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선물 14일’ 극중 실종 어린이 전단 제작해 SNS에 게시

최근 고려대학교 일베 마크 사용으로 도마위에 오른 SBS가 ‘짝’ 여성 출연자 자살 논란에 이어 ‘신의 선물’ 어린이 실종 전단 홍보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5일 SBS 수목드라마 ‘신의 선물 14일’의 트위터 계정에는 '실종된 아동을 찾습니다'라는 문구의 이미지가 게재됐다. 이 전단 이미지에는 극중 김수현(이보영)의 딸이자 유괴되는 아이 한샛별(김유빈)의 사진과 인적사항이 담겨져 있다.

이미지에는 보호자의 휴대전화와 강남경찰서, 경찰청 실동아동 찾기센터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강남서와 경찰청 센터의 번호는 모두 경찰로 연결되는 실제 번호다. 비록 최하단에는 '드라마 소품용으로 제작됐으며 실제 사건이 아님을 알려드린다'고 쓰여 있지만 작은 흰색 글씨로 쓰여 있어 눈에 띄지 않는다.

더불어 이미지에는 “그냥 지나가지 마시고 한 번만 유심히 봐주세요. 우리 샛별이 꼭 찾아야 해요. RT 부탁드려요”라는 설명 문구가 달렸다. 'RT'는 SNS인 트위터에서 '리트윗'을 의미하는 용어로 글을 널리 퍼뜨려달라는 의미다.

이같은 SBS의 도넘은 홍보에 누리꾼들은 비판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드라마를 보지 않는 시청자들이 이를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누리꾼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신의 선물 홍보용 전단 이미지를 봤는데 누가 봐도 딱 오해할 것 같다”며 “실제로 가족을 잃어 전단을 제작했던 이들의 심정은 털끝만큼도 헤아리지 않은 황당한 처사”라며 SBS의 홍보를 비판했다.

딸을 잃은 엄마가 시간을 돌려 범인을 찾는다는 내용의 ‘신의 선물’은 방영 전부터 이보영과 조승우 등의 연기파 배우들의 출연 결정에 많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특히 ‘타임워프’라는 매력적인 소재와 탄탄한 스토리 구성이 기대되는 작품 중 하나였다.

굳이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홍보를 할 필요가 있었는지 방송계 일각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부 방송계 관계자들은 “경쟁드라마인 기황후가 동일 시간대 시청률에서 크게 앞서다 보니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 같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에 SBS의 한 관계자는 “SNS가 실종 아동을 찾는 좋은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드리고, 드라마의 시청자들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제작한 이미지”라며 “실종 사건이나 전단지 디자인을 희화화하거나 홍보에 활용하려는 의도는 결코 없었고 상처받으신 분들이 있으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시청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방송사들은 저마다 기발한 홍보 방법을 내세우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같은 SBS의 무리수는 아직도 실종 아동들을 찾고 있는 부모들의 심정을 조금도 헤아리지 못한 최악의 한 수로 시청자들의 뇌리속에 깊게 새겨질 전망이다. 단 몇줄의 사과를 한다고 엎지러진 물을 다시 주워담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중앙뉴스 / 채성오 기자 / wva255b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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