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입어도 구제 어려운 신종 피싱 출연

▲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대부분 즐겨찾기나 포털 검색 등 정상적인 방법으로 은행 사이트에 접속했기 때문에 그 사이트가 가짜라는 것을 눈치를 채지 못했다"라며 "보안카드 번호 전부를 요구하면 이는 무조건 파밍사이트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30대 초반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달 4일 회사 동료로부터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홍콩의 한인민박을 장기 예약했으니 722만원을 입급해달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오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메신저에 적힌 계좌로 돈을 보내줬다. 하지만 이 계좌는 회사 동료의 것이 아니라 홍콩에 있는 한인 민박의 계좌였다.

이 계좌를 알려준 사람은 김모씨의 회사 동료가 아닌 오모씨였다. 오모씨가 회사 동료 메신저 계정을 도용해 김모씨에게 돈을 부쳐달라고 접근한 것이다. 오모씨는 한인 민박에 장기 숙박 예약을 했고 그런 다음 김씨가 송금한 사실을 확인한 뒤 다시 민박을 직접 찾아가 "숙박을 취소할 테니 계좌에 입금한 돈을 홍콩달러로 반환해달라"며 숙박비를 현금으로 받았다.

#40대 자영업자인 신모씨는 최근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기 위해 본인이 거래하는 은행 사이트를 찾았다.

자신의 컴퓨터에 악성코드가 설치돼 있는지 모르고 네이버 검색을 통해 접속한 것이다. 이 악성코드는 정상적인 주소를 입력해도 위조 사이트로 연결되도록 하는 해킹의 한 종류인 파밍이었다.

이런 사실을 모른 신모씨는 아무런 의심없이 자신의 금융거래 정보를 입력했고, 해커는 신모씨의 개인정보를 빼내갔다.

그런 다음 사기범은 금은방을 찾아가 고가의 보석을 구매했다. 결제는 파밍으로 얻어낸 신모씨의 정보를 활용해 인터넷 뱅킹으로 지불했고, 원래 가격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했다. 보석을 건네받으면서 추가 지불한 돈을 되돌려 받기 위해서였다. 

두가지 사례는 금융사기 수법인 피싱이다. 이 수법은 자금 추적 등을 피하기 위해 대출·취업 등을 빙자해 확보한 타인 명의의 통장으로 피싱사기 자금을 이체한 뒤 현금카드 등으로 돈을 인출하던 기존 수법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최근 피해자가 부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이스 피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2012년 12월 714건에서 2013년 5월 792건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에 피싱사이트와 파밍 등 '인터넷 피싱' 피해 건수는 475건에서 1,173건으로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피싱 사기 수법이 이렇게 지능화함에 따라 피해자도 고령층에서 전 연령대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발생한 피싱 사기 만 천여 건을 분석한 결과 1인당 피해금액은 평균 922만 원, 피해자 연령대는 30대에서 50대가 75%를 차지했다.

피싱 사기를 유형별로 보면 보안 인증을 가장한 금융정보 편취가 83%로 가장 많았고, 젊은층을 대상으로 메신저 계정을 도용한 뒤 지인을 사칭한 사기 피해도 10%에 달했다.

신종 피싱 사기의 문제는 피해구제가 어렵다는 데 있다. 자영업자 신모씨는 뒤늦게 인터넷 뱅킹으로 돈이 빠져나간 사실을 알고 지급정지를 신청했지만 보석 판매상은 정상적인 물품거래임을 주장하고 있어 돈을 한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상 피싱사기의 경우 지급정지를 신청할 경우 사기이용계좌 잔액 범위내에서 피해금 환급이 가능하다"면서 "하지만 신종 수법은 피해금 잔액이 사기이용계좌에 남아있다 하더라도 명의자가 본인의 통장에 입금된 금액이 상거래 상 정상적인 거래대금임을 주장할 경우 분쟁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피해예방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기이용 계좌 명의자가 '대포통장이 아니며 정상적인 거래'라고 주장하면 피해자만 당하게 돼 있는 구조"라며 "피싱사기 예방을 위한 소비자 유의사항을 철저히 지켜 애초에 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피해 방지를 위해 금융사의 전자금융사기 예방서비스에 가입해 공인인증서 부정 재발급을 차단하고, 인터넷뱅킹을 이용할 때는 주기적으로 악성코드를 검사할 것을 권고했다.

또 만약 피싱 사기를 당했다면 경찰청과 금융사에 신속하게 지급 정지를 요청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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