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지자체-생산자 협업 ‘폐가전제품 무상 방문수거’

“폐가전제품 수거하러 왔습니다!” 초인종을 누르는 한규포 기사의 목소리가 우렁차다.

오전 11시. 고객이 미리 예약한 시간에 맞춰 폐가전제품을 수거하는 기사가 고객의 집을 방문한다. 기사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고객이 예약해 놓은 가전제품을 들고 나온다. 이보다 더 쉽고 간단할 수 없다.

쓸모 없어진 가전제품을 버리려면 배출스티커를 붙이고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이제는 점점 그럴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

바로 환경부-지자체-생산자의 협업으로 가능해진 ‘폐가전제품 무상 방문수거’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를 하면서 필요없어진 가전제품을 내놓은 고객. 방문기사와 고객이 폐가전제품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폐전자제품은 철·희유금속 등 자원으로서 활용 가치가 높지만 국내에서는 수거체계가 미흡해 수거·재활용량은 저조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 폐전자제품에는 다양한 금속 자원과 플라스틱이 포함돼 있다. 구리, 철, 알루미늄, 금, 은, 팔라듐 등 귀금속을 비롯한 유가금속이 들어있다.

폐가전제품 자원 활용가치 높지만 수거체계 미흡…재활용량 저조

우리나라의 경우 이들 천연자원이 부족해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마저도 가까운 시일 내에 고갈이 예상된다. 또 플라스틱류에는 ABS, PP, PS등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물질들이 들어있어 탄소배출도 저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2년 기준, 우리 국민 1인당 수거량은 3kg으로 2008년 EU의 6.3kg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 일반 가정에서 냉장고, 세탁기 등 폐가전제품을 배출하려면 운반도 어렵고 배출수수료가 부담스러운 등 국민 불편도 가중되고 있다. 대형 폐가전제품은 배출 시 1대당 약 6000원에서 1만 2000원의 배출수수료를 부담해야 하고 또 집 앞까지 배출하는 사람이 직접 운반해야 한다.

고객이 배출한 폐가전제품을 전용차량에 싣고 있는 모습.

이에 환경부와 지자체, 생산자를 대표해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가 머리를 맞댔다. 지난해 5월 무상 방문수거 도입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앞서 환경부는 이미 2012년 서울지역 6개 구를 ‘폐가전제품 무상 방문수거’ 시범지역으로 지정, 시범사업을 운영한 바 있다.

이후 협약을 통해 서울, 대구(2013년 4월), 대전(6월),부산(7월), 광주(9월), 경기(6월) 일부지역에서 지난 한 해 단계적으로 ‘폐가전제품 무상 방문수거’가 시작됐다.

환경부-지자체-생산자 협업 통해 ‘폐가전제품 무상 방문수거’ 시행

제도의 원활한 집행을 위해 환경부는 추진계획 수립, 제도개선 추진, 대국민 홍보를 맡았다. 지자체는 중간 집하 부지를 제공하고 상차 및 장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주민 접점 홍보에 나섰다. 제조사인 협회는 비용을 부담하고 시스템을 구축해 무상 방문수거를 시행 중이다.

한규포 기사가 폐가전제품 무상 방문수거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서울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한규포 기사. 그는 폐가전제품 무상 방문수거 시범운영부터 지금까지 제품 수거와 운송을 맡고 있다.


“대부분 주민들이 고맙다, 편해졌다라는 얘기를 많이 하죠” 서울시 전지역을 매일매일 누비고 있는 한규포 기사는 무상수거 현장을 찾아다니며 만난 주민들이 대부분이 만족해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했다.

한 기사는 성수기의 경우 하루에 37가구, 이사가 뜸해지는 비수기에는 20건 정도 폐가전제품을 수거하고 있다.

이 같은 ‘폐가전제품 무상 방문수거’를 통해 불법 유출을 사전에 차단, 부적정 처리 방지와 재활용율을 제고할 수 있다.

“만약에 냉매가 있는 냉장고의 경우, 불법으로 버려져 냉매기가 파손되면 오존층 파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겠죠” 한 기사의 설명이 이어진다.

이처럼 한규포 기사가 전용차량을 이용해 수거한 폐가전제품들은 일차로 각 지역 집하장으로 모인다.

수거된 폐가전제품들은 품목별로 정리돼 다시 해당 지역의 리사이클링 센터(RC)로 이동하게 된다.

리사이클링 센터(RC)에서는 각 제품의 특성에 맞춘 공정과정을 거쳐 철과 희유금속 등을 분리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은 관련 업체에 제공한다.

‘폐가전제품 무상 방문수거’ 시행 이후 수거량은 기존 종량제 수거 대비 300% 이상 증가했다. 또 수거 완료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 99.7%가 만족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수거량 기존 대비 300% 이상 증가…조사결과 고객 99.7% 만족

정부는 이 같은 제도를 통해 향후 폐가전 재활용이 연간 55만대로 늘어나고 이를 통해 온실가스가 8000톤 가량 감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700여명의 일자리 창출, 배출수수료 감면에 따라 2백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전망된다고 내다보고 있다.

“주민들은 예약만 하면 무거운 가전제품을 손 쉽게 버릴 수 있고, 제대로 공정을 거치는 제품은 환경도 지키고 자원으로 재활용도 되고요 이 시스템은 좋은 점만 갖고 있습니다.” 한규포 기사는 본인이 바빠져 힘들어도 좋으니 이 같은 정책이 널리 홍보돼야 한다며 강조 또 강조했다.

품목별로 수거된 폐가전제품들이 집하장에 정리돼 있다.

지난 한 해 우리 국민의 55%가 혜택을 본 이 제도가 올해는 전국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폐가전제품 무상 방문수거’를 원하는 국민은 인터넷(www.edtd.co.kr), ☎1599-0903, 카카오톡(ID: weec)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폐가전제품 무상 방문수거’는 원형수거를 원칙으로 한다. 2차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냉매의 훼손등이 발생한 가전제품은 수거해 가지 않는다.

이는 ‘폐가전제품 무상 방문수거’는 주민들의 편의를 위하는 목적과 동시에 폐가전제품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고 재활용을 통해 자원낭비를 최소화하겠다하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상 방문수거를 신청한 사람이라면 분리를 할 필요없이 그냥 두면 된다.

‘폐가전제품 무상 방문수거’를 통해 환경도 살리고 수수료 부담도 줄이고. 이것이야말로 꿩먹고 알먹고,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이 아닐까? 앞으로 쓸모 없어진 가전제품을 버릴 때는 무상 방문수거! 잊지 말아야겠다.

                              중앙뉴스 / 신영수 기자 / youngsu4903@naver.com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