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법안마다 충돌 예고, 내년 지방선거 겨냥한 입법 전쟁

국정감사를 끝내자마자 여야가 연말까지 60일간의 '입법(立法) 전쟁'에 돌입했다.

여당은 경제 살리기를 앞세우며 '규제 완화' '투자 촉진' 법안 통과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야당이 이에 대해 '재벌 편들기' '경제 민주화 후퇴'를 이유로 반론을 제기하면서 대(大)충돌이 예고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 겨냥한 입법 전쟁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입법을 놓고 총력전을 벌이는 배경에는 내년 지방선거가 자리 잡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방선거 승리로 박근혜 정부의 조기(早期) 레임덕을 막고 2016년 총선의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조금씩 살아나는 경기를 상승시켜 서민들까지 경기 회복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기업들에 대한 규제 완화로 투자를 촉진해야 일자리와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새누리당 판단이다.

최근 선거에서 연달아 진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주도권 회복을 위한 전기(轉機)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경제 살리기라는 여당의 입법 취지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상당수 법안은 경제 살리기 효과는 없고 대기업 특혜, 경제 구조 왜곡 심화 등 부작용만 있다"며 비판적인 입장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서민·중산층 관련 법안에 집중해 내년 지방선거 득표로 직결한다는 전략이다.

곳곳에서 입법 충돌 예고

핵심 법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곳곳에서 입법 충돌이 예고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수차례 언급한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이 대표적 사례이다.

여당은 외자(外資) 유치의 핵심 법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은 일부 대기업에 대한 특혜일 뿐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추진 중인 '학교 앞 7성급 호텔' 허용을 위한 관광진흥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여당은 "관광 산업 육성", 야당은 "학교 앞 유해 환경 허용"을 이유로 서로 대립하고 있다.



	국회서 쟁점이 되는 '투자 활성화' 법안 정리 표
크루즈 산업 육성을 위해 선상(船上) 카지노를 허용하는 내용의 크루즈 산업 육성·지원법 제정안을 놓고도 새누리당은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인 반면 민주당은 "산업 활성화를 가장한 도박 육성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부·여당의 4·1 대책, 8·28 대책의 주요 내용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신축 운영, 수직 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 입법에 대해서도 야당은 "부자들을 위한 혜택"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신 임차인이 요구하면 집주인이 반드시 전·월세 계약을 한 차례 연장해주고 전·월세 인상 폭도 연 5%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시장을 통한 가격 결정 메커니즘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 밖에 순환 출자 금지를 포함한 경제 민주화 관련 입법에 대해서도 여야는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與 "야당 반대하면 국민에게 호소" 野 "서민·중산층 살리기 집중"

새누리당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3일 본지 통화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규제 완화, 투자 확대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경제 살리기의 호기(好機)를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소득이 커지면서 경제 전체가 선순환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이번에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야당의 반대와 관련해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의원 60%의 찬성이 없으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며 "야당이 반대만 한다면 국민으로부터 입법을 위한 추진력을 직접 구하겠다"고 했다.
 
법안 통과의 효과를 국민에게 적극 홍보하고, 이를 통해 형성된 여론을 바탕으로 야당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본지 통화에서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민주당도 이의가 없다"면서 "하지만 새누리당은 사실상 재벌 특혜성 법안을 경제살리기법으로 포장하고 있다"고 했다.
 
예컨대 학교 근처에 관광호텔을 허용하는 법안이 경제 살리기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것이다. 또 선상 카지노를 허용하는 것과 경기 확대가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것이다.

민주당은 서민·중산층 살리기 입법에 집중할 방침이다. 장 의장은 "부자 감세를 철회하고 전·월세 상한제, 중소기업·소상공인 적합 업종 특별법 등 서민·중산층의 살림살이를 실질적으로 나아지게 할 수 있는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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