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측이 피고인의 지위를 더 우선시해 같은 날로 예정된 국회의 국정조사가 아니라 법원의 재판에 출석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14일 열린 두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김 전 청장 측 변호인은 "국정조사와 재판이 같은 날 잡혀 (국회와 법원) 두 기관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며 "재판 일정이 먼저 잡혀 있었고 피고인의 지위로서 재판을 우선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으로 예정됐던 국회 국정조사특위의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1차 청문회는 핵심증인인 김 전 청장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모두 불출석하면서 파행을 겪었다.

김 전 청장은 지난 12일 "재판 날짜와 겹친다"며 14일로 예정된 청문회에 대한 불출석 의사를 밝혔지만 오는 21일로 예정된 청문회에는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 측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이광석 수서경찰서장 등에 대한 증인신청이 채택됐다. 이에 따라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은 오는 30일, 다음달 6일 등에 각각 진행될 예정이다.

김 전 청장은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댓글작업'에 대한 서울 수서경찰서의 수사를 수차례 방해한 혐의(공직선거법·경찰공무원법 위반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국정원 여직원 김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분석한 결과를 수서경찰서에 제공하지 않은 채 수사결과 발표문을 작성·배포케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해 12월16일 "대선 후보 관련 비방·지지 게시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사실상 범죄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혐의도 있다.

아울러 증거분석 결과물 회신을 요구하는 수서경찰서의 요구를 계속 거부하는 수법으로 정상적인 수사진행을 방해한 의혹도 받고 있다.

김 전 청장에 대한 첫번째 공판기일은 23일 오후 2시에 열리며 검찰·변호인 측의 모두진술과 서증조사가 각각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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