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트리 이숙영 대표, 실내에 미니 히터·온도계 갖추고 ‘온맵시’ 실천

컴트리 이숙영 대표(맨앞)와 직원들은 실내에 미니히터·온도계를 갖춰놓고 ‘온맵시’를 실천한다.
컴트리 이숙영 대표(맨앞)와 직원들은 실내에 미니히터·온도계를 갖춰놓고 ‘온맵시’를 실천한다.

어두컴컴했다. 일부 직원이 있는 한 쪽 천장에만 형광등이 켜져 있었다. 12월 3일 오후 찾은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대륭포스트타워5차 건물 1301호. 잘못 찾아왔나 싶어 회사 이름이 적힌 출입문을 다시 돌아보니 컴트리가 맞다. “이쪽입니다.” 직원 안내로 컴트리 이숙영 대표(51)와 만나고서야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설치·애프터서비스·영업 담당 직원들은 외근을 많이 합니다. 이렇게 안에서 근무하는 파트 외에 불필요한 곳에서 전력이 낭비되지 않도록 일부 소등을 해 두니까 어둡죠? 처음에 입주해서 보니 관리비가 만만찮게 들더군요.”

이 대표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월평균 50만원 정도 나오던 관리비가 히터를 ‘빵빵하게’ 가동했더니 80만원까지 치솟더란다. 안 되겠다 싶어 에너지 절약에 나섰다. 관리비가 종전보다 30퍼센트 가까이 줄어드는 효과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대표 또한 여러 옷을 겹쳐 입었다. 지퍼 달린 스웨터 안에 셔츠를 입었고 겉에는 실내에서 좀처럼 안 입는 겨울용 반코트를 걸쳤다. 안에는 내복도 마다하지 않는 ‘온맵시 경영인’이다.

대표이사의 책상이 놓인 한 구석에는 미니히터가 있다. 건물 천장 군데군데 냉·온방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만 특정 온도에 이르기 전까지는 사용을 자제한다. 사무실 한 쪽에는 커다란 온도계가 있어 수시로 실내온도를 확인할 수 있다.

“올 여름에 공공기관들을 방문했더니 다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에어컨을 틀지 않더군요. 어느 곳은 불필요한 전등끄기 운동을 하고 있었고요. 느끼는 게 많았습니다.”

해가 갈수록 매서워지는 추위라지만 겨울이라고 해서 절약이 예외일 수는 없다. 난방비 절감을 위해 실내의 난방온도를 낮추는 한편 임직원 모두 따뜻하게 옷을 껴입는다. 약 264 평방미터 사무실은 난방을 세게 하지 않아도 두툼하게 입은 6명 직원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특허 낸 ‘망분리 PC’도 에너지 효율 45퍼센트 개선

여성 CEO인 이 대표는 충남 서천군에서 7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나 자랐다. 배움에 대한 열망이 컸던 그는 고학(苦學)으로 경영학을 배우면서 손아래 동생들의 학비를 지원하고 돌봤다. 이 대표는 “어려운 시절에 절약하는 습관을 저절로 체득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가 온맵시나 전기 절약에 누구보다 솔선수범하는 이유다.

“2010년부터 PC 제조에 뛰어들었으니 벌써 4년차예요. 지난해까지 고생 참 많았죠. 아직 알아가는 단계인데 곳곳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

이 대표는 절약을 강조하면서 에너지 절약형 신제품 개발의 필요성도 재확인했다. 컴트리가 1년 여의 기간을 거쳐 개발한 신개념 ‘망분리 PC’는 특허까지 낸 친환경 제품이다. 에너지 효율을 기존 방식보다 45퍼센트 개선하고 도입 비용은 30퍼센트 줄이는 것으로 중소기업청 성능인증을 받았다. 이 대표의 절약정신이 토대가 된 ‘온맵시 경영’과도 꼭 닮은 제품이다.

이 대표는 “국내 250만대 PC의 하루 소비전력량은 1.4기가와트아워(70와트×8시간×250만대 기준)로 국내 전력소모량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며 “에너지 절약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도가 높은 때 이에 부응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컴트리 ‘망분리 PC’는 컴퓨터 한 대가 두 대 역할을 하는 원리다. 한 대의 PC에서 전환스위치 하나로 간단하게 내부망(인트라넷)과 외부망(인터넷)을 오갈 수 있다. 하나의 모니터에서 내·외부망을 모두 쓰거나, 모니터 두 대로 내·외부망을 따로 쓰는 것 모두 가능하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전력소모를 줄이는 한편 해킹으로 인한 내부정보 유출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보안에도 강하게 만들었다. 내년부터 관공서나 기업, 군부대 등에 한층 많이 보급돼 에너지·보안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 낼 전망이다.

현재 연매출 30억원을 기록한 컴트리는 내년에 연매출 15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사업에 탄력을 받은 이 대표이지만 그럴수록 잊지 않으려는 게 있다. 바로 ‘절약해서 어렵게 번 돈, 건강하게 쓰자’는 다짐이다.

“마음을 다해서 절약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에너지 절약형 PC를 만들 수 있었죠. 그렇게 열심히 번 돈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회적으로 의미 있게 쓰고 싶어요.”

컴트리는 만학하는 노인과 주부들이 많이 다니는 서울 숭인동 진형중·고등학교에 PC 50세트를 기증하는 등 이미 나눔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앞으로도 ‘사랑의 PC 설치사업’을 이어나가는 한편 장학생 후원 등에 매진할 계획이다. ‘컴퓨터 나무’라는 뜻의 회사 이름처럼 이 대표는 오늘도 나눔 활동의 열매를 맺는 나무(회사) 가꾸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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