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위험'수위, 끝이 보이지 않는 중산층 몰락 현상



한국의 IMF가 대기업의 부채에 따른 몰락때문이었다면, 지금은 가계가 빚에 의해 급속도로 가라앉고 있는 실정이다. IMF 구제금융 당시에는 정부도 적극 나섰을 뿐 아니라 서민들이 아기 돌반지까지 꺼내 들고 금모으기 운동을 하며 기업들을 살리려고 애썼는데, 지금은 누가 나서줄까. 가계는 계속해서 몰락하는 중이다.

지난해 개인회생 신청 건수가 사상 처음으로 10만건을 돌파했다. 게다 최근 2년 새 빚을 감당하지 못해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채무불이행자 10명 가운데 6명가량이 중위소득 범위 이상의 중산층·고소득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산층 붕괴 현상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사회·경제 불안을 심화하고 있음을 알리는 경종인 것이다.

 
▲   최근 2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개인회생 신청 수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까지 전국 법원에 들어온 개인회생 신청은 10만4909건으로 처음으로 10만건을 넘어섰다.

 
2012년 9만368건에 비해서도 15%가량 늘어난 것이다. 2011년만 해도 6만5171건에 그쳤던 개인회생 신청은 2012년 9만368건으로 이미 전년 대비 40%가량 증가한 상태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아직 지난해 전체 건수를 집계하지는 않았지만 27일까지만으로도 10만건을 넘었다"며 "최근 2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회생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그만큼 가계부채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점을 방증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부채는 991조7000억원에 이르렀는데,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채무 상환이 불가능한 사람이 급격히 늘어난 것인데, 개인회생이 받아들여지면 부채를 최대 90%까지 탕감할 수 있어 채무자로서는 마지막 탈출구로 여기고 있다.

특히 법원 조정을 거쳐 채무자는 효율적 회생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채권자도 안정적으로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에서만 2만3000건을 접수했다"며 "개인회생에 이르게 된 사유도 부동산 담보 대출, 생계형 대출, 사업 실패 등 매우 다양해 특정하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전했다.

자연히 법원 파산부는 개인회생 신청이 급격히 늘면서 업무 과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은 부장판사 1명을 늘리고 실무관을 대폭 증원했는데도 업무가 밀려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STX팬오션, 동양, 웅진, 쌍용건설 등 큰 회사들이 잇달아 서울중앙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파산 업무는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특히 개인회생 신청 전까지 연 30∼40%의 고금리가 적용되는 대부업과 사채 의존도가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대부업·사채 규모는 전체 1202억원의 18.2%인 220억원으로 ▲카드·캐피탈·할부금융 16.1%(193억원) ▲배드뱅크·보증보험 12.1%(145억원) ▲저축은행 6.8%(81억원) 등 2·3 금융권 비중이 컸다. 은행은 30.8%(371억원)였다.

특히 중산층의 대부업·사채 비중이 18%로 저소득층(20%)과 비슷했고 고소득층도 11%에 달했다. 1인당 평균 사채가 6000만원으로 등록 대부업 이용자 1인당 대출액 300만원의 20배에 이르렀다. 미등록사채 이용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으로, 상당수 채무불이행자가 여전히 협박·가혹 행위 등 불법 채권추심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46세였고 재산 규모는 2188만원에 불과했다. 파산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개인회생 신청자가 5년에 걸쳐 최저생계비의 150%를 뺀 가용소득을 변제액으로 충당하고 있다면서, 이들 중 상당수는 불안정한 직업과 소득에다 까다로운 변제조건으로 회생과 재기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뉴스 / 윤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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