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기자]올해 하반기 기업 채용은 전반적인 고용시장 회복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기업과 같은 좋은 일자리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에 머물거나 줄어들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와 반도체 등 비 정보기술(IT) 제조업이 비교적 양호하고 금융과 건설 등 분야는 위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견상 고용 회복 지속

29일 정부 당국과 민간 경제연구원, 취업포털 사이트 등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도 완만한 수준의 고용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하반기 중 취업자 수 증가 폭을 40만명 선으로 잡고 있다.

이는 상반기의 60만명대보다 다소 감소하는 수치이지만 지난해 평균인 39만명을 넘어서는 수치다.

KDI 최바울 전문위원은 "외견상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다소 나빠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용시장이 개선되면서 나타나는 기저효과로 고용시장 자체로 보면 완만한 개선세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하반기에도 전반적인 고용 호조세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면서 "대내외 경기 회복이나 정부의 일자리 대책 등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中企 일자리 '찔끔'

경기 회복 분위기 속에서도 기업의 신규 채용은 지난해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년 연장과 통상임금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가운데 체감 경기도 큰 폭으로 회복되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5월 전국 407개 기업을 상대로 채용 현황과 전망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기업의 신규 채용 규모가 작년보다 0.3%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기업은 작년보다 0.5% 채용을 늘리지만 중소기업은 1.7% 줄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잡코리아 변지성 커뮤니케이션팀장은 "하반기 채용은 작년 수준이거나 소폭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삼성은 작년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LG와 SK는 약간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인 임민욱 팀장은 "중소기업은 아무래도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채용을 하지 않거나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경기 회복 분위기가 급속히 주춤거리면서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다시 줄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졸 신규 채용은 다소 줄어들고 경력직에 대한 선호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공기업의 하반기 채용에 대해서는 다소 기대해볼 만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기관들이 올해 1만6천701명을 뽑기로 했는데, 상반기에 진행 속도가 빠르지 않았던 만큼 하반기 채용규모가 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신규 채용이 많은 공공기관은 한국전력(734명), 수력원자력(824명), 한전KPS(555명), 국민건강보험공단(622명), 국민연금공단(468명), 근로복지공단(325명) 등이다.

정부가 창업 활성화나 중소기업 육성 차원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고 근로시간 단축이나 유연근무제 등을 통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확대하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자동체·반도체 맑음…금융·건설 흐림

산업별로 보면 하반기 취업 시장 역시 도소매·음식점이나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 등 임금 수준이 낮은 저부가가치 업종을 중심으로 고용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를 내는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이나 제조업, 전기·전자·운수·통신 등 분야에서는 취업자 증가 폭이 낮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경기 회복이 점차 가시화되면 제조업 중에서는 자동차나 반도체, 석유화학 등 비 정보통신(IT) 업종에서 채용이 활발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수출 전망에서 자동차(13.1%), 반도체(10.8%), 석유화학(8.5%) 등의 강세를 전망한 바 있다.

금융과 건설 등 분야는 하반기 취업 여건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보는 관측이 많다.

농협은행, 부산은행, 대구은행, 한화생명 등 채용 규모가 큰 은행과 생명보험사들은 하반기 공채 규모를 지난해보다 줄이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하반기에 작년의 절반인 100명을 채용할 예정이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150명과 200명으로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예정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채용계획이 불투명하고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는 지난해보다 채용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채용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건설 부분 역시 투자나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한 빙하기를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시균 고용정보원 인력수급전망센터장은 "제조업이나 사회서비스업 등은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도소매 업종은 내수 활성화 여부에 따라 일자리 공급량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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