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요청서 곧 국회제출… 野 청문회 보이콧 기류


▲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의 역사 인식과 관련한 파문이 확산되고있다.     ©김영욱 기자
[중앙뉴스=김영욱 기자] ‘자진사퇴론’과 ‘국회 인사청문회 거부론’까지 부상하면서, ‘문창극 총리 밀어붙이기’ 방침을 정한 청와대 및 여권과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청와대가 문 지명자의 문제 발언에 대한 어떠한 해명도 없이 그대로 인사청문회 강행을 주문하고 이에 야권이 청문회를 보이콧하는 사태까지 올 경우 국정공백 및 국정파행의 장기화 등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치학자나 전문가들은 “국회에서 여당이 총리 인준을 단독 처리한 예도 없고, 여당이 단독 처리를 하기 위한 ‘출석 정족수’를 채울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며, 설혹 여당이 단독 처리한다 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신뢰와 권위가 바닥까지 떨어진 신임 총리를 앞세워 국가개조와 관료개혁 등 산적해 있는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는 12일에 이어 13일에도 ‘문 지명자의 자진 사퇴’ 및 ‘인사청문회 거부’ 주장이 이어졌다. 새정치연합은 ‘청문회 거부’를 아직 당론으로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박 대통령이 문 지명자를 청문회 전에 사퇴시키거나 문 지명자가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는 점을 당론화하는 형국이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13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창극 지명 철회와 관련한) 박 대통령의 결심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같은 회의에서 “문 지명자는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다’고 돼 있는 헌법정신과 헌정체제를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종걸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에 출연해 “야당의원들은 인사청문회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전날 밝힌 청문회 보이콧론을 재차 강조했다. 이 의원은 “본인 스스로가 빨리 용퇴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며 “더 이상 이런 데에 흙을 묻히고 침을 묻힐 필요가 없다고 (야당) 의원들은 다 생각하고 있다”고 야권의 분위기를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문 지명자의 사전 사퇴는 없다’는 입장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더 이상 국정파행은 안 된다는 판단을 하는 것 같다”면서 “금명간 국회에 ‘문창극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서’를 보낼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에서도 문 지명자의 역사 인식을 놓고 소장파들을 중심으로 사퇴론이 공식 제기되는 등 내홍 조짐이 엿보이는 상황이다.

한편 문 총리 지명자는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문창극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KBS의 왜곡된 편집이 전혀 사실과 부합되지 않음을 분명히 말씀드리며, 해당 언론사의 보도책임자를 상대로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법적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날 준비단은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온누리교회 발언 동영상에 대해 일부 언론의 악의적이고 왜곡된 편집으로 마치 후보자가 우리 민족성을 폄훼하고 일제 식민지와 남북분단을 정당화했다는 취지로 이해되고 있다”며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에 법정대응할 것을 분명히 했다.

이어 준비단은 “대표적으로 ‘우리 민족이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다’는 발언은 후보자가 직접 발언한 내용이 아니라 윤치호의 발언을 인용했을 뿐인데 마치 후보자가 발언한 것처럼 왜곡한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문 후보자 측은 총리실 인터넷 사이트 등에 후보자의 강연 전문과 원본 동영상을 게재할 예정이다. 이는 문 후보의 강연 내용을 국민들이 직접 판단해달라는 의미다.

앞서 문창극 후보자는 과거 자신이 다니던 서울의 한 교회 강연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은 것과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주장하고 우리 민족을 비하하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 뒤늦게 보도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문창극 법적 대응 소식에 누리꾼들은 “문창극 법적 대응, 전문 영상부터 공개해라” “문창극 법적 대응, 어떻게 되려나” “문창극 법적 대응, 영상 공개해도 별로 달라지는 건 없을 듯” “문창극 법적 대응,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 이런 발언 나온 자체가 문제인데”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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