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측 "영화 ·드라마 제의 SM에서 거부"


[중앙뉴스=윤지현 기자]  '인간'이 상품이 되는 연예시장, 독해야만 '살아있는 상품'을 컨트롤 하고, 회사를 생존시킬 수 있는 걸까? 최근 재조명된 아이돌과 기획사간의 실상은 냉혹하기만 하다.

SM엔터테인먼트의 엄격한 아이돌 관리시스템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2012년 엑소가 데뷔해 아시아전체 소녀 팬들의 마음에 회오리를 불러일으켰다.


▲ (위에서부터) 엑소 K , 엑소 M    

당시 프랑스의 한 언론사에서도 엑소를 취재하기 위해 한국까지 왔다. 하지만 엑소는 철저히 통제되고 있었다고 언론사는 밝혔다.

언론사에 따르면 모든 질문은 매니저를 통해 해야 했고, 엑소 멤버들이 직접 말하는 대답조차 회사에서 만들어주는 대본을 외워서 말했다. 당시 3개 국어가 가능했던 크리스는 취재진이 "항상 답변을 할 때 매니저를 통해서만 말하냐"고 묻자 "매니저가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 대비해 미리 연습한 답변들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SM측의 교육은 작은 부분 하나까지도 굉장히 철저해보였다.

하지만 취재진은 엑소가 베일에 쌓여있는 것을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이 방송은 SM가수들이 겉으로는 꿈을 이뤄 행복할 수 있지만 속으로는 억눌려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리고 2014년 5월, 일은 터졌다. 5월 23일 콘서트를 앞둔 일주일여전인 15일, 엑소의 중국계 캐나다인 크리스(중국명 우이판)가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다. 엑소 멤버이자 엑소-M 리더인 그는 이날 SM을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확인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했다.

그리고 5월 16일 크리스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한결 측은 중국 시나닷컴 연예와의 인터뷰에서 크리스의 입장을 대신 전달했다. 한결 측은 시나닷컴에 "크리스 측은 여러 차례 소속사와 이야기를 나눠 공평한 대우, 그리고 회사 허락 아래 아티스트의 개인적인 꿈을 고려해 주길 원했다. 영화와 드라마 제의를 받았지만 SM측에서 여러 차례 거부했다"고 밝혔다. 크리스 본인은 여느 아이돌들과 마찬가지로 연기에도 꿈이 있었으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크리스에게 들어온 연기 제안을 거절해 개인의 의사를 묵살했다는 것이다.

▲ JYJ, SM 시절 계약은 '불공정계약'

크리스 소송 건이 터지자 다시 회자되는 이들이 있다. 2003년 데뷔해 10대뿐 아니라 누나들의 마음까지 홀렸던 동방신기.

▲ JYJ (왼쪽부터 김준수 김재중 박유천)    

JYJ로 활동 중인 박유천, 김재중, 김준수는 동방신기의 원년 멤버였지만, SM을 상대로 3년 4개월간의 소송, 끝내 승소를 한 뒤 현재는 활발한 연예계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세 멤버는 소속사가 불공정한 계약을 한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박유천은 당시의 애통한 심정을 담아 '이름 없는 노래'라는 곡을 내기도 했는데, 가사에는 SM에 대한 강한 비판이 담겨 있다. 특히 큰 성공을 한 뒤 오히려 빚을 지게 됐다는 내용은 당시 많은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와 같이 JYJ가 SM에서 나온 공식적인 이유는 6년이 넘는 시간동안의 무리한 스케줄, 불공정한 수익분배 등이다.

하지만 이외에도 인간적으로 가족이라고 믿어왔던 SM에 대한 실망감이 컸기 때문이라고 곡을 통해 말했다. 특히 김영민 SM대표이사가 당시 동방신기에게 "너희가 나가면 못되게 괴롭힌다"라고 한 말도 가사로 표현됐다. 한국에서는 인기를 쉽게 얻었지만 2005년 일본으로 데뷔를 할 때 동방신기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제대로 된 무대에 설 수 있기까지 2년이 넘게 걸렸을 정도다. 이 이후로는 살인적인 스케줄에 치이며 살았다. 하지만 당시 SM은 동방신기가 요구사항이 생기자, 해체를 예견, 동시에 그 그룹의 가장 잘나가는 멤버를 잡았다.

동방신기 시절 꾸준히 SM과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던 JYJ는 SM의 배신과도 같은 행동에 미련 없이 나오기로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형제와도 같았던 동방신기의 다섯 멤버 중 두 명은 처음과는 180도로 의견이 달라지게 됐고 결국 JYJ로 세 멤버만 SM을 나오게 됐다. 당시 언론들은 남은 두 멤버와 JYJ사이를 갈라놓으려는 듯한 기사를 수도 없이 써내려갔다.

▲ SM의 '크리스 잘라내기'?

현재도 '크리스 잘라내기'에 초점을 맞춘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엑소 리더 수호는 OSEN과의 인터뷰에서 "무책임한 행동이다" 며 "멤버들과 회사에 사과하라"고 분노를 드러냈다고 알려졌으나,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 엑소M 리더 크리스    


우선 동영상이 아닌 글로만 쓰인 기사인데다, 수호의 평소 말투와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또 수호는 15일 엠넷 '엠카운트다운'에서 1위를 수상하면서도 엄지 하나를 꿋꿋이 들어 '12명은 하나다'라는 뜻을 보였다(엑소와 팬들 간의 묵언의 암호).

하지만 그 직후의 OSEN인터뷰에서는 크리스에게 화를 낸 것. 또 '크리스 형 같이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던 타오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크리스에 대한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하지만 중국어로 된 이 글은 와전되거나 일부분만 극대화된 기사들이 반복재생되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이날부터 크리스가 타오를 비롯한 찬열, 세훈 등 엑소의 멤버들에게 SNS 언팔을 당했다는 기사들도 속속 올라왔다.

하지만 엑소가 평소 우애가 좋기로 유명했다는 점과 그들의 휴대폰을 매니저들이 관리한다는 사실 때문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동방신기 때와 마찬가지로 SM에 요구사항을 보인 크리스를 '잘라내기'위해 SM측 매니저들이 언팔 등 멤버들의 SNS글을 관리했다는 것이다. 동방신기 해체와 H.O.T 해체 전에도 팀 내 분열에 관한 이야기가 난무했다. 이후 이들은 '인내심 없는' , '돈 욕심에 눈 먼' 이란 오명을 안고 SM을 나왔었다. 일부 팬들은 사랑했던 가수들에게 배신감을 느끼며 눈물을 흘렸을 정도다.

그리고 그 논란의 중심에는 이수만 회장이 아닌 김영민 대표이사가 있어왔다. 샤이니 온유 등 몇몇 SM가수들이 김 대표에게 맞았다는 설이 돌 정도로 SM의 어두운 단면의 끝에는 그의 이름이 있어온 것. 사실인지 거짓인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많이도 퍼져나간 공공연한 이야기다.

H.O.T를 비롯 동방신기였던 JYJ에 이어 현재 엑소까지, 그들은 소위 말하는 피나는 노력을 통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그 뒤에는 SM이란 지지자가 있었다. 이수만 회장은 이들을 가족, 아들과 같은 존재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현재도 '잘라내기'식 언론플레이가 난무한 상태에서 SM에게 이들은 진정 가족이었는지, 아니면 돈을 벌기위해 찍어낸 기계였는지를 의심가게 하고 있다.

16일 SM관계자는 5월23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엑소 프롬 엑소플래닛 #1 - 더 로스트 플래닛' 단독 콘서트 개최에 대해 "엑소가 예정된 단독 콘서트를 정상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크리를 제외한) 남은 (11명의) 엑소 멤버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콘서트 연습에 매진 중이다"고 덧붙였다.


                    중앙뉴스/ 윤지현 기자/cloveris@naver.com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