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 요청에 손 상임고문 "국민 눈에는 욕심으로 여겨져 부담"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4일 손학규 상임고문과 전격 심야회동을 갖고 10·30 경기 화성갑 보궐 선거 출마를 요청했으나 손 고문이 일단 고사한 것으로 5일 알려졌다.

김 대표는 전날 충북 방문 일정을 소화한 뒤 경기도 분당 인근 모처에서 손 고문과 1시간30분가량 만찬을 겸한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최원식 전략기획위원장과 손 고문 비서실장인 김영철 동아시아미래재단 대표가 배석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결과를 전하며 "이렇게 중요할 때 당이 하나가 되고 그 구심점에서 손 고문이 역할을 해달라"며 출마를 공식 요청했다고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김 대표는 손 고문에게 "지금 객관적으로 화성갑 선거의 상황이 어렵고, 누가 나가더라도 쉽지 않은 선거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손 고문이 역할을 해주고 당에서도 열심히 한다면 훨씬 가능성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 고문은 "그동안 당이 어려울 때 몸을 던져왔지만 지금이 그런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지난 대선에 패배해 정권을 내주게 한 죄인이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게 국민 눈에 아름답게 비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내 입장에서 아무리 희생과 헌신을 한다고 생각하더라도 국민 눈에는 욕심으로 여겨질 것이다. 국민의 눈으로 당과 나 자신을 깊게 살펴보고자 한다"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국민의 눈으로 당과 나를 되돌아보니 이 결론에 도달했다"며 고사했다고 양측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에 김 대표는 "다시 한번 재고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당의 공식 요청이 있으면 손 고문도 출마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터라 당 지도부는 손 고문의 이 같은 입장 표명에 대해 당혹감 속에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 대표는 일단 삼고초려를 통해 다시 한번 손 고문 설득을 시도할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손 고문과 가까운 우원식 양승조 최고위원에게 손 고문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해달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을 방문 중인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젯저녁에 손 고문을 만났고 오늘도 일정이 끝나면 한 번 더 찾아뵐 생각"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출마 독려 계획 등 추가질문에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문제로, 잘 정리해 말씀드리는 것이 좋겠다"며 말을 아꼈다.

민주당은 6일 재보선 공천심사위원회 회의를 소집해 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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