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누구에게나 물욕, 성욕, 권세욕, 명예욕 등 여러 욕심들이 생겨나기 마련인데 이런 욕심들은 사람의 성장 발전에 큰 자극제가 되거나 추진력이 되기도 하나, 반대로 이런 욕심이 과할때는 자신을 곤란에 빠뜨리는 함정이 되기도 한다. 조금은 비어 있는 상태, 약간은 부족한 상태를 유지하면 오히려 삶은 윤택하고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기에, 욕망에 일정한 제어를 걸어주는 건 타인의 원망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어 현재 상황을 굳건하게 지켜주는 역할도 한다. 결핍은 불편한 상태라고 생각되지만, 오히려 결핍이 현재를 유지시켜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러기에 과욕으로 인한 파멸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내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이 있는가?”를 항상 생각해 보아야 한다.

노자 도덕경 44장의 한 구절에 “知足不辱하고 知止不殆하니 可以長久하리라.(만족함을 알면 부끄러움이나 치욕을 당하지 않고, 그만둘 때를 알면 위태롭지 아니하니, 오래도록 편안 할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인간이 만족할 줄 모르면 항상 부족증에 시달려 마음이 가난한 사람으로 살수도 있고, 아무리 출세와 명성을 얻어도 불만속에 사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거기서 벗어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천하의 도덕군자 공자(孔子)가 춘추오패(春秋五覇)의 한 사람이던 제(齊) 환공(桓公)의 사당을 찾아갔을 때 일이다. 환공은 춘추시대 포숙아(鮑叔牙)의 도움으로 왕위에 올랐고, 한때 환공의 이복형 편을 들어 자신을 죽이려던 관중(管仲)을 중용해서 천하의 패자가 되었던 인물이다.

공자는 그 사당에서 의식 때 쓰이는 그릇 가운데 유난히 눈에 띄는 그릇 하나를 찾아냈다. 사당지기에게 물으니 환공이 항상 곁에 두고 본 그릇인 '유좌지기(宥坐之器)‘ 라고 답했다.‘가득 채우려들면 기울어 넘쳐흐르지만 적당한 양을 채우면 반듯이 서는 그릇’으로 공자가 태어나기 거의 한 세기 전에 먼저 세상을 뜬 환공은 천하를 제패하고도 물이 절대로 넘치지 않는 그릇을 곁에 두고 늘 자신의 과욕을 경계했다는 것이다.

술잔에 70% 이상 술을 따르면 밑으로 몽땅 빠져 버리는 이 잔의 교훈은 모든 사물(事物)이 정도(程度)를 지나치면 도리어 안한 것만 못함이라는 과유불급(過猶不及)으로 중용(中庸)을 가리키는 말이며, 공자도 이를 본받아 스스로를 가다듬으며 과욕과 지나침을 경계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그와 비슷한 비기가 조선시대에 실학자 하백원(1781∼1844)과 도공(陶工) 우명옥(禹明玉)이 만들어졌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조에서 헌종때까지 살았던 화순의 실학자 하백원(河百源)은 전라남도 화순 지방에서 태어나 20세까지 학문을 배우고 23세부터 53세까지 30여 년간 실학 연구에 몸을 바친 과학자· 성리학자· 실학자였다. 그는 계영배를 비롯하여 양수기 역할을 하는 자승차, 펌프같이 물의 수압을 이용한 강흡기와 자명종 등을 만들었다고 한다.

출생과 행적이 불분명한 통천(?) 출신의 도공 우명옥은 조선시대 왕실의 진상품을 만들던 경기도 광주분원에서 스승에게 열심히 배우고 익혀 마침내 스승도 이루지 못한 설백자기(雪白磁器)를 만들어 명성을 얻은 인물로 전해진다. 그 후 유명해진 우명옥은 방탕한 생활로 재물을 모두 탕진한 뒤 잘못을 뉘우치고 스승에게 돌아와 계영배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계영배는 그 후 정조· 순조대의 거상(巨商) 임상옥(林尙沃: 1779-1855)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는 뛰어난 장사 수완으로 중국을 넘나들며 인삼 무역을 벌여 막대한 돈을 벌었다. 그러나 언제나 계영배로 자신의 지나친 욕심을 단속하면서 주변의 굶주리는 백성들을 구제해 나라에서 군수자리를 제수받는 영예까지 누렸다. ‘조선의 거상’이라는 임상옥에 대한 호칭이 다만 그가 많은 돈을 벌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Plato: BC 427-347)은 행복하기 위한 조건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첫째, 먹고 입고 살기에 조금은 부족해 보이는 재산
둘째,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외모
셋째,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절반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명예
넷째, 남과 겨루어 한 사람은 이겨도 두 사람에게는 질 정도의 체력
다섯째, 연설했을 때 듣는 사람의 절반 정도만 박수를 보내는 말솜씨

위 5가지의 공통점은 바로 약간의 부족함이다. 즉 진정한 행복의 가치는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만족하는데서 얻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계영배에 술을 70% 이상 따르면 술이 전부 빠져나간 것 같이 우리 인생도 계영배처럼 약간 부족하게 살아가면 더 행복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말하고 싶은 것의 70%만 말하고, 행동하고 싶은 것의 70%만 행동하고, 가지고 싶은 것도 70%만 가지는 것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니 욕심과 자만심은 누르고,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남의 말에 경청하고, 남의 좋은 의견은 받아 들이고, 성공했을 경우 공을 나누는 그런 겸손의 자세가 孝(HYO=Humanity between/of Young and Old)의 정신이고 인도(人道)의 정신이며, 이러한 孝의 정신을 가지고 실천하며 살아 갈 때 우리는 행복하고 성공한 인생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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