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내부 갈등 증폭에 금감원 특단 조치

▲ 20일 금감원에 따르면 이달 말 국민은행 전체 분야의 정밀 점검을 실시한다.  

[중앙뉴스=신주영 기자]국민은행에서 금융사고에 이어 내부 갈등까지 불거지자 금융당국이 내달 말 사상 처음으로 개별 은행인 국민은행의 내부통제에 대해 정밀 진단을 벌이기로 했다.

그동안 수차례 특별 검사를 통해 국민은행의 문제점을 살펴봤으나 이제는 국민은행 전체를 해부해 부실을 도려내겠다는 복안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국민은행 전산시스템을 놓고 이사회 갈등이 커지자 지난 19일 은행검사국 등 검사역 7명을 급파해 특별 검사에 들어간 데 이어 내달 말 대규모 검사인력을 투입해 국민은행 전체에 대한 경영 진단에 나설 방침이다.

금감원이 특정 금융사의 전체 분야에 대해 정밀 점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국민은행의 연이은 내부통제 부실에 대해 보고받고 국민은행에 대해 규정에 따라 관용 없이 강력히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경우 그동안 특별검사를 통해 문제를 지적해왔는데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는 판단 아래 국민은행 전체를 정밀 점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한 관계자는 "이는 단순한 점검이 아니라 국민은행의 모든 분야에 대해 금감원 인력이 달라붙어 어떤 이유로 금융사고나 내부 통제 문제가 발생하는지 파악, 제재 등을 통해 고질병을 고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어 IBM 메인프레임 전산 시스템을 유닉스 기반의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안건에 대해 이건호 은행장과 정병기 감사위원이 제기한 이견을 재논의했으나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론을 냈다.

정 감사위원은 국민은행·카드 이사회가 지난달 24일 IBM 메인프레임 전산 시스템을 유닉스 기반의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한 데 대해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감사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그는 이사회 결정 이후 관련 내용을 중요한 경영 사안이라고 판단해 금감원에 보고했고, 금감원은 현재 이에 대해 검사에 착수한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내부 갈등과 관련해 외부출신인 은행장·감사위원과 국민은행 내부세력 간의 갈등이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연초부터 KB금융과 국민은행 경영진 간에 불협화음이 나온다는 말이 있었는데 이번 이사회 건으로 본격화된 것 같다"고 전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국민주택기금 위탁업무에 대한 관리 소홀로, 일부 직원이2010∼2013년 주택채권의 원리금 110여억원을 횡령하는 사건이 적발됐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은 이달부터 3개월간 청약저축 및 주택청약종합저축의 신규 가입자 모집과 국민주택채권 신규 판매 등 업무가 중지된 상태다.

또 5000억원대 부당 대출 혐의로 지난해 도쿄지점의 지점장 등이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 카드사 고객 정보 유출 때에도 고객 1천여만명의 정보가 빠져나가 금융당국의 제재를 앞두고 있다.

국민은행 직원 이모(52·팀장)씨가 부동산개발업자 강모씨에게 9천709억원 규모의 허위 입금증을 발부해줬다가 적발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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