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도 외면한 안철수 바람' 다시 불어올날 있을까?

안철수 하면 생각나는 말들이 참 많다.“적수가 없다.”라는 이말은 2년 전인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시 정치권 주변에서나 국민들 사이에서 나온 말이다.

다시말해 안 의원이 서울 시장에 출마를 하면 어느 누구도 적수가 없다는 말로 해석 할 수 있다는 뜻이다.

2년전 MB정권에서 실세중의 실세로 꼽던 '박희태'국회의장까지 연루된 돈봉투 공천사건이 대한민국 정치권을 흔들던 시기다.

국민정부, 참여정부 등등, 국민들이 바라보는 정치인들은 너와내가 없이 우리 모두라는 공통의 생각으로 환멸을 넘어 혐오감을 느끼던 때다.

이때 소리소문없이 조용하면서도 해성처럼 등장한, '교수 안철수'라는 한 인물은 국민들이 바라볼때 한여름의 갈증을 날려줄 청량제였다.

국민들은 정치권에서 이름표도 없는 다시말해 정치인과는 전혀 무관한 컴퓨터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전문가로 잘 알려진 안철수가 작금의 현실정치를 시원하게 치료해 줄수있는 치료제 "백신"이 되어 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너도나도 안철수 팬이 됐다.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안철수 본인이 만들지도 않은 "안철수현상"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두고 본인의 의지도 확인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뽑아 주세요”란 한마디도 내뱉지 않은 그에게 서울시민들은 50%를 넘는 지지도로 안철수를 열광했다.
     
땅짚고 헤엄치기란 말이 여기에 속한다. 안철수는 후보 등록만 하면 무조건 이기는 선거다. 당시 5%의 지지도에 머물던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하는 친절함을 보였다. 이것이 안철수의 순진함이다. 안철수는 박원순을 두고 “아름답고 훌륭한 분”이라고 했을 뿐이다. 다른 계산은 없는 듯 했다.

박원순 후보는 솔직히 거져 시장자리를 꿰 찬거나 다름없다. 5%의 지지도를 가지고는 해보나마나한 선거였기 때문이다. 안철수의 그림자가 컷던 것이다.

서울시장후보를 양보한 이후 안철수라는 이름 석자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머리속에 확실하게 기억되기에 충분했다.다시말해 안철수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아름다운 "양보"에 익숙하지 않았던 국민들은 안철수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며 대한민국 정치사에 하나의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결국 대선이라는 무대가 안철수 앞에 펼쳐졌고 안철수는 국민들이 바라던대로 선수의 한명으로 대회에 참가하며 3파전으로 대선 정국을 이어갔다.

역시 대선에서도 안철수의 지지도는 다른 후보들을 앞지르기에 충분했다.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지난 5년 간 단 한 번도 차기 대권주자에서 1위를 놓쳐본 적이 없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앞서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커다란 기대와는 달리 이번에도 안철수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양보를 통해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대선후보로서 전국을 돌며 나름대로 열심히 선거운동까지 벌였지만 완주는 없었다. 이번에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또 '양보'를 해버렸다.

자신을 때묻지 않은 새 정치인이라 외치던 안철수가, 국민들에게 너무나 많은 실망을 안겨주고있는 기성 정치권의 대선후보에게 자리를 내어준 것이다.

안철수 자신이 아름다운 양보를 하는 사이 "어부지리"로 시장에 오른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신의 주관과 색갈을 가지고 서울시정을 장악해 갔다.

자신과의 색갈이 달랐던 전임 오세훈 시장의 토목프로젝트는 하나씩 박 시장의 그림에서 지워지고 박원순 브랜드 사업은 계획대로 차곡차곡 쌓여갔다.

저항에 부딧칠뻔한 아들의 병역의혹은 논란에 그쳤고, 시민들에게 가장 민감한 사안인 버스와 택시 요금의 잇딴 인상도 토요일에 도입하며 시민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정치9단의 노련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때묻지않은 아마츄어 정치인 이라면 박원순 시장은 노련하면서도 산전수전 다 격은 냉혹한 전략가였다.

안철수 의원은 결국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려가 사실로 드러났다. 독자세력화를 노리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박 시장에게 민주당 탈당과 함께 안철수 신당 창당에 합류해달란 요청을 거부하면서 이상기류가 감지된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두고 민주당 당적의 박원순 시장과 무소속 신당의 안철수 세력이 어떠한 관계를 맺게 될지 주목되는 이유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 취임 2주년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이 제기한 "안철수 신당 합류설"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 시장은 민주당을 탈당하는 일을 “원칙과 상식에 맞지 않는다”며“현재 소속인 민주당을 탈당해 출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안 의원의 양보로 서울시장 자리에 오른데 대한 채무의식은 전혀 엿보이지 않았다. 안 의원을 향한 미안함 보다는 오히려 지금 민주당을 떠나면자신이 정치적 철새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더욱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다.

안 의원의 내민손을 박 시장이 뿌리치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발판으로 세를 규합, 전국 정당화를 꾀했던 안철수 의원 측은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일종의 노후 보장보험으로 들어놨던 보험이 해약을 당함으로서 노후보장은 없게됐다.안 의원은 자신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가 하락한 것보다 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2년 전 단일화 협상 때 조건없이 안철수 의원이 물러서면서 두 사람은 암묵적으로 '정치적 동지'로 묶였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일이다.그러나 안철수 의원은 보기좋게 내쳐졌다.

비록 작은 선거지만 10.30 재보궐 선거에 안 의원 측은 인물 영입에 실패하면서 후보를 내지 않았다.안철수의 가치, 존재감,인기도 등, 정치시장에서 고공행진하던 안철수의 브랜드 값어치가 바닥으로 추락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일이다. 특히 국회에 입성한 이래 안 의원의 존재감은 무력하다 못해 초라하다. 

기성 정치권이 갖고있는 고로한 이미지에서 안 의원 스스로가 차별화되는 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그러나 아직 안 의원에 대한 섯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아직도 여론조사에서는 꾸준히 민주당을 위협하고 있다. 안 의원의 상대는 아직까지는 여당이 아닌 제1야당인 민주당이다.

일각에서는 안 의원이19대 국회의원 301명 중 1명일 뿐이라고 생각 할지는 모른다. 물론 이번 국감에서조차 안 의원의 존재는 미미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바람은 언제든지 불어온다.
그래서 안 의원의 측근들은 한 목소리로 '희망 2014'를 외친다.

안 의원 식구들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맞춰 전국정당화를 이루겠다는 각오다. 동시에 안철수신드롬을 부활시켜 구태로 가득찬 정치권에 불씨가 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민들이 채점한 점수는 형편없다.

옛말에 사람에게는 3번의 기회가 온다고 했다. 안 의원은 하늘이 내려준 복, 국민들이 폭팔적으로 보내준 지지를 박원순과 문재인에게 다 나눠줘, 평생 3번의 기회중 2번을 제발로 뻥 차버리는 잘못을 저질렀다.

이제 단 한번의 기회가 더 남았지만 더 이상의 양보는 안 의원의 무덤이 되리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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