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매드맥스에서 펼쳐지는 리얼리즘 연극 "사라와제니퍼"



조명이 켜지면 무대는 두명의 노신사의 논쟁으로 연극은 시작된다. 최근 무대에 올려진 연극<사라와제니퍼>는 서울문화재단 메세나지원사업에 선정된 수작이다.

6.25를 격으며 한동안 기지촌이라는 이름으로 삶을 일구고 살았던 지난날 우리의 자화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랑보다는 돈이 삶의 전부였던 기지촌 세대의 1세대와 2세대가 아름답지못한 주제를 가지고 극의 전체를 끌고간다.실제 총소리가 울려 퍼지는 무대는 관객에게 긴박감 넘치는 분위기를 한시도 쉴 수 없게 만들지만 너무 큰 음향은 긴장감보다는 관객들의 청각을 불편하게 한다.

주인공 사라는 어릴 적 고아원을 도망쳐 한번도 보지 못했던 어머니를 찾아 돌고돌아“클럽 매드맥스”에 들어온다. 뜻하지 않게 클럽 매드맥스의 김주명을 만나면서 목숨을 담보로한 사건에 휩쓸린다.

사라는 자신의 어머니가 아프다는 김주명의 말에 사기행각에 동참하지만, 김주명이 이미 죽은 어머니를 두고 거짓말했음을 알고 충격에 휩싸인다.이어 사라의 분노로 상대방을 향한 총구는 극에 등장하는 인물간의 갈등을 고조시키며 소품이 아닌 또 하나의 이름없는 배우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클럽 매드맥스는 서로 다른 욕망에 휩싸인 자들이 모여 막장 인생과 함께 마지막 사기 행각을 펼치는 곳이다.

연극에서 느와르(범죄와 폭력세계의 삶)라는 장르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우리의 현실가까이에 있을법한 캐릭터들이 장르가 주는 낯설음의 벽을 허문다.

연극 <사라와 제니퍼>는 클럽 매드맥스에 모인 이들의 이야기로 욕망에 사로잡힌 우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현시대를 풍자하고 있다.

"사라와 제니퍼"는 느와르라는 장르만큼이나 그 내용이 파격적이다. 사라는 미군남편의 가정폭력에 맞서 반항하다 남편을 죽이고 아이까지 잃는다.

사라와 함께 도망자의 삶을 이어가며 흑인 혼혈로 배여사에게 노동착취를 당하는 제니퍼...과거 기지촌에서 한평생을 살아온 우리의 아픈 이웃들의 이야기는 한번 쯤은 들어보았을 듯 한 사연이다. 욕망에 사로잡힌 인물들의 마지막 아우성으로 결국 사기행각까지 벌이다 최후를 맞이하는 우리들의 아픈 역사 이야기다.

연극 <사라와제니퍼>는 대학로의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1월19일 까지 상연된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