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퇴임 3개월여 만에 개인비리 혐의로 결국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여환섭 부장검사)는 10일 황보연 전 황보건설 대표로부터 공사 수주 청탁 명목으로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원 전 원장을 구속했다.

원 전 원장은 재임 시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권력을 누렸지만 퇴임 후에는 온갖 의혹에 시달리다가 3개월만에 '영어'의 신세가 됐다.

이와 별도로 현재 원 전 원장은 국정원의 '정치·대선 개입' 활동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18대 대선 기간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사건'이 터지면서 원 전 원장의 험난한 앞길이 예고됐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국정원이 조직적인 인터넷 댓글 작업을 하며 국내 정치와 대선에 개입했다고 주장했고 원 전 원장에게 각종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지난 3월 말 퇴임한 원 전 원장은 곧바로 해외로 출국하려고 했지만 법무부의 출국금지 조치에 발목이 잡혔다.

검찰은 4월18일 경찰로부터 댓글 사건을 송치받아 곧바로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수사 착수 11일 만인 4월29일 원 전 원장이 처음으로 검찰에 출석해 14시간의 마라톤 조사를 받았다. 한 달 뒤인 5월27일에 재소환됐다.

수사팀은 원 전 원장에 대해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검찰 일부에서 선거법 적용이나 구속영장 청구는 쉽지 않다는 이견이 제기됐다.

선거법 공소시효(6월19일)가 임박하면서 원 전 원장은 지난달 14일 원 전 원장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댓글 사건'이 일단락됐지만 원 전 원장의 개인 비리가 드러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특별수사팀이 국정원의 댓글 의혹을 파헤치는 동안 특수1부는 황보건설 대표가 원 전 원장에게 금품 로비를 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검찰에 구속된 황씨가 "원 전 원장과 오랫동안 친분 관계를 유지해 왔을 뿐 로비를 하진 않았다"라며 의혹을 한동안 부인하다가 심경을 바꾸면서 수사가 급진전됐다.

검찰은 "공기업이나 대기업이 발주하는 공사 수주에 도움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원 전 원장에게 억대의 돈을 건넸다"는 황씨의 진술을 확보했다.

원 전 원장이 구속됨에 따라 권영해 전안기부장 이후 역대 정보기관 수장 중 개인비리로 처벌받는 두 번째 사례가 됐다.

김영삼 정부 시절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장을 지낸 권씨는 안기부장 시절 안기부 자금 10억원을 빼돌려 동생에게 주도록 한 혐의로 2004년 기소돼 이듬해 징역 2년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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