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에서 내부 직원의 비리·횡령 사건이 연이어 터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한화생명에서 30억원 규모의 허위 보증 사고가 발생했다.

은행과 카드사, 저축은행에 이어 그동안 금융 사고 무풍지대였던 보험에서마저 내부 통제에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한 셈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14일부터 한화생명에 대한 긴급 검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한화생명으로부터 내부 직원 A씨가 지인 B씨에게 허위 보증 서류를 만들어준 사실을 적발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 외부인은 이 서류를 근거로 대부업체에서 30억원8천만원을 대출을 받아 잠적했다.

보험사에서 허위 보증과 관련해 이런 거액의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직원 A씨는 지난해 10월 14일 법인인감증명서를 도용하고 대표이사 인감 및 문서(지급확약서)를 위조해 B씨에게 제공했고, B씨가 대부업체에서 30억8천만원을 부당하게 대출받았다. 지급 확약서는 B씨의 대출금을 90일 내에 한화생명이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11월 18일 직원 A씨의 비리를 인지했으나 금감원에 즉시 보고하지 않은 채 자체 감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화생명은 해당 사고를 무마하거나 은폐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한화생명은 직원 A씨로부터 법인인감증명서 도용 및 문서 위조 사실 등을 시인받은 뒤 수사기관에 지난해 12월 고발하고 지난달에는 면직 조치했다. 한화생명은 대부업체로부터 원리금 상환을 요구받은 뒤 법적 상환의무가 없음을 통지하고 사고 내용을 지난 9일 금감원에 보고했다.

한화생명은 자사의 실수가 아니고 해당 직원이 자체적으로 문서로 위조한 것이기 때문에 법적인 배상 책임이나 문제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부업체가 보증 서류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대출해준 것이 문제라는 논리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한화생명이 내부 통제를 잘못한 책임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화생명에서 최근 직원이 30억원 규모의 허위 보증 사고를 냈다는 보고를 해왔다"면서 "보험사 직원이 법인인감증명서를 도용하고 문서 등을 위조해 부당한 대출을 일으킨 금융사고로 보험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취약한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한화생명은 사고를 인지하고도 4개월이나 지체하는 등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금감원은 14일부터 한화생명의 내부통제시스템이나 자체감사의 적정성 등에 대해 현장검사를 하고 법규에 따라 엄중 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금융사의 서류 위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직원 1명이 부동산개발업자에게 9천709억원 규모의 허위 입금증을 발부해준 사실을 지난 4일 발견해 금감원에 보고한 바 있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에 후속 조치를 요구했고, 이에 국민은행은 이 모 팀장을 대기 발령낸 뒤 검찰에 고발했다.

예금이 입금되면 예금주의 요청에 따라 대금을 지불하겠다는 내용의 '입금 및 지급예정 확인서', 부동산개발업자의 대출신청을 받아 심사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의 '문서발급 및 대출예정 확인서' 등 6천101억원 규모의 임의확인서 10건이 교부됐다.

실제 예금한 사실이 없는데도 예금이 있는 것처럼 3천600억원 규모의 예금입금증 4건을 비롯해 제3자의 차용자금 8억원을 보관 중이라는 현금보관증 8건도 발급했다. 이들 문서는 국민은행 법인이나 지점의 정식 인감을 사용하지 않고 이씨의 개인 도장과 사인을 이용해 작성됐다.

금감원은 이처럼 은행에 이어 보험사에서도 내부 통제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모든 보험사의 보증 현황에 대해서도 점검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다른 보험사에도 유사한 금융 사고가 있는지 실태를 알아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