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36년간 부가세율 10% 유지…OECD 4번째로 낮아

정부가 과세 형평성 제고 차원에서 금융 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과세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실현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부가세 부과는 결국 금융용역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금융소비자는 물론이고 금융회사의 저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과세 형평성을 높이려는 대의명분을 달성하면서 조세 저항은 줄이는 지혜가 요구된다..

◇ 정부, 금융용역 부가세 과세확대 방침

9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금융 용역에 대한 부가세 과세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가 지난해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통해 부가세 과세 범위를 확대하는 영역으로 금융용역과 학원, 의료 등 3개 부문을 꼽았지만 올해는 금융용역만 목표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번 세법개정안에서 의료 부문의 부가세 과세 범위를 확대한 후 무게 중심을 금융용역으로 옮긴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성형 의료용역에 새로 부가세(10%)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쌍꺼풀수술, 코 성형수술, 유방암 수술에 따른 재건술이 아닌 유방 확대·축소술, 지방흡인술, 주름살 제거술 등 미용목적 성형수술과 외모개선 목적의 턱수술(턱 안면 교정술)이 과세 대상에 해당한다.

점·주근깨 등 색소질환 치료술, 여드름 치료, 제모술, 탈모 치료, 모발이식술과 기타 미용목적의 피부 관련 시술에도 부가세가 붙는다.

한국의 부가가치세율은 현재 1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8,7%보다 낮고 면세 범위는 넓은 편이다.

한국은 1977년부터 36년간 부가세율 10%를 유지해온 결과, 현재 OECD 국가 중 세율이 4번째로 낮다.

정부는 복지지출 증가 등 재정 위험 요인에 대응하고자 부가세와 개별소비세 면세·감면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 금융리스·금고대여 등 과세 가능성

의료 부분에서 부가세 과세 범위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듯이 은행의 기본 업무인 예금과 대출 등 부분에서 부가세를 과세할 가능성은 작다.

은행업은 예금의 수입이나 유가증권 및 기타 채무증서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대출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이자수익을 내는 업무를 의미한다.

이런 연장 선상에서 자금 이체나 입출금 등 서비스는 부가세 과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러나 그밖의 수수료 수입은 새로운 부가세 과세 대상 범위에 들어갈 수 있다.

보험이나 투신상품은 부가세가 면세되므로 판매에 대한 부가세를 부과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외환 관련 서비스에 대한 부가세 부과는 자칫하면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다.

자동차 금융리스업이나 외국의 과세사례가 많은 대여금고업, 각종 금융자문 서비스 등은 과세 전환 가능성이 큰 부분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보면 예금이나 입출금을 빼고 수수료가 발생하는 전 영역이 부과세 과세 영역"이라며 "다만 금융사의 서비스 하나하나를 보면서 과세 원칙과 시장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실제로 과세 영역이 그리 넓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권 반발…"세수증대 효과 적어"

정부의 금융용역 부가세 확대 방침에 금융권은 세수증대 효과가 확실치 않고 금융사의 조세협력 비용과 소비자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면서 반발하는 기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 고객과의 거래는 중간 생산단계에 해당하므로 기업금융 서비스 수수료에 부가세를 새로 부과하면 누적효과가 사라지면서 세수가 오히려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누적효과란 거래 중간단계에서 면세를 적용하다 다음 단계에서 과세하는 경우 창출된 전체 부가가치분보다 많은 부가세가 징수되는 효과를 뜻한다.

금융사 영업수익과 영업외수익의 0.5%를 이미 교육세로 납부하고 있는 점, 부가세 납부를 위한 전산비용과 인건비 지출이 늘 것이라는 점도 불만 요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부가세가 부과되더라도 은행은 매입세액공제를 통해 일정 부분 공제받을 수 있다"며 "결국은 일반 소비자 부담과 물가 상승으로 귀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서비스 중 어느 부분까지 과세대상에 포함할지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과세대상이 확정되면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도 추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용역 부가세 과세는 세수 확대 차원에서 그동안 여러 차례 논의가 됐던 사안"이라며 "소비자와 금융권의 반발이 클 것이라는 점에서 실현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결산 기준 전체 은행의 이자 순수익은 9조2천억원 흑자를 보였으나, 부가세 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수수료 순수익(1조1천억원)과 기타영업 순수익(-3조9천억원) 등 비이자 순수익은 총 2조7천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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