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에도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ㆍ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이르면 21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야당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다면 여야의 대치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는 장기표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20일 청와대에 따르면 안전행정부는 지난 19일 오전 박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문 후보자와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 요청 공문을 국회에 접수했다.

인사청문회법상 임명동의안 제출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심사 또는 인사청문을 마치지 못하면 대통령은 그 다음 날로부터 10일 이내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청문경과보고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공문에서 박 대통령은 두 후보자에 대한 청문경과보고서를 20일까지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회가 이날까지 청문경과보고서를 보내지 않으면, 박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21일부터는 언제든지 두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인사청문회법상 20일부터 10일 이내의 범위라는 '여유'가 있음에도 이날까지 청문경과보고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민주당은 여전히 청문보고서 채택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임을 감안할 때, 박 대통령은 이르면 21일 두 후보자를 공식 임명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박 대통령이 야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두 후보자를 '서둘러' 임명하려는 것은 복지부장관과 검찰총장의 공백이 더는 길어져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복지장관의 경우, 전날 국무회의에서 기초연금법안이 통과하면서 기초연금에 대한 국회의 논의가 본격화되는 만큼 서둘러 장관 공백을 메워 국회 논의에 대비해야 한다는게 박 대통령의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 역시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은 물론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유출·불법 열람 의혹과 같은 굵직굵직한 사건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수장의 공백을 빨리 해소해 수사를 지휘하도록 하겠다는 게 박 대통령의 의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문 후보자의 경우, 법인카드 사용 의혹이 불거지긴 했지만 야당이 문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는 데에는 대치 정국에서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를 비롯한 3명의 후보자를 모두 통과시켜 줄 수 없다는 원내전략 아래 문 후보자를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시각도 청와대 내부에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문ㆍ김 두 후보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경우, 여야 관계의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제3의 인사참사를 부를 것이고 또다시 불통과 독선,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각인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렇게 되면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와 연계해 온 민주당의 황 후보자 인준 반대 입장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권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카드를 시야에 넣을 전망이다.

이미 강창희 국회의장은 앞서 지난 15일 황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에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직권상정을 할 수 있다는 뜻을 여야 원내대표에게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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