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장 이만우 박사" 발표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장 이만우 사회학 박사는 이슈와 논점 53호 에서 ."원격진료의 허용" '문제점과 정책방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제시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4월 6일 국무회의를 열어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하였으며, 이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인 간의 의료지식ㆍ기술 지원만 가능하고(동법 제34조), 의료인-환자 간 원격진료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만약 이 개정안이 올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내년부터는 제한적이나마, 즉 의료취약지역 거주자, 교도소 등 의료기관 이용 제한자 등 약 446만 명 대상으로 원격진료가 제공된다. 1990년대 초부터 약 20년간 정부가 의료소외지역을 대상(약 60여 곳)으로 시범사업의 형태로만 운영해 온 원격진료가 본격적으로 실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원격진료가 본격화됨에 따라 의료취약계층이나 의료소외지역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접근성이 제고될 뿐만 아니라 연간 4300억 원의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만우*
1. 원격진료 시범사업의 현황

2010년 현재 원격진료 시범사업은 사업종류별로 나뉘어져 시행되고 있다. ①공공보건기관 4개 시범사업(강원도의 보건소와 보건진료소, 서울시 강남구 보건소, 안산시 단원구 보건소, 신안군 내 보건의료기관 간), ②공공과 민간이 연계하는 3개 시범사업(경남 사천시 신수도와 민간의료기관, 전남 고흥군 내 의료취약지역주민에 대한 전남대병원의 원격진료, 운항 중인 선박/항공기 원격응급의료), ③민간의료기관 중심 2개 시범사업(종합전문기관 원격진료, 원격영상의학판독), ④U-Health 2개 시범사업(유비쿼터스 재택건강관리, 주요 도시별 U-City)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상의 시범사업에서 원격진료가 실제 적용되는 분야 및 방법은 ①응급환자 초기평가․진단 및 이송단계 자료전송, ②무의촌 지역의 환자에 대한 진료 및 상담, ③환자병력에 의한 일상적인 건강상담 및 검사, ④진단, 치료 및 수술환자의 추적조사, ⑤만성질환자와 임산부 및 재택 고령자 관리 등이다. 

2. 원격진료의 정식진료 인정시 문제점

그러나 원격진료가 본격적으로 허용되어 정식진료로 인정될 때 원격진료의 표준화가 미약함에 따른 불법의료 또는 무자격 진료행위의 만연, 원격진료에 대한 환자 및 의료인의 거부감 등 기본적인 문제점 뿐만 아니라 몇 가지 핵심적 우려 사항들이 있다.

첫째, 원격진료 시행 시 원격지에 있는 의료진의 오진이나 의료사고 발생에 따른 법적인 책임 소재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아 의료분쟁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원격진료를 수행하는 의료공급자를 「의료법」 제34조(원격의료) 제1항에 정의된 의료인(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으로 해석할 것인지, 「의료법」 제2조(의료인)에 의한 의료인(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조산사)으로 해석할 것인지에 대해서 다소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의료법」에는 원격지의사의 원격의료에 따라 의료행위를 한 의료인이 의사ㆍ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이하 “현지의사”라 한다)인 경우에는 당해 의료행위에 대하여 원격지의사의 과실을 인정할 만한 명백한 근거가 없는 한 환자에 대한 책임은 제3항[원격의료를 하는 자(이하 “원격지의사”라 한다)는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진료하는 경우와 같은 책임을 진다]의 규정에 불구하고 현지의사에게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제4항). 현행 「의료법」에는 의사-의사 간 원격진료의 유형만 명시되어 있을 뿐, 의사-의료인 간,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의 유형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향후 다양한 원격진료의 활성화 시 환자에 대한 책임에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

따라서 의사의 의료지식 또는 기술을 지원 받아 현지에서 진료행위를 수행하는 현지의료인의 자격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으며, 원격진료 행위의 허용ㆍ활용 범위 및 한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외국 의료인이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경우 책임 소재, 부당진료 시 처벌, 언어장벽 등도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법적 규정도 요구된다.

둘째, 원격진료를 시행하는데 필요한 여러 하드웨어 장비들(모니터링, 기기, 생체 신호 측정 단말기 등), 유무선 통신비용, 각종 프로그램 설치에 따르는 비용 등이 현재로서는 만만치 않은 편이다.

원격진료를 수행하게 되면, 신기술 도입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장비 구축에 많은 돈을 들이게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의사들이 원격진료 시스템을 도입하는데 주저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원격진료가 비용-수익 차원에서 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원격진료의 보험수가에 대한 규정 등 법규가 정비되어 있지 못한 점도 원격진료의 신속한 도입을 방해하고 있다.

또한 농어촌 및 도서 지역 사람들이 어떻게 원격진료 비용을 충당할 것인가도 해결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 농어촌 및 원거리 지역과의 연계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셋째, 원격진료는 환자정보의 정확성이 대면접촉에 비해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환자가 의사의 지시를 이해할 수 없거나 따를 수 없는 경우에 의료사고의 발생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원격진료를 제공할 때 환자들이 별로 친숙하지 않은 장비를 사용하게 되어 환자의 질환에 대한 신뢰할 만한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일부 진료영역에서는 진단의 정확성을 보여주고 있으나 진료영역에 따라 상이한 진료기술을 활용하므로, 경우에 따라 진료행위의 신뢰성을 확인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원격진료 기기에 대한 허가 문제, 환자진료 기록 등 관련 자료의 보안 문제, 병원 내 다른 의료시스템과의 통합문제 등이 기술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불어 원격진료 시 환자 개인정보 침해 행위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넷째, 원격진료는 특수 상황, 예를 들어 운행 중인 선박이나 항공기 내의 응급환자 발생으로 의료인의 접근이 불가능한 고립된 상황에 대한 대처방식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원격지 의사의 지시를 받아 현지에서 환자에 대한 처치 등의 의료행위를 수행하는 자가 응급구조사가 아닌 단기과정의 보건교육을 받은 선원이나 환자 본인인 경우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한 실태이다. 사실상 이 방식으로 원격진료를 수행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3. 외국의 원격진료 적용 사례

WHO의 보건기술부(Department of Essential Health Technologies: EHT)는 각 국가들이 e-health 전달체계를 구축하도록 관련 전담프로그램(e-HCD)을 개발하였다.

(1) 미국

미국은 원격진료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국가로서 2008년 기준 20여개 주에서 원격진료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원격진료는 그 적용 분야 또는 대상을 살펴보면, 기존의 전통적인 보건의료서비스를 원격으로 제공하기 용이한 분야를 중심으로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미국원격의료협회에서는 원격진료 기술을 주로 사용하는 상위 5개 전문분야로 심장병과, 피부과, 가정보건의료, 정신보건, 방사선과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 분야 이외에도, 즉 소아질환, 재택의료, 노인질환, 방사선, 농어촌 의료, 재활, 신장투석, 원주민 보건 등에도 원격진료의 적용이 시도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의 경우 원격진료 투자의 경제성이 확보되기 어렵지만 공공의 경우 기존의 전통적인 의료방식으로는 접근성과 질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원격진료가 매력적일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자 단체들을 중심으로 원격진료를 보험급여 대상에 포함시킬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증대됨에 따라 원격진료의 경제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2) 유럽연합(EU)

유럽의사상임위원회는 「원격의료에 대한 윤리지침」(2003.10)을 채택하였는데, 의사가 이전에 해당 환자를 진료한 적이 있거나 현재의 문제에 대하여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통신매체에 의한 원격진료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05년부터 실용화를 목표로 EU의 지원 하에 TELEMED라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그 핵심은 디지털 영상장치들인 CT, MRI, US(Ultra Sonography) 등을 연결하여 방사선 영상과 의무기록을 전문의에게 메일박스로 전송하면, 전문의는 연관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진단,판독하고 이를 다시 메일박스를 통해 의뢰인에게 전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3) 일본

일본은 섬이 많은 지역적 특수성 때문에 원격진료가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왔다. 초기에는 심전도 영상을 공중전화회선을 이용하여 전송하는 원격의료시스템으로 원격진료를 수행하였다. 1973년 나가사키와 이쯔시마에 심전도영상을 전송하여 의학적으로 판독하는 실험수준의 노력을 실시하였으며, 그 후 낙도와 본토의 의사 간 원격진료를 정보 슈퍼하이웨이 구축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 정보화추진연대본부를 총무성 내에 설치하는 등 병원과 가정을 통신으로 연결하는 ‘재택의료시스템계획’을 실행하고 있으며, 진료소와 전문병원을 연결하여 CT 등의 의료영상을 전문의가 원격으로 판독하는 ‘원격방사선 진단시스템계획’도 진행하고 있다.

4. 시사점 및 법제도 개선방향

국가별 지리적 특성(의료소외 지역 유무)과 의료자원의 분포ㆍ배치 및 사회경제적 특성(보건의료산업에 대한 관심)에 따라 몇몇 국가들은 원격진료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적 특성에 따라 주 또는 지역별로 원격진료를 차별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민간의료보다는 공공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실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다면 원격진료의 도입ㆍ실시 과정에서 전통적인 의료서비스 제공방식과의 충돌되는 지점의 법적 해소방안 및 기술적인 어려움의 해결책, 환자와 의료인의 인식변화 유도 등, 연구개발 단계에서 취해질 정책조치들을 넘어 원격진료 제공의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은 정부의 강력한 제도적 지원이라고 생각한다.

정부 지원정책의 방향은 원격진료가 반드시 필요한 분야를 선정해서 기술 중심이 아닌 서비스 중심의 모델을 만들어 오프라인의 네트워크를 먼저 구축한 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온라인 기술을 적용해 모범사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러한 성공적인 모범사례들이 많아질 때 정부의 지원의지가 높아지며, 또한 모범사례들을 중심으로 법제도의 정비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앞서 말했듯이 원격진료 행위의 범위, 보험수가 적용여부, 원격진료 기관의 형태 등이 일차적으로 규정되어야 하며, 더불어 원격지의사의 권리·의무 및 원격진료 과오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 환자의료정보의 보호, 국제적인 관할권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되어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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