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공공부문의 채용.승진.보수 등 인사 운영상 학력규제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키로 했으나 국내 대기업은 제도상으론 이보다 한 발짝 앞서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굴지의 대기업 대부분이 사원 채용시 학력제한을 원칙적으로 두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1995년부터 `열린 채용'을 방침으로 학력 제한을 없앴고 2004년부터는 일부 전문 기술직군을 제외하고는 전공 제한도 폐지했다.

매해 뽑는 정기 공채 사원은 학력에 상관없이 입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고, 입사 후 직급도 3급으로 같은 대우를 받는다.

SK그룹도 채용시 학력과 나이, 성별, 국적에 어떠한 제한도 두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대졸신입사원 채용'이라는 표현도 오래전부터 쓰지 않고 '신입사원 채용', '경력사원 채용'이라고만 표현한다.

특히 SK그룹은 올해부터 인턴십을 통해 신입사원을 대거 채용키로 하는 등 과거처럼 학력보다 개인의 직무능력을 검증해 채용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있다.

포스코도 사무직과 생산직을 막론하고 입사시 학력 제한을 두지 않는다. 입사지원서엔 최종 학력을 표기하도록 하지만 이에 따른 가산점이나 차별은 없다고 포스코는 밝혔다.

유통업계는 고객 서비스가 우선하는 업종의 특성상 학력에 따라 승진 또는 보수에서 차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신규 채용을 할 때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자와 고졸 및 전문대 출신자들을 구분하는 점을 제외하면 채용 이후 직원들의 인사 평가는 성과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4년제 대학 졸업자를 고졸 및 전문대 출신 직원들과 구별해서 채용하는 것은 맞지만 명문대와 비명문대,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 등을 구분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신세계는 대학 졸업자와 고졸 학력을 가진 입사 지원자의 채용을 달리하고 있지만 학력에 상관없이 모두 정규직으로 뽑고 있다.

채용이나 승진 심사도 학력보다는 자격증 취득 여부 등을 따져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의 이런 학력 철폐 제도가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 미지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본사 고졸자 공채 사원의 정확한 비율은 밝힐 수 없으나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다른 기업과 달리 본사 신입사원 공채 때 4년제 대학교 졸업장을 요구한다.

전문 지식을 필요한 연구개발(R&D) 인력이 전체 채용인원의 80∼90%를 차지하는 탓에 학력과 전공에 따른 습득 수준을 감안해 인력을 선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수시 채용을 하는 경력직이나 생산 공장 등은 그때그때 필요한 학력조건을 제시한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