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텔레마케팅(TM) 신규영업 금지를 놓고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이 적지 않다.

TM 수만 명 한숨…연휴이후 생계가 막막해요 관련 이미지

최소 3만여명에 이르는 TM 종사자들이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활용한다고 간주한 이번 조치는 이들을 '범죄자 집단'으로 취급한 셈이기 때문이다.

반발이 거세자 부랴부랴 보완책으로 마련한 '갱신 영업 허용'이나 '고용 유지' 등의 주문 역시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카드사에서 유출된 정보가 시중에 유통되는 '2차 피해'는 없다고 단언한 마당에 이처럼 극단적인 처방을 내린 것도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평균 100만원대 박봉에 고졸·전문대졸 출신 여성이 대부분인 텔레마케팅 직원들은 연휴 이후 생계가 막막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금융회사에 소속된 텔레마케터는 3만2천명 수준이다.

외주·파견 TM, 보험대리점·홈쇼핑 등에 소속된 TM 설계사를 포함하면 6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이 3월까지 대출모집이나 보험·카드 판매 등 신규영업을 금지하자 이들은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독립법인대리점(GA) TM인 김모(35·여)씨는 "정보유출 사고로 죄인 취급 당하는 것도 억울한데, 당국의 이번 조치로 밥줄까지 끊기게 됐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자녀가 두 명 있는 김씨는 남편이 실직한 탓에 가족의 생계를 떠맡고 있다.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집에서 인터넷 전화로 일하고 있다.

TM의 70~80%는 40세 미만에 고졸 또는 전문대졸 학력자로 평균 100만원대인 급여는 실적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체로 박봉이다.

취업정보업체 '사람인'이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TM 공급기업 상담원의 연령대는 29세 이하가 48.4%, 30~39세 43.9%, 40세 이상 7.7%이다.

월평균 급여는 131만~150만원이 53.8%로 가장 많고 100만~130만원(24.4%), 151만~200만원(15.2%) 순이다.

200만원 이상은 5.1%, 100만원 미만도 1.5%이다.

고졸이 40.9%, 전문대졸이 36.2%, 대졸이 21.3%이다.

홈쇼핑 업계는 금융당국의 조치로 일단 TM들을 교육에 보내거나 휴가를 쓰게 만들었는데 설 연휴 이후 어떻게 할지는 아무 계획이 없다.

국내 5대 홈쇼핑의 TM 인력은 약 5천명이다.

금융당국이 이들을 '해고하지 말라'고 했지만, 특수고용직인 TM은 고용 상태만 유지돼선 수입이 거의 없다.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는 정부가 표방한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니라 도리어 '정상의 비정상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도권의 TM 영업이 당국의 감시를 거의 받지 않는 쪽으로 몰리는 음성화를 부추길 수 있다.

TM이 금지돼 수입이 뚝 떨어지면 그동안 법의 테두리에서 일하던 1·2금융권 대출상담사들이 사금융으로 몰릴 것이라는 얘기이다.

담보대출상담사 신모(44)씨는 "비제도권은 대포폰(명의자가 다른 휴대전화)을 쓴다"며 "정보유출 같은 사고가 생겨도 범인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1년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팔라지자 일선 은행 창구의 가계대출을 모두 중단시키는 조치로 역효과를 낸 전례가 있다.

금융권에선 이번 TM 신규 영업 금지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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