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 노조 "정문국 신임 사장 강력 반대" MBK "정식 검증 절차 거쳐 내정한 것"


▲ 9일 신임 ING생명 사장으로 내정된 정문국 에이스생명 사장.   

ING생명이 새 수장을 놓고 노조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ING생명 노조는 16일부터 정문국 내정자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9일 ING생명 신임 사장으로 에이스생명 정문국 대표가 내정되자 ING생명노조가 이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ING생명 노조는 "무책임 경영과 파행적 노사관계를 야기한 이력의 정문국 내정자에 대해 분명한 반대 견해를 밝힌다"며 "지난해 7월 에이스생명 사장으로 부임한 지 6개월 만에 ING생명 사장으로 옮긴 정 내정자가 과연 책임경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ING생명노조가 본사와 본격적으로 대립하게 된 시작의 발단은 지난해 MBK파트너스의 ING생명 인수전부터였다. 이에 업계에서는 ING생명을 인수하고 최대주주가 된 MBK파트너스가 정문국 내정자를 지목한 것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한국 사모펀드 왕으로 불리는 MBK파트너스 김병주 사장    
이번 사장 내정에 앞서 노조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11월 매각 승인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다. 노조는 MBK 인수 반대 이유로 “외국자금으로 조성한 사모펀드를 통해 ING생명을 인수하고 공익성이라는 가치 영위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었다. 노조는 ‘제2의 론스타’ 악몽을 우려한 것이다.


 

이같이 MBK파트너스가 국내에 신고된 사모펀드임에도, 미국 론스타와 같은 ‘먹튀’우려가 거론되는 이유는 ING생명 인수에 자금을 대는 투자자 대다수가 외국계 자본인 것에 있다.

 

M&A업계에 따르면 해당 딜의 핵심 인수자금은 MBK가 ING생명을 인수하기 전 신규로 조정한 ‘3호 블라인드 펀드’에서 조달됐는데, 지난해 만들어진 3호 펀드의 규모는 26억7000만 달러(약 2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 펀드는 캐나다 국민연금 등을 비롯한 이른바 ‘해외큰손’들이 나선 외국계 자금이다.

이같이 큰 빙산과 같은 갈등이 산재해 있는 가운데 내정된 정문국 사장은 알리안츠 사장으로 재직 당시 성과급 도입 문제를 놓고 노사와 235일간 극렬하게 대치한 인물이다. 정 내정자는 노조와의 마찰 과정에서 용역을 동원해 노조 천막을 거둬내 알리안츠 생명 노조가 정 내정자를 특수강도 혐의 등으로 서울 남부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노조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애초에 약속이었던 책임 경영이나 ING생명을 정상 궤도에 올리겠다는 말 자체가 의심스럽다"며 "ING생명 노조가 강성이다 보니 그동안 노조와 오랜 대립을 경험해 온 정 내정자를 영입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정 내정자는 내세울 만한 업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 내정자가 6개월 간 대표로 있던 에이스생명은 보험사 중 최하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정 내정자 취임 이후인 7~10월 수입보험료 역시 956억원으로 전년 동기 793억원 보다 163억원(2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업계에서는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정 내정자가 물러났다고 분석하고 있다.

 

▲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투자설명회 모습.    
 


지난해 ING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한 MBK파트너스는 이윤추구가 1차 목표인 사모펀드 특성상 회사를 정상화해 5년 이후부터는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를 모르는 MBK가 회사 정상화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IMF당시 론스타 사태는 국민들 모르게 정부 정책자들도 쉬쉬하며 벌어진 금융참사였다고 표현되기도 한다. 한 국가의 흥망이 걸린 금융체를 통째로 외국에 팔아넘기며 그 사이에 나오는 콩고물을 노린 한국인들이 있었던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ING생명을 매각한 이유가 제2의 론스타를 재연시킬 조짐이 아니라면 MBK파트너스는 ING생명 정상화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 표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ING생명 노조 관계자는 "MBK파트너스는 보험사의 기본이 되는 노동자를 동반자로 보지 않는다. 자본이익 극대화를 위한 탄압과 구조조정 대상으로 여길 것"이라며 노조 탄압으로 보험업계에서 유명했던 정문국 사장 내정을 강력히 반대했다.

이에 대해 ING생명 관계자는 중앙뉴스에 "아직 공식 부임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고 답했다. MBK파트너스는 "정 내정자는 MBK파트너스 뿐만 아니라 ING생명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안이다. 정식 검증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중앙뉴스 / 윤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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