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경쟁치열 양극화 현상 뚜렷, 월200 못버는 변호사?

과거 수만명의 수험생들이 판, 검사로 인생의 역전을 꿈꾸며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관악구 신림동 일대 고시촌 일대가 로스쿨 도입 이후 썰렁하다못해 황량하다. 수험생들이 빠져나가면서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이낙연 의원은 지난해 10월 16일 국감에서 서울, 중부 지방 국세청 제출 자료를 통해 한 달 수입이 불과 100만원도 못버는 전문직들이 많다는 통계를 소개하면서 이들 전문직이 세금 탈루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한 달 100만원을 못 버는 서울청 관내 변호사가 312명으로, 전체 서울청 관내 변호사 1,890명의 16%나 된다는 것, 중부청은 전체 563명의 변호사중 6%인 36명 연수입이 1,200만원이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지난해 이낙현 의원 자료)

변호사 뿐 아니라, 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건축사, 변리사, 법무사, 감정평가사, 의사 등 소위 돈 많이 버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청과 중부청 관내 전문직 중 월 100만원을 못버는 이의 수가 3,848명이나 된다는 것에 자료를 수집한 이 의원 조차도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이낙연 의원은 "그런 전문직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소득을 낮춰서 신고한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면세점 이하인 연매출 2,400만원 이하의 전문직은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돼 소득을 일부러 낮춰 신고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식해 한 말이다.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전문직 개인사업자 중 연간 소득 1,200만원 신고자 비율은 2009년 3,909명, 2010년 4,170명, 작년에 3,848명으로 비슷한 숫자가 유지됐다. 이낙연 의원은 이를 근거로 매년 증가일로에 있는 전문직들의 수입이 일시적인 경기 불황에 따른 영향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이의원의 국감에서 밝혔듯 1년이 지난 지금도 전문직 상황이 나아진것이 없다. 지난 4월 서울시의 한의사 채용 공고는 경쟁률이 무려 36대1을 기록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연봉 5000만원(계약직 나급ㆍ6급 상당)도 채 안 되는 자리임에도 지원자들이 몰렸다. 면접위원으로 온 한 한의사단체 회장은  "한의사들의 형편이 많이 어렵다며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많이 채용해줬으면 좋겠다"고 서울시에 호소하기도 했다.
 
똑똑한 가난뱅이가 서울시에 넘쳐나고 있다. 지난해 변호사 자격증을 딴 서울 중위권대학 로스쿨 졸업생 A(45)씨는 1년 째 실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A씨의 로스쿨 졸업 동기들 중 60%가 비슷한 처지에 있다고 한다.

예전처럼 부와 명예를 동시에 얻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겠다는 기대마저 허물어지고 있다. 구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주변의 기대도 실망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처지다. A씨는 차라리 다니던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며 후회를 하고 있다.

한동안 열쇠3개라는 말이 오갈 정도로 선망의 대상이던 변호사, 의사, 한의사, 공인회계사 등 전문자격증을 가진 이른바 '사(士 또는 師)자 직업'들의 전성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다. 자격증을 따기만 해도 부와 명예를 보장해 줘 '계층 이동의사다리' 역할을 해 왔던것도 사실이다. 그랬던 전문 직들이 요즘은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벌여야하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했다.

이들 전문직들의 공통점은 내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의사의 경우. 대한의사협회 자료에서 정확하게 나타난다. 지난 2002년 인구 10만명당 164명이던 의사수가 2012년에는 28% 증가한 210명으로 조사됐다. 의사 1인당 인구수도 611명에서 457명으로 22.3% 감소했다.

그러나 문제는 매년 신규 의사 수는 3000명씩 배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OECD 평균 증가률인 1.6%보다 훨씬 높은5%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의사들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의사들의 개개 수입은 감소하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의사도 예외일수는 없다. 의사들과 비교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는 2000년 8845명이던 한의사가 2011년 1만6038명으로 10년간 81%나 늘어났다. 매년 850명의 신규 인력이 배출되고 있다. 시장 경쟁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한의사들은 "자격증 획득 후에 97.3%가 개원을 하고있지만 건물 임대료를 포함 장비,인건비등, 비용 증가로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했다.

사자를 가진 변호사들의 경우도 나을 게 없다. 지난해 로스쿨 출신 1기 변호사들의 취업률은 60%대에 불과하다. 충남대(31.3%), 강원대(38.7%) 등 몇몇 로스쿨은 30%대에 그치고 있다. 이미 개업한 변호사들도 극심한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변호사의 16.1%가 연 소득 2400만원 이하를 신고해 월 200만원도 벌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예전보다 훨씬 낮은 직급으로 공직 채용에 응하는 변호사들이 수두룩하다. 지난해 부산시, 인천시 등이 연봉 3000만원 정도밖에 안 되는 7급 공무원으로 변호사들을 공개 채용했지만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잘 나가던 '공인회계사'도 자격증을 그냥 놀리는 경우가 많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2013년 1월31일 현재 1만5767명의 등록회원 중 30% 가량인 5089명이 휴업중이라고 한다.

자격증 하나로 인생의 반전을 노리던 고시생들도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고시에 대한 인기도 시들해져버린지 오래다.

한때 수험생들로 북적거리던 서울 신림동 고시촌이 '공동화'되고 있다. 2009년 5만명이던 고시촌 '입주자' 수는 올해 2만 5000여명으로 줄어들며 반토막이 났다. 전국고시원협회 관계자는 "신림동 고시촌 경기는 거의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고시원, 학원, 식당 등 고시생을 상대로 장사하던 지역 상권이 모두 가라앉았고 고시원의 절반이 비어 있다"고 말했다.

전문직 종사자들의 영광은 이제 옛말이 되어 버렸다. 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인재라는 것은 그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한다.우리 국민들의 숫자에 비해 매년 많은 숫자의 전문직이 배출되다 보니 이런 문제점들이 생겨난다.이쯤에서 국민 모두가 한번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찾아봐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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