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 잘하는 지자체가 되라

“물을 사 먹는 시대가 올 것이다”라는 말을 과거 농담처럼 주고받던 시대가 있었다. 70~80년대 중동의 건설현장을 누비던 우리나라 건설 근로자들이 중동에서 휘발류보다 물값이 더 비싸다는 이야기를 했던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제 중동이 아닌 대한민국에서 물값이 기름값을 능가하는 날도 그리 멀지않을성 싶다.

물관리 사업은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상수도 관리주체가 바뀐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그러나 또다시 그 주체가 민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재벌이 상수도를 장악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솔솔 새어나오고 있는 가운데 현실이 될 가능성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자체의 수도민영화는 소리소문없이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고 2030년 안에 주체가 결정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있다.

전국의 상수도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고 있다. 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한 곳을 제외하면 지자체가 모두 상수도를 관리하는 것이다. 전국 163곳중 지자체가 수공에 관리를 위탁한 곳은 21곳으로 2003년 충청남도 논산이 처음으로 수공에 관리 위탁을 맡긴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법적 근거는 2001년 9월 개정된 수도법이다.

DJ정부가 수도법을 개정해 민간위탁의 길을 터줬다면 노무현의 참여정부는 2006년 ‘물 산업 육성방안’을 통해 이를 국가정책으로 만들었다. 이어 MB정부는 2010년 발표한 ‘물산업 육성 전략’에서 사업자간 경쟁 유도(2015년까지)를 통해 경쟁체제를 강화하고(2020년까지), 인수합병을 통해 물기업을 대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시말해 2030년까지 163개 권역을 5개로 통합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어 바톤을 넘겨받은 박근혜 정부는 물산업 육성을 현실성있는 공약으로 제시하고 추진하고 있다. 공약과 관련 환경부는 지난 4월 “대구지역에 물전문 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물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지역공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 황석태 수도정책과장은 “펌프와 같은 물 관련 기자재를 만들고 시스템을 만드는 기업을 육성하는 단지를 만드는 사업”이라고 배경 설명을 했다.

정확히 말하면 밑그림은 정부가 그리고, 지자체별로 위탁을 추진한다는 것, 이 사업이 은밀하게 진행되는 탓에 사전에 타당성을 검증할 방법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우문숙(민주노총 대외협력국장) 국장은 “정보공개청구를 하더라도 공개를 거부하고, 의회에 내용이 올라가면 알게 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태백 같은 경우도 도의회에 가로막혀 알게 됐다”고 말해 이 사업은 일반인들이 잘 모르고 있는 사업이라고 했다.

2012년 12월 기준으로 21개 이상 지자체가 수자원공사에 상수도 운영권을 위탁했다. 30년 위탁한 지역은 7곳으로 논산 사천 예천 서산 고령 금산 동두천이다. 정읍, 천안(공업용), 거제, 양주, 나주, 단양, 함평, 파주, 광주, 통영, 고성, 장흥, 완도, 진도 등은 20년이다. 지금 수공에 위탁운영을 맡긴 지자체외에 추가로 전국 34개 지역이 위탁을 추진 중이다. 강원 남부권 4개 지역(평창·영월·정선·태백)은 수공이 아닌 환경공단에 위탁을 주려고 추진 중이다.

박근혜 정부가 물기업을 육성하는 가운데 ‘물 민영화’와 관련해 정확한 실태와 현황을 파악하는 곳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유일하다.

공무원노조가 실사를 벌인 결과를 들여다보면 2003년 전국 최초로 수공에 상수도를 위탁한 논산의 위탁비용은 2004년 33억3천만 원에서 2010년 93억9천만 원으로 6년만에 281% 증가폭을 기록했다.논산시가 수공에 위탁 전 2003년 수도요금은 1㎥당 709원이었지만 2010년 883.45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8월 요금은 15% 추가 인상됐다. 공무원노동조합의 이수현 위원장은 “4대강 사업으로 수조 원 적자를 떠안은 수공이 노골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게 상수도 위탁경영”이라고 말했다.

수공의 지나친 이윤은 결국 지자체 주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다. 주민들의 저항을 받는 지자체들은 지금 진퇴양난(進退糧難) 이다. 지난 2008년 수공에 상수도 운영을 위탁한 양주시는 현재 수공과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양주시는 지난 4년 동안 운영한 결과 재정이 악화됐고 수도요금도 올랐다며 지난해 5월 수공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법원은 수공의 손을 들어줬다. 수공이 양주시의 지휘·감독 명령을 위반하고 정기감사를 거부했다는 양주시의 주장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주시가 반발하는 것은 시가 직영할 때보다 2193억 원의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하는 반면 유수율(정수장에서 가정까지 도달하는 물의 비율)은 90.5%에서 84.4%로 낮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주시 지방상수도 위탁운영 재정손실 보고서를 작성한 시 관계자는 “수자원공사가 공기업이 아니라 사기업의 입장에서 이윤추구의 목적을 가지고 상수도 위탁 문제를 보고 있다”고 판단했다.

“상수도 사업은 매년 몇 백억 원을 투자하는 공공 인프라다. 그런데 돈을 쏟아 붓고도  테가 안 난다. 지자체 재정은 더욱 열악해졌지만 정치인들은 우선적으로 치적사업이나 전시성 사업에 예산을 투입한다. 지자체의 수도민영화 논리를 굳이 따져보면 정치인들이 가장 꺼려하는 것이 주민들과의 마찰이다. 그중에서도 우려를 가장 많이 내포하고 있는것이 수도사업이다.

수도민영화는 결국 이 문제를 피하고싶은 이유에서부터 출발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쓸 돈은 없고 골치 아픈 수도를 넘기고 싶은 지자체와 돈을 벌어야 하는 수공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문제는 수공이 먹거리를 키우면 이젠 사기업이 수공보다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위해 움직일 것이다.

지자체들이 원가 대비 요금을 뜻하는 ‘요금현실화율’은 지자체별로 천지차이를 보이고 있다. 수도관을 설치하고 운영하기 어려운 강원도 일부 지역은 30~40%대다. 전라북도 진안군은 15.7%다. 경상남도 진주시는 93.1%다. 전국 평균 현실화율은 2000년 75.2%에서 2003년 89.3%로 증가했다가 2011년 76.1%로 떨어졌다.

요금현실화율로“수탁자 수공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공무원노조 관계자의 주장이다. 물산업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은 수공이 요금을 현실화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호시탐탐 지자체 상수도 사업에 관심을 갖고 기회를 엿보는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두산, 한화, 포스코, 동서, 효성 등으로 이들 기업들은 물의날 행사나 물산업 박람회에 꾸준히 참석하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물 민영화 실패사례는 외국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볼리비아 코차밤바는 민영화 이후 수도요금이 30%나 올랐다. 시민들은 평균임금의 4분의 1을 물을 사는 데 썼다.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시민들은 10배 오른 수도요금 때문에 2004년 헌법을 개정하고, 물을 다시 공공관리로 전환했다. 물 기업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 그로노블도 수도요금이 102% 올랐는데 2000년 시 소유로 전환됐다. 파리도 2009년 위탁이 끝나자마자 재공공화했다.

이처럼 민간기업의 참여는 결국 물값을 올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만약 우리 국민들이 지금처럼 물을 마음대로 쓴다면 물값은 각 가정마다 전체수입의 절반이라도 내 놓아야 할 것이다.이런 결과가 결코 우리에게 오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갖기에는 지금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생각은 무엇인가? “정부 계획은 ‘아리수’를 만든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와 수자원공사를 물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정부가 ‘손실이 있더라도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에서 빠져 버리려 하는 것이다.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물을 팔았다고 했다."기름을 팔자"가 아니라“물을 팔자”는 생각은 세계은행으로 부터 나왔다. 1990년 세계은행은 빈곤 완화를 목적으로 수백 개 물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했다. 이후 세계물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이 위원회에 초국적 물 기업인 베올리아, 수에즈의 임원이 핵심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이제 각 나라마다 물관리가 얼마나 자국의 미래에 중요한지를 지금 이시점에서 돌아봐야 한다.

“이제 물은 ‘석유보다 돈 되는 사업’이 됐고, 정부가 물산업을 육성하는 한 사기업이 진출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은밀하고 조용하게 세계 1위 물 기업 베올리아는 이미 한국에 진출했고 인천시 송도와 만수에서 각각 하수처리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알고 있었는가? 라고 묻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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