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기자]사흘 앞으로 다가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은 세속주의에 찌든 서방 중심의 로마 가톨릭 세계에 앞으로 아시아의 가톨릭을 중시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선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전임 베네딕토 16세가 재임 8년 동안 한번도 아시아를 방문하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내년 1월 스리랑카와 아시아 최대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을 방문할 예정이다.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젊었을 때 일본 선교사가 되길 꿈꿨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본 방문도 검토하고 있다.

교황의 이 같은 행보는 우선 아시아 전체 인구의 3.2%에 불과하지만 급신장세를 보이는 아시아 가톨릭 신자들을 격려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아시아 가톨릭은 사회 정의 등의 이슈가 전면에 부각돼 있는데 바로 이점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성향과 맞아떨어진다고 허핑턴포스트는 분석했다

교황은 특히 산업화된 서구사회의 가톨릭 교회가 성도덕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가난과 소득 불평등에 대한 복음의 가르침을 더 강조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허핑턴포스트는 이번 방한에 대해 "로마 가톨릭이 아시아 가톨릭에 더 열린 자세를 갖도록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교회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시아 가톨릭은 유럽 중심의 구세계 가톨릭에 부족한 생기와 유연함을 종종 보여주었다. 앞서 교황도 지난 6월 한 인터뷰에서 "아시아 교회는 장래가 촉망된다"고 치켜세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통 교리 수호에 치중하던 전임 교황들과 달리 가톨릭이 아직 '외래종교' 취급을 받는 아시아의 현실을 감안한 문화적 변용도 용인하는 편이다. 그는 16세기 당시 예수회 선교사로 가톨릭의 중국화에 앞장선 마테오 리치를 높이 평가한다.

남미 출신인 교황은 또 시리아 내전 등의 갈등 해결 방안에 대해 서구 열강보다 러시아와 중국에 더 가까운 입장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방한을 위해 교황으로서는 처음으로 중국 영공을 통과하는 만큼, 교황의 수위권을 인정하지 않는 베이징 당국과 어떻게 관계 개선을 이뤄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편 보스턴글로브는 십자군 전쟁에도 불구하고 이슬람과 평화를 추구한 성(聖)프란치스코의 이름을 딴 교황이 비무장지대(DMZ) 너머 종교탄압을 일삼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평화의 메시지를 어떻게 전할지도 지켜볼 대목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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