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의 이동통신 '3각구도' 울타리 이제 걷어낼때

이동통신 시장은 지난 15년 동안 SKT, KT, LG유플러스의 독과점 구조로 이루어져 왔다. 앉아서 수십조 원을 벌어들이는 이동통신사를 비판을 해본들 이들 3사가 어디 눈한번 꿈쩍하겠는가? 오히려 떡하나 더 주는 꼴이다. 주파수 할당 등에서 통신 3사는 정부 지원을 충분히 받기까지 했다.

실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가입자수는 전체 인구를 훌쩍 넘었다. 2013년 6월 말 기준으로 5409만9917명이다. 이동통신 3사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줬고, 이들은 설비 투자비용을 이용자에 전가해 왔다. 통신비는 인상률이 가장 높은 세금이 되버렸다.

이쯤에서 제 4 이동통신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명분을 얻고 있다. 무선 광대역 인터넷서비스로 잘 알려진 와이브로(WiBro)로 제4이동통신 사업에 4차례나 도전했다 실패를 맛봤던 한국모바일인터넷(KMI) 컨소시엄이 기술방식을 바꿔 재도전에 나선다고 한다. 그러나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지난 9일 업계에 따르면 KMI 컨소시엄은 이달 말 미래창조과학부에 와이브로 대신 '시분할(TD)-롱텀에볼루션(LTE)' 방식으로 제4이통 사업 신청할 계획이다. 시분할(TD)-롱텀에볼루션(LTE)이란 데이터 통신에서 시간을 소단위로 분할하고,어떤 간격으로 개개의 미소 시간을 써서 데이터의 일부를 전송하는 기법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모바일인터넷(KMI)컨소시엄은 지난 2009년부터 토종기술 와이브로를 활용해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던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는 KMI측에 총 4번 신청서를 반려했다. 반려이유와 관련해서 방통위는 투자금의 안정성 등 “재무능력 미흡”을 문제 삼았다. KMI는 방통위의 지적에도 빠르면 8월 말 미래창조과학부에 이동통신서비스 사업자 신청을 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KMI의 서비스 사업자 진입 가능성을 낮게 본다. 통신 3사가 시장을 철옹성같이 틀어막고 있는 상황에서 건전한 자본을 끌어 모을 수 있을지가 가장 회의적이다. 설혹 진입하더라도 통신 3사와 경쟁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전망이 많다.

공종렬 대표는 초기 자본과 관련해“8000억 원 이상 투자를 약속받았고, 통신 서비스 4년차면 흑자로 돌아설 자신이 있다”는 확신 갖고있다. KMI 컨소시엄이 조기에 성공을 자신하는 이유는 통신장비, 단말기 업체들과 중소기업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2015년 상반기 중 TD-LTE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8133억원의 자본금으로 고배를 마신 바 있어 9000억원으로 자본금을 늘릴 방침이다.

KMI의 주주 구성은 기존 주요 주주와 러시아 자본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고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개인주주는 최소화할 예정이다.

특히 KMI 컨소시엄은 제4이통 사업의 기술방식을 장비와 단말 수급이 원활한 TD-LTE로 바꾸기로 했다. 장비는 삼성전자, 소니에릭슨, 화웨이 등에서 받는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지난달 미래부에 와이브로 주파수 용도를 TD-LTE용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TD-LTE는 와이브로와 80% 이상 비슷한 기술이고 TD-LTE로 바꾸더라도 기존 와이브로 네트워크와 단말기를 함께 쓸 수 있기때문이다.

이에대하여 업계 관계자는 "KMI가 기술방식을 바꿔 제4이통에 재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세계 주요 통신사들이 와이브로를 TD-LTE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라고 밝히고 현재 와이브로 장비 등 수급이 어려워 와이브로를 통한 제4이통 사업이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 대표는 “5년 전 와이브로 방식으로 투자계획을 잡았을 때는 2조5천억 원의 자본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LTE-TD 방식으로 하면 1조9천억 원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기술이 IP방식으로 바뀌면서 비용이 많이 내려갔다”는 게 공 대표의 설명이다. 3사는 LTE 전국망 구축을 완료한 지난해 총 6조2천억 원을 투자했다. SKT가 2조5천억 원, KT 1조5천억 원, LG유플러스 1조2천억 원 등 이다.

공 대표는 현재 국내의 이동통신 시장에서 통신 3사의 독과점 폐해가 우리가 알고있는 생각보다 훨신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LTE 가입자는 3G 가입자의 단순이동이다. LTE ARPU는 5만8천 원인데 이건 3G 가입자의 ARPU 3만3천 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와이브로가 왜 실패했나. 기존 사업자에게 사업권을 내줬기 때문이다. 이게 다 요금 인상으로 흐른다. 15년째 물이 고여 있다.”는 증거다. 이제 신선한 물로 바꾸어주어야 한다.

통신 3사 독과점의 폐해는 ‘알뜰폰’ 사업자로 알려진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사례를 보면 된다. 알뜰폰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이통시장을 흔들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효과는 기대를 저버리고 미미하다. 알뜰폰에서 주목할 점은 통신 3사가 MNVO에게 소매가격에서 일부를 할인하는 방식(retail minus)으로 망을 빌려준것으로 3사 입장에서는 전혀 손해 볼 것 없는 장사다. 마당쓸고 돈줍는 형국이다.

지난해 초 서비스를 시작한 프랑스의 제 4이동통신사 Free Mobile의 가입자는 441만 명이다.여기서 우리들이 주목해야 할 것이 이 회사가 프랑스 통신요금 인하를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종렬 대표는 프랑스 사례를 거론하며 “사업자수는 정부가 아니라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이미 ‘시장 실패’ 상황으로 봐야하는데 정부는 개입하지 않고 오히려 울타리를 쳐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KMI가 TD-LTE 방식을 통해 제4 이동통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선 미래부가 와이브로 주파수를 반환받아 TD-LTE용으로 재분배해야 한다. 통신 업계에서도 와이브로가 국내외에서 지지분한 상황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TD-LTE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KMI의 4이동통신 진입은 과연 가능할까? 솔직히 말하면 진입 장벽은 높다. 그러나 만에하나 4 이동통신사업자로 방통위의 허가를 받는다면 진입과 동시에 이동통신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게 공종렬 대표의 설명이다. 공 대표는 통신 3사의 인건비, 내부거래 등을 분석한 결과 “연간 3조5천억 원을 빼더라도 정상적으로 회사가 돌아간다”며 “우리가 이 비용을 역산해 통신요금을 30% 싸게 한다면 기존 통신사는 기존 비용구조를 고치기 전엔 절대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는 “통신사업자는 기존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2G, 3G, 4G, IPTV, 유선전화, 인터넷전화 등 망 하나를 관리하는 데만 3000~5000억 원이 드는데 우리는 하나만 관리하기 때문에 30%를 인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망 하나로 초고속인터넷과 IPTV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에 통신 3사의 요금보다 내려가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공종렬 대표는 통신 3사가 ‘을’을 압박해 원가를 낮추면서도 이 이익은 모두 관계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데 쓰인다고 지적했다. 연 40조 원에 이르는 통신시장으로 계열회사들을 먹여 살리기 때문에 통신 3사가 요금을 낮출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공 대표의 설명이다. 이밖에도 그는 3사가 설비보다 마케팅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이익의 절반 정도를 배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통신사들은 기기와 기술을 개발하고, 행정전산망을 깔고 국가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사회적으로 기여해왔지만 시장을 완벽하게 독과점한 뒤엔 전혀 기여하지 않는다”며 “세금처럼 통신요금을 받아 주주에게 넘기는 일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망사업자는 기술과 콘텐츠를 수출 채널이 될 수 있지만 통신 3사 때문에 완전히 내수산업이 돼버렸다”고 주장했다.

이동통신시장에서 신규 사업자가 자리를 잡으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공종렬 대표는 “설비와 상호접속제도 등 우리나라 제도는 잘 돼 있다”고 말했지만 정부의 정책 지원 없이 생존하는 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요금 인상을 잡기 위해서라도 서비스로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편으로는 전국망 구축에 시간이 걸리는 신규사업자는 사업 초기 기존 사업자의 망을 빌려야 할 필요가 있다. 사업자의 안착을 위해 원가에 일정 이익을 더해 임차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cost plus)이 필요하다. 단말기를 유통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 탈법적 행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20년 모바일 트래픽을 2011년 대비 11~13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동통신시장이 그만큼 커지는 셈인데, KMI는 이를 신규사업자 진출 명분으로 강조하고 있다.

공종렬 대표는 “신청사업자를 우대하겠다던 이명박 정부의 약속을 믿고 기다리다 하염없는 5년의 세월을 버렸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사업자와 유착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허가를 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제4 이동통신사업자에 대한 희망을 품고있다. 15년의 철옹성 같았던 이동통신시장의 3각구도가 무너질 날이 올수있을지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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