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산업재해 논란과 관련, 조만간 경영진의 공식 입장을 내놓기로 한 가운데 구체적인 중재안 마련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15일 업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이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제안에 답하는 형식으로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 등 삼성전자 CEO 명의의 입장을 며칠내로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백혈병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만큼 폐쇄적이지 않고 공개적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형태의 협상을 진행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만드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인사들로 구성된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협상 방안도 경영진 입장 중 하나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반올림) 측은 이날 새벽 '삼성전자의 입장 발표에 대한 반올림의 우려와 요구'라는 성명을 통해 제3자 중재기구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반올림은 성명에서 "심 의원의 제안서에는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보상안 마련이 언급돼 있지만, 이미 우리 요구안에 분명한 내용이 담겨 있으므로, 삼성은 그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부터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올림은 "보상안 역시 제3의 중재기구가 아니라 삼성이 직접 반올림과의 성실한 교섭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반올림 관계자는 "심 의원실 측에도 우리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고, 그 부분은 수정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심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가 백혈병·직업병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뜻을 내비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성실한 협상을 촉구하면서도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보상에 대한 언급이 당사자들과의 협의를 배제하는 것 아니냐는 피해 가족들의 우려가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심 의원실과 반올림이 9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제3의 중재기구 구성에 대해 언급했다고 전제한 뒤 "어찌됐든 삼성 입장에서는 반올림이나 유가족 등 당사자를 배제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사자가 납득하지 않으면 이 문제가 해결되겠느냐"면서 "전향적으로 빠른 해결책을 찾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김준식 부사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백혈병 가족 측 제안에 대한 삼성전자 입장'이라는 자료를 내고 심 의원 등의 중재 보상안 제안에 대해 경영진이 이른 시일 내에 공식 입장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는 기흥반도체 공장 여성 노동자 황유미씨가 2007년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이후 7년간 끌어오면서 각종 산업재해 신청과 행정소송이 잇따랐으며,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와 반올림 간 대화가 시작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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