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주부들에게 재앙인 명절! 이번설엔 가족끼리 져주자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깨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라고 시작되는 고유의 명절인 설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어릴적 동심으로 돌아가 우리가 기억하는 설날은 분명 즐거운 명절이다. 그러나 국민들 중 상당 수가 우리 고유의 명절인 설에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중에서도 특히 주부들과 청년들의 스트레스가 가장 심하다. 한쪽에서는 마냥 즐거워하는 무리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과중한 노동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주부들과 일가 친척들의 무분별한 발언으로 상처받고 있는 청년실업자와 결혼 적령기를 놓친 미혼자들이 있다. 둘 다 대한민국 국민성이 갖고있는 후진성이 낳은 부산물이 아닐까 싶다.

먼저 주부들의 과중한 노동에 대하여 곱씹어 보자.

'대한민국'에서 남녀 불평등이 가장 적나라하게 표출되는 때가 바로 우리민족의 고유의 명절이다. 대다수의 기혼 남자들은 명절을 친척, 친구 들과의 친교의 날로 인식하고 있고 또 그렇게 행동한다. 그러나 갓 시집온 새내기 주부와 중 장년의 주부들은 자신들의 가족을 위해서 너무 많은 희생을 요구 당하고 있다.

주부들은 차례상을 준비하고 가족과 친척, 특히 남자들의 친교를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음식을 준비해야 하고 또 엄청난 양의 설거지를 해야 한다. 이는 조상때부더 내려오는 남녀 불평등이 만들어낸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너와나,우리모두에게 문제의 해답이 있는지를 물어보자.

우리 민족이 유교민족이란 사실에 대해서는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유교문화의 좋은 점은 계승해야겠지만 나쁜 점은 하루 빨리 버려야 한다.

명절 때 남자들이 친척들과 친교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하지만 문제는 명절 음식의 주체는 여자이어야 한다는 인식은 이제 버려야 한다.

남자들에게 오랫동안 뿌리내려온 유교적 고정 관념 사상이 잠재되어있는 한 이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주부들 모두 슬프게 한다. 따라서 남자들에게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자신들이 먹을 음식은 자신들 스스로 만들고 설거지도 스스로 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그러나 말처럼 이런 문화가 하루아침에 정착 될수는 없다.

이런 문화가 정착되게 하려면 체계적인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유년기에서 청년기까지의 교육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남,여의 역활이 분명하게 나누어져 있다.

시대는 변했다. 여성 대통령을 만들어낸 시대를 살고있는 대한민국이다. 아버지는 밖에서 일하는 사람, 어머니는 집에서 요리하는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는 교과서가 아직도 우리 교육현장에 있는 한, 남성들의 고정화된 생각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취업을 앞두고 있는 청년들에게도 명절은 재앙으로 인식되고 있다. 가족과 친척들의 무분별한 발언이 청년들에게 큰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최근 신입 구직자 644명을 대상으로 명절때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어떤 것들이 있는 지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친척 누구는 대기업 들어갔다더라’가 25.9%로 1위에 올랐다. 2위는 ‘너 아직도 취업 못해서 놀고 있니?’(16.8%)였고, 3위는 ‘나이가 들어가는데 어떡하려고 그러니?’(13.9%)였다. 이 외에도 ‘애인은 있니?(7.1%), ‘취업 눈높이를 낮춰라’(5.8%), ‘그래서 결혼은 할 수 있겠니?’(4.5%), ‘불효 좀 그만하고, 취업해야지’(3.3%) 라는 식의 상처를 주는 말을 하는 친척들도 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구직자들 중에는 친척들의 이런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명절 귀성이나 가족모임을 포기하기도 한다.

청년층 구직자 10명 중 4명이 일부러 명절 귀성이나 가족모임을 포기하는 일들이 매년 되풀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도를 넘는 친척들의 무분별한 발언은 이제 삼가야 한다.

사실 지금의 청년 문제는 40대 이상 기성세대들의 이기심이 낳은 부산물이다. 우리에게 아직까지 취약한 것이 복지다.선진국들처럼 복지가 잘 되어 있다면 청년 문제가 이처럼 심각하지도 않다. 따라서 지금의 기성세대들은 청년들에게 무분별한 발언으로 상처를 줄 자격이 없다.

이유를 곱씹어보자. 선진국의 경우는 복지가 잘 되어 있어서, 대공황 때 케인즈가 강조한 유효 수요가 복지를 통해 상시적으로 창출되고 있다.

그 결과 소득재분배 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고 이것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성세대의 이기심 때문에 복지가 취약하다 보니, 소득재분배 효과가 작게 나타나고 이를 통한 경제성장 효과와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작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우리나라 청년층 문제는 여전히 복지에 소극적인 기성세대의 이기심의 결과라고 볼 수 있는 이유다.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나라 고소득층의 이기심 때문에 복지가 취약하고, 복지를 통한 일자리 창출효과도 취약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청년 구직자들에게는 좋은 일자리만큼 간절한 소망도 없다. 외환위기 이후 지난 10여 년간 300인 이상 대기업은 연평균 4만 3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50~300인 중견기업은 연평균 11만 4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50인 미만 중소기업은 연평균 28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통계청 조사에서 보고된바 있다.

일부 정치인들은 청년 구직자들이 지나치게 대기업에게만 몰린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임금 양극화가 극심한 상황에서 청년 구직자만을 탓할 수는 없다는 것이 교육계의 생각이기도 하다.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300인 이상 대기업 정규직 임금은 5824만 원 이었다.

반면 5인 미만 소기업 정규직 임금은 2219만 원에 불과했고, 비정규직 임금은 1241만 원에 불과했다. 300인 이상 대기업 정규직 임금과 5인 미만 기업 비정규직 임금과의 격차는 무려 4.7배에 달한다. 이렇게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임금 격차가 크다 보니 청년들은 대기업 선호 경향이 커진 것이다.

이른바 신의 직장이라는 공공기관(공기업 포함)의 연봉도 구직자의 입맛을 당기기에 충분했다.

기획재정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공기업 포함) 직원들의 평균 보수는 6185만 원이었다. 이것은 전연령대 평균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평균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수준의 소득재분배 정책을 하려면 GDP 대비 복지지출액 수준을 9%대에서 20% 이상으로 높여야 가능하다. 그리고 그걸 해 내려면 연간 160조 원 이상의 복지재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현실에서 단기간에 그것을 이루어낼 수는 없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그것을 늘려가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있다.우리 사회가 양극화를 극복하고 선진국이 되려면 연간 160조 원 이상의 복지재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기성세대에게는 그것을 마련하고자 하는 노력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고향을 찿는 가족들이 이번 설에는 모두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윗세대의 역활이 중요하다. 가령 "부모 세대는 좋은 말을 기분 나쁘게 전달"하기 쉽다.

걱정이나 충고의 뜻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힘들겠다' 한마디면 충분할 것이다. "부부 연령이 낮을수록 둘 사이에서 해결될 문제도 양가 부모님의 훈수 때문에 더 커지는 경우가 명절때에 꼭 일어난다. 아슬아슬한 갈등 국면일 때 '스톱'을 외치며 교통정리를 할 수 있는 것도 권위 있는 윗세대의 역할이다.

공통적인 지침은 "말하기보다는 듣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로 요약 할수 있다. 가족끼리는 져 주는 게 이기는 거라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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