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희 과장에 경고 경위놓고 진실 공방 관련 이미지

서울지방경찰청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 당시 경찰 고위층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서 수사과장)을 26일 서면 경고한 것을 놓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권 과장이 한 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와 관련해 서울경찰청과 권 과장 간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청은 일단 권 과장이 '언론 인터뷰를 요청받으면 즉시 보고하라'는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경찰청은 일선 경찰관들이 취재에 응했거나 취재 징후가 있을 때, 특히 인터뷰를 했거나 인터뷰 요청을 받은 경우 즉시 '보도 예상' 보고를 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신속한 보고를 위해 '선 유선보고, 후 서면보고' 원칙을 뒀다.

서울청 측 입장은 권 과장이 '즉시 보고' 지시를 어겼다는 것이다.

늦어도 인터뷰 당일인 지난 22일에는 보고했어야 하나 인터뷰가 실린 신문 발행 전날인 24일에야 보도예상 보고를 한 것은 지시 불이행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권 과장은 "지난 17일 해당 신문에서 서울청으로 인터뷰 진행 사실을 알린 것으로 안다"면서 "이후 보도가 된다는 사실을 안 시점인 24일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에 보도예상 보고를 올렸다"며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서울청이 해당 신문사를 통해 인터뷰 사실을 미리 알았다는 뜻이다.

권 과장은 다만 "인터뷰를 했지만 기사가 어떻게 나갈지는 사실 모르기 때문에 '어떤 내용이 다뤄졌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상세히 보고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두 번째 쟁점은 인터뷰에 실린 권 과장의 발언이 적절했느냐다.

서울청은 해당 인터뷰에 실린 권 과장의 발언 가운데 일부를 두고 '국민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개인의 추측과 판단이 언론에 보도되도록 한 점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판단했다.

대표적으로 지적된 발언은 "국정원과 서울청이 하는 말이 똑같은 것을 보고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3각 커넥션' 의혹을 제기한 점,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내부적으로 이야기하려 노력했느냐는 질문에 "경찰 내부에서는 공식적으로 말할 절차도 없고 이야기하도록 놔두지도 않는다"고 한 점이다.

이에 대해 권 과장은 "문제가 되는 경우는 허위사실로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하거나 경찰 조직에 대한 허위사실을 말해 조직의 명예와 품위를 훼손하게 하는 것"이라며 "나는 오히려 조직의 명예나 품위를 위해 한 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국정조사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공개적으로 답변했고 그 답변의 틀에서 일부 내용이 나온 것"이라며 "공개된 곳에서 증언한 내용을 두고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경고하는 것이 오히려 재판에 영향을 주는 행위"라고 말했다.

아울러 권 과장이 국정원 사건 수사 초반 서울청 고위층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이후 여러 차례 언론과 개별 접촉했고 관련 보도가 나왔음에도 굳이 이번 인터뷰를 들어 경고 조치한 것은 기준에 문제가 있지 않으냐는 시각이 있다.

이번 조치와 관련, 경찰 안팎에서는 "그간 언론 인터뷰와 국정조사, 재판 등을 통해 조직의 어두운 면을 지적한 권 과장에 대해 조직 차원에서 일종의 '손을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반면 "인터뷰를 요청받았든 불가피하게 인터뷰를 했든 그 직후 바로 보고해야 한다는 것은 수시로 일선에 내려오는 지시"라며 "보고라는 형식과 인터뷰 내용 모두 문제가 있었으니 경고 조치했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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