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정상화를 모색하던 여야가 다시금 대치국면 흐름을 맞고 있다. 국가정보원 국정조사를 마무리 짓고 9월 정기국회 개원을 열흘 앞둔 여야와 청와대는 물밑협상을 통해 정국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 중이었지만,

야당의 ‘3·15 부정선거 발언’에 여당이 “대선불복”이라며 격렬히 반발해 정국은 다시 얼어붙었다.

민주당 역시 의원총회에서 장외투쟁의 장기화를 준비하며 의원들을 독려해 여야 정치권의 강대강 대치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국을 급랭상태로 되돌려 놓은 사건은 야당의 ‘3·15 부정선거 발언’이다.

국정조사특위 야당의원들은 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박 대통령은) 3·15부정선거가 시사하는 바를 잘 알고 있는 만큼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고 밝혔다.

국정원 대선개입을 4·19 혁명을 불렀던 3·15 부정선거에 빗대 여권을 자극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즉각 반발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22일 국정원 댓글 사건과 3·15 부정선거를 연관지은 데 대해 “의도적인 대선불복 행위”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윤 수석부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난 대선을 3·15 부정선거에 빗대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선택을 왜곡하고 정부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민주당 지도부가 야당 국조특위 위원들의 이 같은 공개서한 내용에 동의하는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대선불복’ 공세는 야당이 가장 꺼려하는 프레임이다.

민주당도 물러서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장외투쟁의 강도를 높이는 동시에 장기전을 각오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하게 밝혔다.

김한길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국회가 해야 할 일을 한다고 해서 여당이 정하는 일정에 맞춰서 따라가기만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시간 투자가 양분되는 만큼 천막에서의 (투쟁)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호랑이 눈으로 보되 소처럼 간다’는 뜻의 호시우행(虎視牛行)을 언급하면서 “천막을 칠 때 미리 장기전을 각오했다. 여기서 결코 멈출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공개로 전환된 의총에서도 장외투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발언은 쏟아졌다.
유승희 의원은 “원내와 장외는 하나”라며 “지금은 장외투쟁을 강화할 때”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특히 ‘범국민민주주의회복특위(가칭) 구성’을 제안하면서 당 대표가 특위 위원장을 맡고 중진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강창일, 김기준, 박영선, 김상희 의원 등도 “결기 있는 민주당의 모습이 필요하다”는 발언으로 힘을 보탰다.

전날 진행됐던 비공개 연석회의에서도 “단식부터 의원총사퇴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강경발언이 쏟아진 바 있다.

다만 민주당은 결산국회에는 임할 방침이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결산국회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적이 없다. 결산심의는 당연히 하는 것”이라면서 “이미 예결특위는 회의를 열고 있다. 적절한 방식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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