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추석 이후 국정 운영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복지공약 수정에 대한 대(對) 국민 설득,
야당의 원내 투쟁에 대한 법안 통과 문제,
검찰총장 처리 문제와 감사원장 인사 등 첩첩산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일단 공약 수정 부분에 대해 박 대통령은 오는 26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공약수정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기로 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선 2014년도 정부 예산안이 확정된다.
원래는 정홍원 국무총리가 주재하기로 돼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대통령이 기초연금과 4대 중증질환의 국고지원(축소)에 대해 말씀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수석이 두 가지 사례만 언급했지만 내년도 예산안에선 복지·교육예산 전반이 축소·조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려 했지만 현재 재정 상태와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수정이 불가피했다"는 취지로 이해를 구하며 유감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

공약 파기이자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야당의 비판을 얼마나 희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의 입장표명 시기를 놓고 고민했으나 "빠를수록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여야가 국회 본회의 일정에 합의하면 그에 맞춰 국회에서 시정연설도 할 예정이다.

통상 이 무렵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국감을 끝낸 여야가 예산안 및 예산 부수법안 심의에 착수하기 직전에 이뤄진다.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주로 10월 말이나 11월 초였다. 청와대는 이번 시정연설 시점을 11월 초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에게 더 큰 산이 남아 있다.
원내·원외 병행투쟁으로 전략을 수정한 민주당이 "죽기 살기로"(김한길대표) 의정 활동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예산안은 물론 대선공약 관련 법안처리도 불투명해졌다.
게다가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여당의 '단독 처리'는 제도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국정원 정치 개입 사과' 같은 야당의 기존 요구를 들어줄 분위기도 아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찌 됐든 민주당이 원내로 들어온 것도 추석 민심 때문"이라며 "현재로선 국민에게 호소해서 호응을 이끌어내 야당을 압박하는 것 외에는 묘수가 안 보인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여야 대표와의 회담을 위해 국회를 방문하고 있다.

'혼외(婚外) 자식' 등 도덕성 논란으로 법무부 조사가 진행 중인 채동욱 검찰총장 처리 문제도 박 대통령으로선 어찌 됐든 부담이다.

검찰총장 공백과 검찰 조직 동요가 장기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이 공직자 윤리 문제라고 선을 그은 이상 사표 수리와 같은 '후퇴'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조만간 나올 법무부 조사 결과가 박 대통령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여야 대표와의 회담을 위해 국회를 방문하고 있다.

후임 감사원장 인선도 고심거리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감사원 기능은 공직 기강보다 정책 감사에 맞춰져 있었다"며 "그러나 어떤 스타일의 감사원장이 임명되느냐에 따라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여야 대표와의 회담을 위해 국회를 방문하고 있다.

청와대 일각에선 "사정(司正) 경험과 법치에 대한 소신이 확실한 인사를 임명함으로써 공직 사회 분위기를 다잡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