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 인준·대화록 수사 공방 등 '첩첩산중'

여야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가는 가운데 이번 주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새해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과 대정부질문이 앞으로 대치 정국의 향배를 가를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정 책임자인 박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은 그 내용에 따라 교착 상태의 정국을 풀 실마리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정국 경색을 더욱 심화하는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여야 정치권의 시선이 온통 박 대통령의 입에 쏠린 상황이다.

이미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담긴 내용에 따라 정기국회 운영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18일 예정된 시정 연설의 최대 관심사는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야당의 '원샷 특검' 도입 요구와 국가정보원 개혁특위 구성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이 어떤 답변을 내놓을 것인가 하는 대목이다.

현재로서는 박 대통령이 특검제 도입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히거나 아예 언급 자체를 하지 않을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법당국의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정치권은 이에 개입하지 말고 지켜보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정원 개혁특위 신설 문제에 대해서도 역시 침묵을 지키거나 입법부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대신 박 대통령은 각종 민생경제 관련 법안과 새해 예산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줄 것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만약 박 대통령이 야당의 정치적 요구 사항에 만족할만한 답을 주지 않고 국정 운영 협조를 당부하는 데 주력한다면, 야당의 대여 투쟁 강도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9일 시작하는 대정부질문은 여야 대치를 더욱 고조시킬 전망이다.

정치 분야를 필두로 20일 외교·통일·안보, 21∼22일 경제, 25일 교육·사회·문화 분야까지 총 60명의 여야 의원들이 나서 치열한 설전을 벌일 예정이다.

특히 국가기관과 공무원노조, 전국교직원노조 등의 대선 개입 의혹, 검찰의 2007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수사 결과, 기초연금을 비롯한 복지공약 후퇴 논란 등의 민감한 현안들을 놓고 양보 없는 대결이 펼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직접 연계한 데 따른 여야 간 충돌도 이번 주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이미 동의안 상정 법정 시한이 지났다는 점을 들어 야당이 계속 처리를 거부할 경우 본회의에 동의안을 직권상정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이다.

이에 맞춰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도 소속 의원들에게 국회 주변 대기 및 외국출장 자제를 지시하면서 국회에는 벌써 전운이 감돌고 있다.

만일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직권상정돼 여당 단독으로 처리되면 민주당이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다시 장외로 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정국은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극한 대결 상황으로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수사 결과를 둘러싼 여야 간 공방 역시 이번 주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친노(친노무현) 진영은 수사 결과를 정면으로 부인하며 작년 대선 때 대화록 유출 문제에 대해서도 엄정수사를 촉구하고 있어 논란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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