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 역 박윤모    
 LA 소재 스타니스랍스키 연기대학(Stanislavsky College of Acting, 학장 나상만)이 창설 3주년을 기념하여 공모한 제1회 국제 창작 스튜디오 참가작으로 선정된 연극 ‘아버지’ 공연이 마침내 미국 무대에 선다.

국제 창작 스튜디오 프로그램은 한국에서 공연된 연극 중에서 예술성과 오락성이 돋보이는 희곡을 선정하여 그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을 미국 현지에 초청, 스타니스랍스키 연기대학의 교수진들에 의한 재창작(희곡), 재해석(연출), 재훈련(연기)이라는 재창조 과정을 거쳐 완성도 높은 공연물로 리메이크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극단 포커스 씨어터의 연극 아버지는 원로 소설가 한승원 씨의 희곡을 광주 연극인 박윤모 씨의 연출로 무대화한 작품으로 광주에서 초연된 이후 장기 공연을 거쳐 서울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되어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 작품에 출연하는 박윤모 씨는 오는 5월 22일 스텝진 5명과 함께 미국 현지에 도착, 나상만 교수를 비롯한 현장 예술인들로 구성된 교수진들과 함께 새로운 연습에 돌입한다. 국제 창작 스튜디오 예술감독 나상만 교수는 모노드라마인 원작을 해체하여 관객들과의 직접적 교류를 시도할 복안이다. 이를 위해 작품 속에 언급되는 주인공 김오현의 11남매 모두를 관객들로 대체하여 극적 흥미를 유도하고, 무대를 극장 전체로 확대하여 축제 분위기로 연출하겠다고 밝혔다.
▲ 칠남이 역 스칼렛 조    

특히 이번 작업에서는 지나치게 장남에 의존하는 주인공 김오현의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칠남이’ 역의 강조를 통해 극의 긴장도와 반전을 시도할 예정이다. 주인공의 칠순 잔치에 초대 가수로 나오는 칠남이는 회갑잔치와 칠순잔치를 전전하는 무명 가수로, 사실은 김오현의 일곱 번째 아들로 태어났으나 자라나면서 여성적 성징(性徵)이 나타난다. 가부장적 권위주의에 빠진 김오현은 아들의 이런 성징을 부끄럽게 여기며, 더구나 가수를 지망하는 아들의 꿈을 무시하자 칠남이는 부자(父子)의 연을 끊고 가출하여 성전환 수술을 한 뒤 ‘스칼렛’이란 예명의 떠돌이 가수가 된다.

그러나 칠남이는 천륜을 거역할 수 없었다. 김오현의 칠순잔치에 초대가수로 나온 스칼렛은 ‘어미새’의 가사를 ‘아버지’에 대한 사무치는 노래로 개사하여 구슬픈 노래를 부르게 되고, 자신의 자녀를 확인한 김오현은 결국 칠순잔치에 초청된 하객들에게 더 이상 비밀을 숨기지 못하고 가슴 아픈 사연을 고백하게 된다.

이 작품은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어머니’ 신드롬과 ‘아버지’ 코드가 전라도 사투리와 병합되어 우리 민족의 애환을 무대에 승화시킨 가족극으로 삼대가 손을 잡고 볼 수 있는 감동적인 공연이 될 것이다. 특히 미국 현지에서 투입된 칠남이 역의 스칼렛 조는 레기스 대학교(Regis University)에서 MBA를 획득하고, 승무원, 모델 활동을 거쳐 스타니스랍스키 연기대학에서 2년간 연기의 기초를 다진 재원으로 실제 성전환 수술을 한 트랜제스터이다.

한국의 TV에서 트랜제스터 출신의 연기자가 출연해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확실하게 연기의 기초를 쌓은 연기자는 없었다. 스칼렛 조의 이번 출연은 이벤트성 공연이 아닌 작품의 깊이와 연극성 재미를 배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원작을 훼손시키지 않고 등장인물의 당위성을 고려해 스칼렛을 캐스팅했다”는 예술감독 나상만 교수의 자신감이 단순한 제자 사랑이 아닌 ‘국제 창작 스튜디오 프로그램’의 성공 요인으로 기대를 해 볼만하다.
 
▲ 예술감독 나상만 교수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연출자인 박윤모 씨는 “나상만 교수의 연극적 기량과 재능을 믿기에 모든 것을 맡겼다”며 “이 프로그램의 재창작 작업에 신뢰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2007년 한국연극협회 자랑스런 연극인상과 2008년 한국연극배우협회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한 광주의 대표적인 연극인으로 서울 무대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한국 연극사상 최초의 해외 연수 작품인 아버지가 그 연극적 완성도를 달성하고 어떻게 재탄생될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연극 아버지의 미국 공연은 예술성과 오락성의 창조적 만남에 있다. 서울연극을 제치고 지역 연극 ‘광주연극’을 국제 창작 스튜디오 제 1회 선정작으로 결정한 나상만 예술감독의 배짱을 이번 무대를 통해 기대해 본다.

미국 공연은 오는 27일부터 31일까지 스타니스랍스키연기대학 비젼아트홀에서 공연된 후, 광주 궁동소극장에서 귀국 공연을 마친 뒤 서울에서 장기 공연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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