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24일 이사회를 열어 담배회사를 상대로 흡연 피해 소송에 나서기로 의결하자 보건·의료단체와 관련 시민단체들은 "담배 소송은 정의실현"이라며 적극적으로 환영했다.

이에 반해 담배회사 관계자들은 소송 이전에 담뱃값에 포함된 건강증진 부담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담배 세제를 개편하는 등 합리적 방법을 우선 시행해야 한다며 맞섰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서홍관 회장은 "담배회사가 질병을 일으켰는데 그 책임을 국민의 세금으로 해결하라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건보공단의 담배 소송은 정의 실현"이라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서 회장은 "매년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는 담배회사가 건강증진부담금은 단 한 푼도 안 낸다"며 "담배회사는 담배 1갑당 354원의 건강증진 부담금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이 돈은 흡연자가 낸 것이지 담배회사가 자신의 이익에서 떼어낸 것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 송형곤 대변인은 "건보공단의 담배 소송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며 "흡연의 위해성은 분명하지만 빅데이터 등을 통해 두 요인 간의 연관성이 학문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 대변인은 "만약 담배 소송에서 건보공단이 승소하면 배상금은 반드시 흡연으로 피해를 본 환자들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국민건강을 위한 담배 소송은 중단없이 추진되어야 한다"며 "담배 소비자들은 건강증진 부담금을 내지만 매년 조 단위의 순이익을 내는 담배회사는 세금 이외에 어떤 부담도 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경실련은 또 "정부와 건보공단이 서로 긴밀하게 공조해 국민건강권 수호라는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정책실장은 "건보공단의 담배 소송은 필요하고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기업활동에 제동을 건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 실장은 또 보건복지부가 건보공단의 담배 소송 추진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대해 "복지부가 담배회사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국내 담배회사를 회원으로 둔 한국담배협회는 "담배회사가 제조한 담배에 설계상 결함이 존재하지 않았고, 고의과실에 의한 위법성과 하자가 없기에 건보공단의 소송은 올바르지 못한 시도"라고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한국담배협회는 "공단이 재정 적자를 메우고자 소송을 선택했다면 건강증진 부담금을 원래 목적으로 사용하면 될 것"이라며 "부족한 재정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국민의 세금을 승소 가능성이 희박한 소송에 쓰는 것이 최상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말했다.

국내 담뱃잎 경작자들의 모임인 엽연초생산협동조합(KTGO) 석현호 과장도 "이미 건강증진 부담금의 많은 금액을 건보공단이 사용하는데 흡연으로 말미암은 피해액을 또 담배회사에서 받아내면 건보공단에 돈이 이중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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