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부터 하우스푸어(과도한 주택담보대출로 생활이 어려운 주택 소유자)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소비자들의 이용 실적이 극히 저조하다.

정부가 프로그램을 내놓을 땐 올해 2만가구 이상의 하우스푸어를 구제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지만 한 달 정도 지난 현재 이용자가 수백명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은행 창구 등 일선 현장에선 "문의는 많이 들어오지만, 신청 조건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만들어 실제로 지원받을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말한다.

하우스푸어 프로그램 이용 실적 저조

금융위원회와 은행권 등이 합동으로 실시 중인 하우스푸어 구제책으로는 그대로 두면 장기 연체자가 될 우려가 있는 사람에게 채무조정을 해 주는 '프리워크아웃'(사전 채무조정), 주택연금을 미리 받아 부채 상환에 활용하는 '사전가입 주택연금'과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주는 '적격전환대출', 연체된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정부에서 대신 사 주는 '부실 주택담보대출 채권 매입' 등이 있다. 하지만 모두 이용 실적이 저조하다.


하우스 푸어 지원 프로그램 설명 표
2일 금융 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시중은행의 사전가입 주택연금 상품의 판매 실적은 40억원에 그치고 있다.

주택연금은 은행에 집을 담보로 잡히고 연금형태로 매달 일정액의 생활비를 받는 상품인데, 사전가입 주택연금은 연금 지급 한도의 100%까지 일시금으로 받아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갚는 데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용 실적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연금 지급 한도가 모자라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즉, 대출금 5000만원을 상환해야 하는데, 사전가입 주택연금으로 일시에 받을 수 있는 액수가 4000만원이라면, 1000만원의 목돈은 개인이 알아서 마련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존 고금리 대출을 주택금융공사의 적격대출(適格貸出)로 갈아 태워주는 적격전환대출은 7개 은행에서 10여 건, 10억여원어치만 판매됐다.

적격대출이란 주택 구입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말하는데,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아 갈아타려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문의는 많이 들어오지만, 서민 지원을 목적으로 하다 보니 소득이나 주택 가격 등의 요건이 까다로워 맞추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는 3개월 이상 연체된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매입해 채무 조정을 해주는 제도를 실행 중이나, 20여명만 이 제도의 혜택을 받았다.

반면 LH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실시 중인 '하우스푸어 주택 500호 매입' 제도에는 신청 기간 5일 동안 총 1103가구가 신청, 경쟁률이 2대1을 넘어섰다.

이 제도는 하우스푸어의 주택을 LH공사에서 매입해주는 것으로, 수도권에서 987건, 지방에서 116건이 접수됐다.

금융권에서 실시된 하우스푸어 대책들은 신청 기준이 대부분 주택가 6억원 이하인데, LH공사의 주택 매입 제도는 공시가격 9억원 이하이고 전용면적 85㎡ 이하인 아파트를 소유한 1주택자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안 팔리는 내 집을 정부에서 사 준다"는 개념이라 소비자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점도 인기 비결로 거론된다.

하우스푸어 구제 프로그램 이용하려면

프로그램의 이용 자격을 잘 따져보고 자기 필요에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전가입 주택연금은 부부 모두 만 50세 이상, 6억원 이하 1주택자가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갚고자 할 때 이용할 수 있다.

적격전환대출은 부부합산 연소득이 6000만원을 넘지 않으면서 6억원 이하 1주택 보유자가 신청할 수 있다. 대출은 2억원 이하여야 하고 대출 당시보다 소득이 줄어든 대출자가 신청 대상이다.

주택담보대출을 3개월 이상 연체했다면 캠코의 부실주택담보대출채권 매입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부부 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 집값 6억원 이하의 1주택자가 신청할 수 있으며 부실 주택담보대출을 최장 30년간 분할 상환할 수 있다. 2년 동안은 원금 상환도 미룰 수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4·1 부동산 활성화 대책의 후속 조치로 각종 금융권 지원 대책을 내놓으면서 올해 총 2만2000가구의 하우스푸어가 2조원의 채무조정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황을 봐가며 지원 조건을 완화해가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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