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설비점검차 개성공단을 방문한 기업인들은 하나같이 "남북 당국이 재발방지에 합의해야 신속한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윤규 화인레나운 대표는 이날 개성공단 방문 직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공단 상태는 걱정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았고 북한 근로자들도 정상화를 매우 바라고 있다"며 "오는 15일 열리는 후속회담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그는 "재발방지만 확실히 보장되면 2주 만에 재가동할 수 있다"면서 "회담 결과에 따라 전화위복이 될 수 있고 두 번 죽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은 섬유·봉제업체와 영업기업 등 76개 업체가 전날 전기·전자업체에 이어 2차로 방북했다.

기업들은 생산설비 등 재가동에 필요한 여건을 점검하고 다음날부터 공단에서 가지고 나올 완제품과 원·부자재의 상태를 확인했다.

섬유·봉제업체 기업들은 공단 출입이 통제된 4∼5월이 여름 상품을 본격적으로 납품하는 시기라 평소보다 많은 양의 완제품이 공단에 쌓여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물자반출을 위해 방북할 수 있는 인원이 업체당 3명으로 제한돼있어 대형 화물차량을 수소문해 최대한 많은 물자를 싣고 나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철 제시콤 대표이사는 "이틀 만에 물자를 반출하려니 일정이 너무 촉박하다"면서 "하지만 남북대화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하라고 할 때 최대한 가지고 나오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한편, 기업인들은 공단에서 만난 북측 근로자들도 신속한 정상화를 바라고 있으며 공단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공단을 방문한 성현상 ㈜만선 대표는 지난 5월 주재원들이 철수한 직후 한 북측 근로자가 만선 공장 2층 옥상에 난 불을 끄다 한 손에 큰 화상을 입은 사연을 전했다.

성 대표는 "옥상 변압기에 물이 들어가 전기화재가 발생했는데 북측 직원이 급하게 뛰어올라가 끈 덕분에 공장이 무사했다"며 "전기가 흐르는 변압기에 손을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는데 참 고맙고 나중에 보상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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