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박원석 의원(기획재정위원회)은 30일 국세청이 지난 2009~2010년 동양그룹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통해 동양그룹 계열사의 비자금조성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비자금 등 동양 관련 총 7천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조성 및 탈세혐의를 포착했으나, 국세청 고위직이 이를 무마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입수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동양 세무조사 '조사진행' 문건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은 당시 특별세무조사를 통해 동양의 6개 계열사의 해외자회사를 이용한 비자금조성, 부당 계열사 우회지원, 인수합병 등의 방식으로 7천억원에 가까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했으나 이에 대해 검찰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박원석 의원은 "현재 벌어진 동양 CP투자 사기사건으로 5만여명의 국민들이 길바닥에 나앉는 상황인데 국세청이 당시 제대로 조사해 고발조치를 취했다면 지금의 동양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검찰 수사 결과 국세청의 당시 세무조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드러난다면 국세청이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석 의원이 입수한 2010년 1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문건('조사진행')을 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동양 6개 계열사의 혐의에 대해 ▲해외자회사를 이용한 은닉자금 2334억원 조성 혐의 등 ▲업무 무관 가지급금 및 인정이자 468억원 ▲ABS임차료 부당행위계산부인 313억원 ▲미국계 펀드인 (주)PK2의 이자비용 과다 유출 236억원 등이라고 돼 있다.
 
이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1국이 2009년 2월부터 동양 계열사에 대해 실시한 정기세무조사 결과 파악한 내용이다. 이어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2009년 11월부터 2010년 2월까지 조사를 벌여 구체적인 혐의 내용과 파악된 비자금 규모가 기재돼 있다.
 
문건에는 ▲해외투자와 해외투자회사 현황 및 손실규모 3900억원 파악 ▲주식스왑거래 등을 통한 비자금 조성.사용 25억원 확인 ▲PK2가 참여한 팬지아펀드(PK2, 팬지아데카, PK1으로 구성) 차입이자 과대계상 혐의 등으로 2210억원 ▲현재현 회장 허위 기부금영수증에 의한 부당공제 혐의 등 60억원이라고 돼 있다. 총 7천억원(6천 936억원)에 달하는 비자금 규모다. 

구체적으로 서울지방국세청은 동양이 필리핀.대만의 시멘트 회사와 금광개발기업에 3900억원을 투자해 손실처리 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형적인 역외탈세로 보인다. 또한 특수관계법인인 회사들을 합병하면서 부채 1900억원을 떠앉았고, 이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밖에 해외자회사에 이자비용을 과다지급하거나 자금차입 과정에서 이자비용을 과다지급하는 방식으로 조성한 비자금도 있었다. 아울러 국세청은 현재현 회장의 개인 비자금 조성의혹도 밝혀냈는데, 현 회장이 1999년부터 사찰에 62억원을 기부한 뒤 60억원을 부당 공제받은 혐의였다. 

이에대해 박원석 의원실이 30일 서울지방국세청에 확인한 결과 당시 서울지방국세청은 7천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조성 사건을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하고 검찰에 고발하기 위해 마땅히 열렸어야 할 서울지방국세청 조세범칙조사심의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리지 않았으며, 따라서 검찰 고발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국세청은 박원석 의원실에 "당시 합당한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관련 검찰은 지난 25)일 동양 사건 관련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압수수색하고 동양의 2009~2010년 세무조사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했다. 

그러나 당시 국세청 직원이 2011년 3월에 검찰과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한 진정서 내용을 보면 국세청의 해명은 납득할 수 없다.
 
진정서에는 당시 국세청 고위관계자가 "동양그룹 계열회사에 대한 세무조사(정기세무조사) 과정에서 동양그룹 위장계열사에 대한 그룹의 부당금전지원에 대한 부당행위를 적발하고도 추징하지 않았다"라고 돼 있으며 "조사반장으로부터 당초 조사1국에서 동양캐피탈 세무조사시 이 건을 적출하였으나 국장의 지시로 과세하지 못했다는 말과 혹시 과세되지 않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라는 말을 분명히 들었다"라고 돼 있다. 이는 세무조사에 지속적으로 부당한 압력이 행사됐으며, 이 때문에 추징금도 제대로 부과되지 않았고 검찰고발도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진정서 내용에 대해 서울지방국세청은 30일 박원석 의원실에 "해당 기관에 당사자가 소명해 문제 없었다는 점이 밝혀졌다"고 답했으나 박원석 의원실이 진정서를 토대로 당시 국세청 고위관계자를 특정한 결과 해당 인물은 최근 CJ그룹 뇌물수수 의혹으로 사임한 국세청 고위관계자였다. 

박원석 의원은 "합당한 조치를 취했으며, 세무조사 무마 외압관련 당사자의 소명이 있었다는 국세청의 해명을 믿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세청이 국민들에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금 동양 계열사가 발행한 1조5천억원대의 CP(회사채) 사기로 여기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등 5만여 명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국세청이 만일 당시 제대로 했다면 노후자금으로 쓰기 위해, 혹은 자녀들 등록금이나 결혼비용을 보태려고 돈을 넣어 놓은 5만여명의 국민들이 길바닥에 나앉는 사태가 발생했겠느냐"고 질타했다.
 
한편 박원석 의원은 31일 열리는 국세청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지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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