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별 주역들이 세운 쎄트렉아이, 스페인에 300억원 규모 관측위성 수출

세계 우주 시장에 도전장을 낸 한 중소기업이 있다.

최근 100퍼센트 자체 기술로 개발한 인공위성을 스페인에 수출해 유럽 시장을 뚫은 쎄트렉아이다. 20여 년 전 최초로 발사된 ‘우리별’ 개발의 주역들이 창업한 이 회사는 현재 1미터급 고해상도 소형지구관측위성 개발로 세계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고해상도 위성 개발에 대한 이들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된다

쎄트렉아이 연구진들이 한자리에 모여 소형지구관측위성 데이모스 2호의 성공적 개발을 자축하고 있다.

지난 8월 19일 대전 유성구 대덕밸리 내에 있는 쎄트렉아이(대표 김병진)에선 조촐한 행사가 열렸다.

이 회사 연구원들이 2년 여 동안 밤낮으로 땀을 흘리며 만든 인공위성 ‘데이모스 2호’를 스페인으로 보내기 전 자축행사가 진행된 것. 이 날 80여 명의 연구원들은 먼지 하나 없는 회사의 클린룸(clean room·청정방)에 방진복을 입고 들어가 자신들이 만든 ‘작품’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이들은 촬영이 끝난 후 개발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를 떠올리며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연구원들은 2년의 연구 기간 중 1년간은 주말도 없이 24시간 3교대를 하며 연구 개발에 몰두했다고 했다.

데이모스 2호는 300킬로그램급 크기의 해상도 흑백 1미터(흑백으로 가로·세로 1미터 면적이 점 1개로 표시되는 수준), 컬러 4미터 성능을 갖춘 소형지구관측위성이다.

쎄트렉아이는 2010년 11월 스페인 기업과 300억원 규모의 1미터급 소형 관측위성 수출계약을 맺은 후 최근 개발을 완료하고 이 위성을 8월 23일 스페인행 비행기에 실어 보냈다.

국내 유일의 위성체계 개발 전문기업인 쎄트렉아이는 소형지구관측위성의 3대 핵심기술인 위성 본체, 탑재체, 지상체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2012년에는 대한민국 10대 신기술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병진 대표는 “스페인 수출은 우주기술 강국인 영국, 프랑스와 경합을 거쳐 이뤄낸 성과라 더 의미가 크다”며 “선진 우주기술 시장에서 우리의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모두 인정받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쎄트렉아이는 1992년 8월 11일 국내 우주기술의 첫 신호탄으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 ‘우리별 1호’ 개발의 주역들이 만든 회사다.

김병진 대표를 포함한 창업 멤버들은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우리별 1호’를 제작, 우주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으며 우리별 2호, 3호의 개발에 연속 성공함으로써 대한민국을 인공위성 개발 국가로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

이들은 1999년 인공위성연구센터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간의 통합이 진행됨에 따라 따로 독립해 쎄트렉아이를 설립, 민간 위성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김 대표는 “현대 창업자인 고 정주영 회장이 조선소도 없이 해외에 가 선박 수주를 해온 것처럼 우리도 창업 초기 변변한 연구실도 없는 상황에서 세계 곳곳에 레터를 보내며 우리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해상도 0.5미터 도전…미국 시장도 진출할 것”

쎄트렉아이는 창업과 동시에 개발도상국을 우주 산업의 틈새시장으로 보고 집중 공략했다. 2000년 위성탑재 카메라를 수주한 것을 시작으로, 2001년 말레이시아에서 인공위성 ‘라작샛’을 수주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2.5미터급 해상도를 가진 중량 180킬로그램의 소형 위성인 라작샛은 2009년 7월 태평양의 미국령 콰절라인섬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국내 민간기업으로는 최초로 인공위성을 개발해 우주궤도 진입에 성공한 것이다. 회사는 이어 2006년 ‘두바이샛 1호’, 2008년 ‘두바이샛 2호’, 2010년 ‘데이모스 2호’ 위성 등을 차례로 수주하며 세계시장에 이름을 알려 나갔다.

한국의 작은 벤처기업에 불과했던 쎄트렉아이가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두바이샛 2호를 개발하면서부터다.

두바이샛 2호는 세계 최초의 고해상도 1미터의 소형지구관측위성이었다. 20여 년 전 최초로 발사된 우리별 1호의 해상도는 지상 400미터였다.

쎄트렉아이 연구진들은 수많은 연구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해상도 1미터 개발까지 성공하는 기술 발전을 이룩한 것이다.

해상도 1미터는 횡단보도에 있는 흰 선까지도 식별할 수 있다. 이번에 스페인으로 수출한 데이모스 2호도 1미터 해상도를 갖췄다.

쎄트렉아이의 전재성 선임연구원은 “2.5미터급 해상도에서 1미터급 해상도의 위성을 만드는 과정은 기존 설계를 완전히 뒤집는 연구”라면서 “위성 개발을 하는 연구원들은 항상 새로운 창조에 도전하며 기술 발전을 이뤄왔다”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현재 영국의 SSTL사, 프랑스의 EADS Astrium사, 일본의 NEC사가 1미터급 소형지구관측위성을 개발하고 있지만 쎄트렉아이가 개발한 위성이 가장 먼저 발사될 예정이다.

두바이샛2호는 오는 11월 러시아에서, 데이모스 2호는 스페인 현지에서 최종 시험을 거친 후 2014년 중반에 발사된다.

드넓은 우주시장을 향한 쎄트렉아이의 기술 도전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연구진들은 이미 1미터 해상도에서 더 나아가 0.5미터급 위성 시스템에 대한 초기 설계와 핵심 기술 검증을 마친 상태다. 세계 시장 개척도 계속된다.

스페인 수주를 기반으로 유럽을 비롯한 중남미, 아프리카로 시장을 확대하고 최종적으로는 우주항공 산업의 선진국인 미국 시장에까지 도전할 계획이다.

2008년 6월 코스닥에 상장한 쎄트렉아이는 지난해 매출이 361억원이었다. 올해는 매출 400억원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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