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정당해산 심판 및 활동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정부가 관련 증거자료를 신속히 제출하면서 헌법재판소에 조속한 결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법무부는 8일 헌재 명령에 따라 의견서와 증거자료 8천여쪽 분량을 헌재 민원실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번 사건의 주심을 맡은 이정미 헌법재판관은 오는 15일까지 법무부에 입증계획 및 서증목록 등의 자료를 제출하라고 이날 요구했다.

법무부는 오는 15일 정당 경상보조금 지급이 예정돼 있는 만큼 가처분 결정이 신속히 내려져야 한다고 판단, 명령 접수후 불과 서너시간 만에 자료 일체를 제출했다.

법무부가 제출한 증거자료에는 그간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 태스크포스(T/F)'가 분석한 해외 사례 및 각종 판례, 진보당의 강령·규약 연구자료와 이석기 의원이 주도한 'RO(혁명조직)'에 대한 수사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증거자료를 제출하면서 가처분 신청 관련 심문 기일을 지정한 뒤 신속히 인용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헌재는 법무부가 제출한 자료를 검토한 뒤 변론준비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가처분 신청은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변론없이 기록만으로 결정이 가능하지만 1998년 국무총리 서리 임명행위 효력정지 가처분, 감사원장 서리 임명행위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처럼 변론을 진행할 수도 있다.

가처분 신청 관련 변론준비절차를 진행한 것은 1998년 공원구역 진입도로 관련 가처분 사건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헌재 관계자는 "법무부가 제출한 입증계획을 검토한 뒤 변론준비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실제로 준비절차를 열지, 연다면 서면공방을 할지 별도 기일을 잡을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법무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헌재가 정당보조금 지급일인 15일 이전에 가처분 신청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는 지난 6일 이 재판관이 주심으로 정해진 뒤 피청구인인 진보당 측에 답변서 제출을 명했다.

피청구인 측은 청구사실과 관련해 답변할 사항이 있으면 통상적으로 30일 안에 답변서와 증거자료를 제출하게 되지만 강제규정은 아니다.

헌재 관계자는 "(피청구인측에) 답변서를 내라고 통지한 상황에서 이를 기다리지 않고 1주일 만에 가처분 결정을 내리기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전적으로 재판관들의 판단에 달린 문제로 피청구인측의 답변서 제출과 관계없이 가처분 신청에 대한 인용·기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법무부는 정당해산 심판 본안 사건을 적시처리 사건으로 지정해 조속히 심리해 달라는 의견도 전달했다.

헌재는 사건 처리가 지연될 경우 국가 또는 지자체에 중대한 손실이 예상되거나 사회 전체의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경우, 이해관계인이 다수 관련돼 있거나 국민적 관심이 높은 경우 등 내부 기준에 따라 적시처리 사건을 선정하고 있다.

헌재는 이번 정당해산 심판청구의 적시처리 선정 여부 역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의 논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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