 어렵게 출전한 월드컵이고 한국축구가 최고의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를 바라는 마음은 똑같을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1년 6개월간의 감독직을 성실히 수행하고 퇴장한 최강희 감독에게 최소한 격려와 용기의 박수를 보내야 한다.

최종 3차 예선을 몇 경기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한국 축구팀은 국가대표팀 감독이 경질되는 슬픈‘사건’이 벌어졌고, 축구계에서는 좀처럼 사용하는 일이 없던 ‘릴리프’라는 단어가 하루가 멀다 하고 지면에 오르내렸다. 구원투수, 가 아닌 구원감독의 등장을 국민들이 요구했던 것이다. 결국 최강희 감독의 등장이었다.

사실 그는 1년6개월 동안의 국가대표팀의 감독으로서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다. 박주영을 쓰면 박주영을 쓴다고 욕먹었고, 이동국을 쓰면 이동국을 쓴다고 욕먹었고, 손흥민은 안 쓰면 손흥민을 안 쓴다고 욕먹었다. 초창기 몇 번인가는 도무지 왜 그렇게 웃지 않느냐고 욕하는 사람도 본 적 있다. 국가대표팀 감독, 특히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무엇을 해도 욕먹는다. 최강희 감독은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렇게, 자신의 의지와, 자신의 목표와, 자신의 신념과 상관없이 수많은 사람들의 ‘말’과 ‘말’ 사이에서 크고 작은 상처를 받으며 떠났다.

대표팀을 떠난 최강희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고 동요하지도 않았다. 그는 늘 한 가지 약속만을 말했다. “반드시 한국 대표팀을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여 주었고 또한 처음부터 그것이 목표였다. 그 과정에서 나온 부족한 점은 모두 선수들이 아닌 감독 나 자신의 책임이라며 그러나 반드시 한국 대표팀을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겠다, 는 그는 약속을 지켰다.

좋은소리, 꽃노래도 자주 들으면 질린다고 했다. ‘말의 향연'이라고 표현을 해애하나?  결국 정도가 지나치면 독이되어 상처를 입힌다.‘최강희’라는 이름 석 자를 두고 지난 1년6개월 동안 무수한 말의 향연이 있었다. 그 속에서 최강희 감독은 언제나, 어떠한 욕을 먹어도 “다른 말들은 필요 없다고 했고, 월드컵에 가는 것만이 최종 목표라고 했다. 그 목표를 반드시 이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 그의 약속이었고 늘 똑같은 표정과 언제나 똑같은 말만을 반복했다. 결과는 어떠했나? 그 수많은 말 중에서 최강희 감독의 말만이 진짜 ‘향연’이 되었다.

상처를 받고 떠난 이자리를 우리는 냉정하게 진단을 해 볼 필요가 있다.상처뿐인 영광,지금에와서 이말이 설득력있게 들리는 이유는 무었일까? 월드컵 본선을 불과 1년 앞두고 있는 지금, 새로운 감독을 구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비정상이다. 그리고 이 모든 책임은 축구협회가 자초한 일이기에 시작과 끝을 책임져야 한다.

2011년에 조광래 감독을 절차에 어긋난 방식으로 경질한 것도 축구협회요, 이후 하기 싫다는 최강희 감독을 억지로 대표팀에 들어앉혀서 시한부 감독을 만든것도 축구협회다. 그런데 또다시 1년 6개월 동안 아무런 대비책도 없이 도끼자루 썩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이제와 발등에 불떨어지니 후임감독을 빨리 찾아야한다'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이쿠, 축구협회가 얼마나 장기적인 비전이 없는 무능한 집단인지를 또 한번 확인했다.

이런 상황이 신임감독에게는 무덤이 될수가 있다. 협회에 물어보자. '어떻게든 1년 안에 팀을 만들고 월드컵에서 성적을 내주시오'하고 요구하는 것이 타당한 일이냐고...세계축구를 호령하는 브라질이나 스페인같은 축구강호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제 축구협회는 신임감독이 2014 월드컵에 실패한다고 해도, 가장 큰 책임은 축구협회에게 있다는 것을 전제로 신임 감독에게 그 짐을 떠넘기지는 말았으면 한다.

1년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 대표팀의 장기적인 비전과 연속성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또다시 1년 짜리 단명 감독이 나오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마찬가지다.

만일 홍명보같은 국내파 감독이라면 단지 1년을 메우기 위하여 지도자 인생의 큰 멍에가 될지도 모르는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외국인 감독은 떠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공연히 비싼돈을 들여 제대로 된 노하우를 얻지도 못하고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 된다면 손해를 보는 것은 결국 한국축구라는 것을 꼭 명심해 주었으면 한다.

축구협회가 아직도 1년짜리 '시한부 월드컵 강사'가 필요하다고 수선을 떨어서는 더욱이 안된다.그런 강사는 구할수도 없고 설혹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한결같이 대답할 것이다. NO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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