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당대표, 기자회견문 전문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16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3자회담에 응하겠다고 15일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서울광장 앞 천막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로) 국기문란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에 3자회담이 무의미해졌다는 주장도 많지만 내일 3자회담에 응하겠다”며 “내일 회담의 주요 의제는 국가정보원 등 국가권력기관의 정치개입의 폐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총장 사퇴 문제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박 대통령이 이에 대한 분명한 답변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권력에 의한 검찰 길들이기를 좌시하지 않고 반드시 진상규명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모든 양심 있는 국민과 함께 어둠의 세력을 규탄하는 범국민적 행동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혼외아들 파문’으로 사의를 표명한 채 총장 사건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검찰총장을 유신시대에도 없었던 사상 초유의 방식으로 결국 몰아냈다”면서 “국정원의 대선개입 등에 대한 진상규명을 방해하기 위한 긴급조치라는 지적도 있다”고 비난했다.



김 대표는 “나와 정권을 호위하지 않는 자는 죄인으로 삼아 돌을 던지겠다는 공포와 야만의 시대가 된 것”이라며 “국정원 국기문란은 박 대통령이 직접 간여한 바가 없다고 하지만 검찰총장을 사퇴시킨 반법치주의 행태는 대통령의 재가 없이 있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한길 당대표, 기자회견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오늘 UN이 정한 「세계민주주의의 날」에,
저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마구 무너져 내리는 상황 앞에서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밝고 정의로운 권력이 아니라 음습하고 무서운 권력에 의한 「공포정치」가 엄습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국민들 사이에는 이러다가 또한번의 「정보정치」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두려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눈에 가시처럼 여겼던 검찰총장을 유신시대에도 없었던 사상 초유의 방식으로 결국 몰아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등에 대한 진상규명을 방해하기 위한 긴급조치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금요일, 제 아버지는 유신시대 긴급조치9호 위반사건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37년 만에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사과한다고 말했다.
제 개인사의 쓰라림과 회한을 말씀 드리는 것이 아니다.

폭력으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질식시킨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역사의 진보에 대한 저의 믿음과, 구시대를 매듭짓고 새 시대를 열어야 할 우리시대의 책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다짐하자는 것이다.

1970년대 어둠의 시대에는 막대줄자가 있었다.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단속 할 때 막대줄자를 갖고 다니면서, 국민을 선량한 시민과 불량한 자로 구분했다.
그들이 국민에게 요구했던 것은 순종이었고 굴종이었다.

지금은 미움과 증오의 줄자가 등장했다.
권력의 마음에 들지 않는 자가 있으면 느닷없이 잣대를 들이대며 죄가 있다고 단언한다.
아니면 죄가 있을꺼라고 추정한다.
죄가 없다고 하면, 죄가 없음을 입증해보라고 한다.

언론이 나서서 겁박하고 그래도 안돼면 주홍글씨를 새겨 찍어 낸다.
법도 기준도 규칙도 사라졌다.
오직 굴종만을 요구한다. 섬뜩함과 전율을 느낀다.

이성적인 법관과 용기 있는 검사 그리고 영혼을 가진 공무원들은 십자가를 져야하는 시대가 왔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있다면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이런 성찰이 아니라, “나와 정권을 호의하지 않는 자들은 죄인으로 삼아 돌을 던지겠다”고 하는 공포와 야만의 시대가 된 것이다.

목표하고 있는 바는 분명해 보인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검사는 유죄이고 반대로 국정원은 무죄라는 것이다.

국정원의 국기문란은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직접 관여한 바가 없다고 하지만, 이번에 검찰총장을 사퇴시킨 반 법치주의적 행태는 대통령의 재가 없이는 있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 됐다. 그러나 오만과 배타와 증오의 바벨탑은 정의와 양심의 저항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저는 지난 대선을 전후에서 있은 국기문란 사건들로 나라가 앞으로 전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매우 안타깝게 여겼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진상규명과 처벌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국정원을 개혁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라고 요구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상황을 매듭짓고 미래로 나가자고 말씀한 것이다.

지난 목요일, 청와대가 갑자기 3자회담을 일방적으로 발표했을 때 저는 대통령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수용여부를 고민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금요일 아침, 3자회담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어 보기로 했던 것이다.
다만 저는 국정원 개혁 등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담보되는 회담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이렇게 발표하고 나서 불과 몇 시간 후에,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던 검찰총장을 사퇴시켰다.

이제 지난 대선과정에서 있은 국기문란 사건들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에 3자회담이 무의미해졌다는 주장도 많다.

하지만 저는 내일 3자회담에 응하겠다.
내일 회담의 주요 의제는 국정원 등 국가권력기관의 정치개입에 따른 폐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찰총장 사퇴 문제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에 대한 분명한 답변을 대통령이 준비해주셔야 할 것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정치공작에 대한 검찰의 축소수사가 은밀한 공작이었다면, 채동욱 검찰총장 몰아내기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피하기 위한 공개적이고 비겁한 국기문란이다.

민주당은 권력에 의한 검찰 길들이기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고,
반드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다.

아울러 이 땅의 모든 양심 있는 국민과 함께 어둠의 세력을 규탄하고 응징하는 범국민적 행동을 더욱 한층 강화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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