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기자]마이너스 통장 등 은행의 기타대출이 가정의 달인 5월에 이례적으로 감소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위축된 소비심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5월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5월 말 국내은행의 가계대출(모기지론 양도 포함)은 526조3천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1조2천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375조6천억원)은 1조3천억원 늘었다. 지난 2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증가폭은 4월(1조7천억원)보다는 축소됐다.

이는 주택거래가 다소 둔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울시가 집계한 아파트 거래량은 4월 8천500건에서 5월 6천건으로 줄었다.

특히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150조원)은 전월보다 1천억원 감소했다.

한은이 해당 통계를 파악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5월에 마이너스 통장 등 기타 대출이 감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승철 한은 금융시장부 차장은 "가정의 달인 5월에는 어버이날, 어린이날 등이 끼어 있어 마이너스통장 등 대출이 매해 증가세를 보여왔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 위축된 소비 심리 등이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추정했다.

기업의 원화 대출은 6조원이 늘었으나 증가폭은 4월(9조6천억원)에 비해 축소됐다.

분기말 일시상환 후 재취급 등 4월의 특이 요인이 사라진 데 따른 것이다.

대기업 대출은 2조2천억원 늘고 중소기업 대출은 3조7천억원 증가했다.

회사채(공모)는 시장의 신용 경계감이 지속되면서 비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7천억원 순상환됐다.

기업어음(CP)은 부채감축에 나선 공기업의 상환 확대로 2천억원(1∼20일 기준)이 역시 순상환됐다.

지난달 은행 수신은 큰폭으로 늘었다.

특히 4월 중 4조6천억원 감소한 수시입출식 예금이 5월에는 11조3천억원 증가했다.

부가가치세 납부 수요 등으로 대거 빠져나간 법인의 결제성 자금이 수시입출식 예금에 재유입되고 월말이 휴일이어서 대출상환 수요가 6월초로 이월된 영향이 컸다.

4월 중엔 5천억원 감소한 정기예금도 일부 은행의 예대율 관리와 자금 유치 노력에 힘입어 3조6천억원 늘었다.

자산운용사 수신도 4월 3조1천억원 감소에서 5월에는 6조원 증가로 전환됐다.

은행의 여유자금이 머니마켓펀드(MMF)에 대거 유입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비해 주식·채권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으로 주식형펀드는 9천억원 줄고, 채권형 펀드도 5천억원 감소했다.

한편, 한은이 이날 발표한 '통화 및 유동성'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시중통화량(M2)은 1천970조3천616억원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5.5%(평잔 원계열) 증가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보유한 M2는 5.7% 늘고 기업이 보유한 M2는 5.0% 증가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보유 통화(평잔·계절조정계열)는 0.9% 늘고 기업은 0.6% 줄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M2는 주택거래 등 자금 수요 증가 때문에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큰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5월에도 M2가 5%대 중반 수준에서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한은은 전자단기사채를 기존 회사채처럼 광의유동성(L) 지표에 넣어 이번부터 편제하기로 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